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미흡한 초등 대처에 들끓는 미국 사회
[월드 프리즘]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미흡한 초등 대처에 들끓는 미국 사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02 05:45
  • 수정 2022.06.02 0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후 어린이들이 창문으로 탈출해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후 어린이들이 창문으로 탈출해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끊임없이 발생하는 총기난사 사건, 도대체 왜 근절되지 않는가?"

CNN방송은 1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 이후 경찰의 미흡한 초등 대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와 함께 사건 며칠 뒤까지 이어지고 있는 추모 분위기도 전했다.

텍사스주의 작은 도시를 감싸고 있는 분노와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밸디의 태양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유밸디의 장례식장들은 지난 24일 롭(Robb) 초등학교에서 희생된 19명의 초등학생들과 2명의 선생님들의 장례 준비를 하느라 너무 바빠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려면 몇 주는 걸릴 듯하다.

그리고 사건 뒤 며칠이 지나면서 희생자 가족들은 사건 당시 111번과 112번 교실에서 마지막 순간에 사랑했던 희생자들에게 무슨 일이 닥쳤는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당시 총기 난사 범인 곁에 갇혀있던 아이들은 911에 몇 차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을 학교로 들어서고서도 범인과 마주하는 데 1시간이나 걸렸다.

경찰이 보다 일찍 진입했을 경우 희생자 수를 얼마나 줄였을까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희생된 아이들 중 일부는 끔찍한 총상 때문에 경찰의 도착을 기다리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필라델피아 경찰국장을 지내기도 한 CNN의 법집행 분석가 찰스 램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나는 개인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말로도 당시 상황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해당 교육구를 담당하는 경찰 책임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고, 롤랜드 구티에레즈 텍사스주 상원의원(민주당/샌안토니오)은 말했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 경찰 책임자는 즉각에서 교실로 진입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가 실수를 범했다는 사실입니다.”

쿠티에레즈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고, 우리는 텍사스주 의회에서조차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 사건 여파로 주 또는 연방 차원에서 학교 총기난사나 총기로 인한 대량 살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유밸디 초등학교에서의 총기난사 사건은 금년 들어 학교(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에서 벌어진 최소 30건의 총기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밸디 초등학교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이보다 앞선 불과 12일 전 바이든은 10명이 사망한 뉴욕 버팔로 슈퍼마켓 총기난사 현장을 방문했었다.

두 사건 모두 범행을 저지른 범인의 나이는 18세였으며, 합법적으로 구매한 총기를 사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총기 규제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도중 격앙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총기 규제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도중 격앙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드러나는 미흡한 대처

2020년 제작된 텍사스주의 법집행 훈련 매뉴얼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모든 법집행 공무원들은, 공격적인 총격 사건이 벌어질 경우, 현장으로 바로 진입해서 범인과 대결을 벌이도록 되어있다.

“초기 대응 요원들로서 우리는 무고한 생명을 지켜야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매뉴얼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무고한 시민의 목숨보다 자신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초기 대응 요원은 다른 직업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침이 유밸디 초등학교에서는 무시된 것이 분명하다.

비난 여론이 며칠 동안 수그러들지 않자 텍사스주 당국은 비극적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다 명확히 공개했다.

유밸디 경찰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분 후에 학교에 진입했다고, 텍사스 공공안전국의 스티븐 맥크로 대령은 말했다.

그러나 현장 책임자인, 유밸디 관할 교육구의 경찰서장은 상황이 공격적 총기범에서 ‘바리케이드를 친 대상(barricaded subject)’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다고 맥크로 대령은 말했다.

해당 교육구를 담당하는 경찰 책임자인 페드로 아레돈도 서장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담당 관리들은, 아레돈도 서장이 학교에 출동한 후 교실의 열쇠와 방탄 장비를 기다리던 경찰관들에게 교실로 들어가지 말라는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아레돈도 서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사건이 이어지는 70분 동안 경찰관들은 학교 건물로 들어가 방탄 장비와 협상팀 등의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했다고, 맥크로 대령은 말했다.

본격적인 진입이 시작되기 전 최소 19명의 경찰관들이 45분 이상을 복도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국경 순찰 전술팀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교실로 진입해 총격범을 사살했지만, 그때는 이미 총기난사가 시작된 지 1시간이 넘은 상황이었다.

텍사스 공공안전국의 스티븐 맥크로 대령은 경찰관들이 즉각적으로 총격범과 대결을 벌여야 했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해도 잘못된 결정은 분명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결과를 놓고는 어떤 변명도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일요일, 미국 법무부는 롭 초등학교에서의 총기난사에서 경찰의 대응에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10세의 딸 아메리에 조를 잃어버린 알프레드 가르자에게 “경찰이 늑장을 부린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되고 있다.

“그들이 조금 일찍 도착하고, 누군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면”

가르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내 딸을 포함해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 교명 표지판 주변에 총기난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양초들이 놓여 있다. [유밸디=AP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앞 교명 표지판 주변에 총기난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양초들이 놓여 있다. [유밸디=AP연합뉴스]

헌혈과 자선 및 연대의 물결

총기난사 사건 이후 지역 사회의 취약 계층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 아픈 상처를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 졸업식을 포함한 축하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다.

유밸디의 장례식장들은 21명의 희생자 가족을 위해 무료 장례를 치러주기로 약속했다. 일부 장례 절차는 월요일부터 시작된다.

“공동체로 함께 투쟁해온 우리는 공동체가 우리를 필요로 할 때 힘을 합칠 것입니다.”

‘힐크레스 장례식장’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러시 에스테스 노울리즈 장례식장’도 유밸디 공동체를 지원하는 물결에 함께 했다.

“슬픔을 당한 오늘 우리의 단결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합니다. 유밸디 시민들을 위해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총기난사 사건 당일날 이 장례식장 측은 이렇게 공표했다.

그런가 하면 자동차 세척업을 운영하는 오마르 로드리게즈(24)는 희생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햄버거 250개를 만들었다.

로드리게즈는 메인 스트리트 친구의 부지(a friend's lot on Main Street)에 대형 그릴과 테이블을 설치했고,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기부금 모금을 위해 세차용 장비들을 준비했다.

로드리게즈는 자신이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힘을 보탤 수 있음을 알면서도 집에 혼자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유밸디는 정말 마음씨 착한 소도시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도시는 사랑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또, 유밸디에서 ‘칼리토스 웨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칼로스 에르난데즈는 지난주 목요일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들과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해 60인분의 요리를 장만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공동체 가족들에게 우리가 할 바를 다 해야 합니다. 정말 필요할 때 우리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에르난데즈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몇 시간씩 걸리는 타지에서도 유밸디로 도움을 주러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패트릭 존슨(58)은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주 할리턴에서 7시간을 운전해 유밸디에 도착해 슬픔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 테이블을 펼쳤다.

“사람들에게 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현지 법집행 기관에 연락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물어봅니다. 지금 당신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거지요.”

네 아이의 아버지인 존슨은 이번 총기난사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나는 이 지역사회 출신은 아니지만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내 아이들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내 아이들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를 돌아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