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목숨 건' 투자
[취재파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목숨 건' 투자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6.03 17:05
  • 수정 2022.06.03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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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겁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하기 전 이같이 말했다.이같은 발언이 있기 전날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450조원(국내 36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 채용하는 대규모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무려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의 약 75%에 달하는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주요 배경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 주력 사업 위기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망 위기가 가속화된 데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조5874억 대만달러(약 68조원), 영업이익 6450억 대만달러(약 28조원)를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이 41%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9조2000억원, 영업이익률은 31%로 비교적 떨어진다.

TSMC의 역대급 실적은 삼성전자와 대비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77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수준의 잠정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 부문 매출은 7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이 9조원이 넘고 순이익만 8조원을 넘어선 TSMC와 비교하기에는 아쉬운 성적표다.

문제는 TSMC의 전망도 밝다는 점이다. TSMC 측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올 2분기 매출이 최대 37%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난해 매출 568억 달러(7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반도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가져가기까지 했다.

삼성전자도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 퀄컴이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를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에 전량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엦TSMC와 경쟁을 다투는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수율은 35% 안팎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인텔·TSMC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어지는데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밀린다. 삼성전자는 당초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자 TSMC는 작년부터 2023년까지 단 3년동안 1000억달러(112조4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는 38조원을 추가한 총 171조 원을 투자한다는 비전을 작년 5월 발표했지만, 연 37조원 가량을 투자하는 TSMC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재계에선 위기 타개를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면이 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완전히 복귀하긴 힘든 상황이다.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형기만료 전 조건부 석방이어서 법무부의 보호관찰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거주지 제한 등을 받게 되며 해외 출국 때에는 법무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올해 7월 형기 만료 전까지 경영 복귀는 물론 해외 출장도 제약을 받는 셈이다. 

결국 사면·복권이 되지 않으면 형기 만료에도 경영활동에 제약이 있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청와대와 법무부에 청원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도 지난 4월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복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까지 더해져 재판 횟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부당 합병 재판에선 외부회계감사법 위반 혐의 내용을 떼어내 삼정회계법인 재판과 병합하여 3주에 한 번씩 금요일에도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일인 지난달 10일 만찬 자리 참석을 시작으로 20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 대통령, 퀄컴 CEO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직접 맞이하며 공장 곳곳을 안내했다. 다음날에는 한미 경제인 만찬, 30일에는 인텔 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는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해외 경영 행보를 다시 시작한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이다. 네덜란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장 1위의 ASML이 위치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코로나19 확산과 재판 행렬 속에서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의 본사를 찾았다.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총수가 직접 담판을 벌인 것이다.

연매출 279조원, 영업이익 51조원, 국내 임직원 수만 11만여명. 여기에 종속회사만 228개를 거느린 초대형 기업. 이 부회장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이 부회장이 '목숨 걸고'라는 파격적인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이때문이지 않을까.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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