[포커스] '비행기 티켓 확보 전쟁' 암시장까지 활개치는 중국
[포커스] '비행기 티켓 확보 전쟁' 암시장까지 활개치는 중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04 06:52
  • 수정 2022.06.04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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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봉쇄로 텅 빈 상하이 국제공항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 봉쇄로 텅 빈 상하이 국제공항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은 지금 항공권 전쟁터다."

CNN방송은 3일(현지 시각) 현재 중국에서 항공권이 품귀를 빚는 현상을 조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해외 유학생이나 사업 때문에 외국을 드나드는 중국인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동 제한을 가하면서 항공권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는데, 티켓 싹쓸이꾼이나 사기꾼들이 이를 악용함으로써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CNN방송의 홍콩 프로듀서가 상하이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항공권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직접 체험한 내용이다.

나는 지난 3월 초 홍콩의 코로나19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며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섰을 때 홍콩을 벗어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2년여만에 처음으로 내 고향 상하이를 찾을 생각이었다.

나는 코로나19가 한창인 지역에서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이 실시되고 있는 지역으로 여행하는 일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값비싼 여행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코로나 검사와 직장에서의 휴가 신청, 호텔에서의 의무 격리 등 험난한 장애를 극복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는 시련은 그 때는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다양한 압박

2월 말, 상하이 당국이 항공기당 수용인원을 50%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도시로 진입하는 항공기 숫자도 대폭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같은 방침이 아직 정식으로 공표되지는 않았는데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나는 항공권 구매를 위해 웹사이트를 검색하면서 가까운 일시의 항공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현상을 목도했다. 결국 한 시간도 되지 않아 3월 전체의 시간대 항공권이 모두 부킹 완료되고 말았다.

패닉에 빠진 나는 할 수 없이 잘 아는 여행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 날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3월 8일 상하이로 출발하는 홍콩항공편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구매하실 건가요?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바로 없어질 겁니다.”

여행사 직원은 이렇게 압박을 가해왔다.

나는 쫓기듯이 결정하는 것이 싫었지만, 온라인상으로 눈앞에서 항공권들이 쏜살같이 사라지는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목격한지라 그냥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출발 3일 전에 내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항공사는 아무런 공식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상하이에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상하이 당국이 도시로 들어오는(인바운드) 비행기에 보다 엄격한 제한을 가한 결과라는 그럴듯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다른 선택을 구할 수 있는지 항공사로 미친 듯이 전화를 눌러댔는데 모든 항공권이 매진됐다는 소리만 들었다.

상하이에서 지난 3월 28일 보호복을 입은 경찰이 황푸강을 건너 푸둥신구로 통하는 터널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상하이에서 지난 3월 28일 보호복을 입은 경찰이 황푸강을 건너 푸둥신구로 통하는 터널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싹쓸이꾼들과 사기꾼들

나는 하릴없이 다른 항공권 구매 경로를 찾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검색하던 중 류(Yu)라는 여성이 다른 사람을 위해 항공권을 잡아놓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류씨는 항공권 판매를 위한 웹사이트를 운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위챗(WeChat)을 통해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위챗은 중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셜 메신저이다.

중국에서 항공권 판매 대행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항공사로부터 대폭 할인된 항공권을 입수해 판매해왔었다. 그러나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봉쇄하고, 입국자 수를 줄이면서 국제선 항공편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2%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중국항공청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외 유학이나 해외 업무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중국인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극도로 귀해진 항공권 품귀현상 때문에 판매 대행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싹쓸이꾼으로 변모해서 항공권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되팔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대행 업자에게 한달 이내에 출발할 수 있는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서는 웃돈을 얼마나 더 얹어줘야 하는지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엄청 비쌉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도 못할 가격일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고객으로부터 문의가 들어오면 즉석에서 경고를 해줍니다.”

하지만 꼭 돈 문제만은 아니다. 항공권들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이용하는 발권 플랫폼에서 판매되며 판매 대행업자라고 해서 특혜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대행업자들은 예약 시스템을 면밀히 주시하다가 남은 항공권들을 싹쓸이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류씨는, 가능한 항공편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다가 항공권이 나오면 지체 없이 채가는 사이버봇(bots) 시스템이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시스템을 돌리는 데에는 상당한 수작업이 동반된다고 들려주었다.

그녀는 항공사들이 항공권을 밤 늦게 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권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밤을 새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날의 새로운 항공권 가격으로 1만1000위안(한화 약 2,044,000원)을 원했다. 2시간 반 거리 항공료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같은 거리 항공료는 300-350달러(한화 약 376,000~439,000원)면 충분했다.

