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싱가포르의 뎅기열 급증은 글로벌 기후 온난화 재앙의 조짐
[월드 프리즘] 싱가포르의 뎅기열 급증은 글로벌 기후 온난화 재앙의 조짐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12 06:57
  • 수정 2022.06.1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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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싱가포르의 뎅기열 급증은 글로벌 기후 온난화 재앙의 징조인가.'

CNN방송은 11일(현지 시각) 최근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의 뎅기열 환자 급증에 대해 보도하면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지구 온난화 같은 이상 기후가 뎅기열 급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계절 질병에 속하는 뎅기열이 예년과 다르게 일찍 찾아오면서 뎅기열 ‘비상’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의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뎅기열 환자는 이미, 2021년 전체 보고 숫자 5,258명을 넘어서서, 11,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뎅기열 환자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6월 1일 이전의 환자 숫자여서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현상은 열대기후 때문에 뎅기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에데스(Aedes)모기의 온상이 되고 있는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예고하는 수치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향후 몇 년 동안 더 일반화하면서 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뎅기열은 가볍게 보아넘길 질병이 아니다. 뎅기열은 고열, 극심한 두통, 온몸 통증 같은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에는 출혈, 호흡곤란, 장기부전을 유발하다가 사망하기까지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환자가 확실하게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내무부장관 데스몬드 탄은 민간에서 발견되는 사례와는 별도로 공식 통계를 가지고 이렇게 분석했다.

“지금은 시급히 대처에 나서야 하는 긴급 비상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의 뎅기열 환자 급증 현상은 최근의 이상 기후 때문에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뎅기열 모기와 바이러스 전파에 최적 조건인, 지속되는 고온 현상과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불길한 조짐이 확산하는 실정이다.

“뎅기열은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발병하는 풍토병(epidemic)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1월 발간한 글로벌 뎅기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면서 “이 병으로 인한 환자가 지난 50년간 30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뎅기열이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함에 따라 환자수 증가뿐만 아니라 폭발적 발병 또한 일어나고 있다.”

WHO에 따르면 뎅기열은 2019년 전 세계에서 52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숫자를 나타냈으며, 같은 해 아시아에서 이 병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수백 명이 죽었고, 국가적으로 뎅기열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수백만 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는 뎅기열 환자들로 병원이 만원사례를 이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최초로 전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었다.

싱가포르의 경우 사상 최악의 뎅기열 발발은 그 다음 해인 2020년 찾아와서, 35,315명의 환자 발생에 28명이 사망했었다.

금년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뎅기열로 사망한 환자는 1명에 불과하지만 늘어나는 환자수로 인해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뎅기열은 싱가포르에서 수십 년 동안 풍토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년에는 2022년 5월 28일 현재 약 1만1,670건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으며, 그들 중 약 10%는 입원을 필요로 합니다.”

싱가포르 보건부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뎅기열로 인한 응급실 입원 환자수가 최근의 뎅기열 급증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뎅기열 환자가 최고점에 이르는 시기를 앞에 두고 의료전문가들과 클라렌스 여킨과 같은 의사들은 금년에 뎅기열 환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뎅기열은 계절 질병이며, 일단 날씨가 고온다습해지면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클라렌스 여킨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상기포르 시내에서 뎅기열 클리닉을 운영 중인 여킨 박사는 최근 뎅기열 관련 증상 환자들의 급증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뎅기열은 풍토병일지 모르지만 결코 치료하기가 용이한 질병은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싱가포르 보건부 대변인은 대부분의 뎅기열 환자들에게는 입원이나 중환자실 입실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일부 환자는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뎅기열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의료계에 뎅기열 환자에 대해 적절한 임상 대처 뿐만 아니라 고열 환자가 찾아올 경우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을 당부하는 중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뎅기열 방역 활동을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뎅기열 방역 활동을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 뜨거운 낮과 더 따듯한 밤

싱가포르의 뎅기열 환자 급증은 새로운 바이러스 변종이 우세종이 된 현상뿐만 아니라 최근의 온난화와 습한 날씨 같은 복합적 요인 탓이라고, 싱가포르 듀크대학 수석연구원이자 신생 전염병 전문가 루클란시 데 알위스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후 변화가 상황을 더 악화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과거의 예측 모델 연구들은 기후 변화에 의한 글로벌 온난화가 결국 뎅기열 전파 기간을 늘렸을 뿐 아니라 모기가 번성할 수 있는 지리적 영역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위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싱가포르 기상청은 싱가포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두 배나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탄소배출량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늘어난다면 2100년이 되면 일일 최고기온이 섭씨 37도에 이를 수 있다고, 싱가포르 기상학자들은 경고한다.

최근에는 무더운 습도와 함께 5월 기온이 기록적으로 섭씨 36.7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 사회과학 대학의 기상학자 코테용 교수에 따르면 고온 현상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도 매우 더웠지만, 지금은 50년 전보다 12일이나 더 더운 낮과 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는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로서는 “지역적 폭우 현상과 기후 변화를 직접 연관지을 과학적 고리는 명확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길어지는 더운 날씨와 몬순 기후에 따른 갑작스런 집중호우를 고려할 때 싱가포르의 연간 뎅기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극한의 기후 조건이 모기들에게 완벽한 서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뎅기열을 박멸하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 융합연구 교실의 기후학자 윈스턴 차우는 이렇게 예견했다.

그 자신이 뎅기열에 두 번이나 감염되었던 차우 박사는 문제가 증폭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대비라는 측면에서 싱가포르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훌륭한 의료 인프라와 수많은 정책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에는 여전히 할 일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국적인 소독약 살포나 대중 홍보 활동, 심지어 특수 실험실 배양 모기를 활용한 새로운 실험을 통해 모기 개체수를 억제하기 위해 매년 수천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의 정부기관은 뎅기열 감염 및 모기 숫자의 증가를 계속 보고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뎅기열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싱가포르 환경부는 뎅기열 급증의 원인으로 “최근의 고온다습한 날씨와 강우”를 꼽으며 CNN에 이렇게 밝혔다.

싱가포를 환경부는 다가올 몇 달 동안 뎅기열 환자가 지속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기관들이 광범위하게 모기 서식지를 퇴치하면서 모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른 지역에서 모기가 번식하고 있다.

“모기 번식 서식지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제거하는 것이 모기 개체수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

해당 부서는 이렇게 밝혔다.

뎅기열 고착화

기후 변화가 심화하고 지구가 더워짐에 따라 지카바이러스(Zika)나 치쿤구니야 바이러스(chikungunya), 그리고 뎅기열은 계속 번질 것이고 인류에게 전례없는 피해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장 중요한 질문은 정치인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모기가 옮기는 질병의 심각성을 인식하느냐 아니냐로 모아진다. 바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위험한 결과를 방지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하는 환경 조건 때문에 모기 번식률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기후 비상사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뎅기열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기후학자 윈스턴 차우는 주장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싱가포르에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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