달리 도리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요구한 가격에 동의하고 예약금으로 450달러를 걸었다. 류씨는 만일 24시간 내에 부킹을 완료하지 못하면 그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항공권과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항상 같이 따라다녀야 하므로, 류씨는 예약 가능한 마지막 좌석이라도 간신히 잡을 수 있을 경우를 대비해, 출발 전 코로나19 검사를 확실히 마치는 차원에서, 일주일 내내 매일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다행히도 류씨는 3월 8일의 항공권 부킹에 성공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출발 20시간 전에서야 알려주었다. 거의 같은 시간에 전날 실시한 코로나 PCR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출발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티켓은 출발을 보장하지 않는다

출발일이 다가왔다. 홍콩 국제공항은 몇 곳의 출발 수속 카운터만 운용될 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내가 체크인 할 차례가 되자 나는 자신 만만하게 여행 서류며 코로나 검사지며 본토로 들어갈 수 있는 여행자 QR 코드 등을 제시했다.

“죄송합니다. 비행기가 이미 만석입니다. 오늘은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항공사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상하이 당국이 50%의 승객만을 허용했는데, 그 인원이 이미 다 찼습니다. 그렇지만 내일은 반드시 출발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공사 직원들은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를 위로했고, 다음 날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약속해주었다.

그들은 나아가 내일 출발을 위해 공항에서 즉시 PCR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나에게는 그들의 말을 순순히 따르는 길 외에 어떤 선택지도 없었다. 항공사는 보상으로 128달러를 돌려주었다.

항공사에서 내 출발 수속을 밟는 동안 나는 4명의 젊은 학생들이 항공사 직원을 따라다니며 비행기에 태워달라고 졸라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지치고 측은해 보였다. 학생들은 나중에 나에게 그들이 탈 비행기가 나랑 같은 방향의 같은 비행기였고, 출발 날짜만 달랐다고 들려주었다.

“정말 죄송한데 여러분들을 태워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기에 계신 여성분 보이시지요? 저분도 티켓을 가지고 있는데도 오늘 비행기를 못 탔습니다.”

항공사 직원은 내가 서 있는 쪽을 가리키며 학생들을 달랬다.

학생들 중 한 여학생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내가 그 항공사 직원 말이 사실이라고 들려주자 그녀는 우리가 위챗에서 친구를 맺고 계속 연락하기를 원했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사라 왕이었다. 그녀는 홍콩 대학에서 공부하는 본토 학생들 몇몇과 함께 출발팀을 꾸렸다고 들려주었다. 나처럼 항공권 싹쓸이꾼들에게서 고가의 티켓을 구입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예약이 유연한 표를 사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밤새 공항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돈으로 해결이 안 될 때도 있다

다음 날 나는 마침내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지만, 기쁨보다는 낙심과 피로가 앞섰다.

나는 여러 난관을 뚫고 고향길에 오를 수 있는 사람에 포함된 것이었다.

내가 홍콩에서 상하이로 돌아가는 데 쓴 경비는 총 3,000달러였다. 나는 취소된 부킹 때문에 160달러를 잃었고, 새로운 티켓 비용으로 1,726달러를 지불했으며, 여기에다 호텔 의무 격리 비용으로 1,130달라거 더 나갔다.

어떤 경우에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기도 하다. 나는 사기꾼들이 해외 중국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그들의 절망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라 왕 학생은 자신의 작전이 성공해서 일반 가격(420달러)으로 부킹해 중국 남동부의 청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전에는 항공권 싹쓸이꾼에게 940달러를 편취당한 일이 있었다. 그 싹쓸이꾼은 예약금을 지불하면 두 건을 부킹해주겠다고 그녀를 유혹했다고 한다. 그녀가 예약금을 이체한 후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 본토행 시장은 팬데믹 초기부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2020년 3월 ‘중국민간항공국(CAAC)’은 중국에 입국하는 모든 항공사에 대해 국제선 운항 횟수를 주 1회 운항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었다. 여기에다 단일 항공편 내지는 단일 노선에서 4건 이상의 코로나 양성 사례가 발견될 경우 최대 4주 동안 노선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유동적인 ‘단기 봉쇄(circuit breaker)’ 조치도 있다.

한편 사라 왕은 위챗상에서 항공권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그룹에 합류했다. 이 그룹에는 30명이 넘는 회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거나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 해외 중국인들이다.

그들은 티켓 싹쓸이꾼으로 가장한 사기꾼들에게 전부해서 7만 달러 이상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중국민간항공국’은 국제 항공편 가격에 대한 규정을 발표했다. 가격 통제를 실시하고, 일부 발권 대리, 환승 및 교환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항공권 암시장은 계속 번성하는 중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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