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OCUS] 영토 확장에 나선 부동산신탁사…재건축 리스크에 ‘반사이익’ 기대감
[건설FOCUS] 영토 확장에 나선 부동산신탁사…재건축 리스크에 ‘반사이익’ 기대감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6.09 16:27
  • 수정 2022.06.0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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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사태로 인해 주먹구구식 재건축 도마위 …‘조합 →신탁’ 형태 주목
부동산신탁업계, 재건축·재개발 등 도정사업 이어 가로주택 사업 도전장
디벨로퍼 입지 선점을 위한 경쟁 치열…부동산신탁사, 11곳→14곳 늘어
신탁중심 사업, 갈등 줄여 사업기간 단축…사업비 조달 등 리스크 최소화
작년 신탁사 실적 ‘호조세’…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코리아신탁 상위권
한강을 둘러싼 서울 강북·강남 일대 재건축 재개발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강을 둘러싼 서울 강북·강남 일대 재건축 재개발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사태’로 말미암아 신탁방식의 재건축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신탁사들은 부동산 신탁 시장의 범위를 확대해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도시 정비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며 영토 확장에 분주하다. 신탁방식을 통한 도시 정비사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면서 신탁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도 주효했다. 이에 신탁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틈새시장이라면 어디든 파고 드는 모습이다.

부동산신탁사가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디벨로퍼 입지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국내 신탁사는 2009년까지만 해도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리아신탁, 무궁화신탁 등 11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9년 한국투자, 대신, 신영 등 세 곳이 신탁업 인가를 받아 14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신탁사들은 최근 들어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에 소속된 주민들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형태다. 조합의 사업추진방식과 다르게 추진위와 조합 설립 단계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사업 기간도 1~2년 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신탁사를 시행사로 두면 사업 초창기부터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신탁사가 자체 신용도를 기반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각종 금융 비용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다. 아울러 신탁사는 수수료 등 비용에도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기 때문에 사업 과정에서 투명성도 보장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단점도 있다. 신탁사들이 분양 매출의 2~4%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데다가 사업 전반에 걸쳐 신탁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신탁사 영향력이 반영되는 만큼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에 강남권 신탁 재건축 단지로 기대를 모았던 잠원동 신반포4차 아파트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신탁방식이 무산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출처=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사진출처=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탁방식 재건축 확대되는 추세다.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사태' 영향이 크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시공단과 계약을 맺어 공사가 52% 진행됐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둘러싸고 소송전이 벌어졌다.

한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둔촌주공 일부 조합원들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신탁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냐고 묻는 분들도 꽤 있다”며 “둔촌주공 재건축은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다보니 처음부터 신탁 형태로 진행됐다면 큰 무리 없이 자금이 안정적으로 수혈돼 공사비 갈등에 휩싸이지 않고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신탁사들이 재개발 사업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지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부동산신탁사들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직접 뛰어들 명분이 생긴 것이다.

원활한 자금 융통을 위한 대출 제도도 개선했다. 2019년 6월 정부는 소규모 재건축과 가로주택정비사업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 기금 융자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부동산신탁업계는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들은 대부분 정비사업팀을 구성하고 전문인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중 몇몇 신탁사의 경우 아예 별도로 정비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신탁사의 전문성과 자금력 도움을 받아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전에는 정비사업을 늘리는 경우가 많이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생기면서 파이낸셜 구조상에 반드시 신탁사가 들어가게 됐다.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 조감도. [사진=한국토지신탁]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 조감도. [사진=한국토지신탁]

대전 동구 용운 주공 아파트는 신탁방식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정비사업이다. 이 단지는 2004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10년 이상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후 지난 2016년 한국토지신탁을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선정하며 1년 만에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관리처분변경인가 등을 마무리했다.

용운주공아파트는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선정한 이후 2267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인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로 변신했다.  분양한지 불과 3개월 만에 완판에 성공한 것.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는 신탁 방식 재건축으로 수천 가구 단위의 대규모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의 성공은 업계와 재건축 예정 단지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경기 군포 금정역세권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현재 전체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동의율은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계 2위 한국자산신탁도 군포 산본 1-1지구에서 동의율을 절반 가까이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아신탁이 추진한 ‘안양 진흥로얄 아파트 재건축’도 빼놓을 수 없다. 해당 재건축 사업은 코리아신탁이 주도한 것이다. 조합 없이 추진해 2016년 9월 시행자 지정 후 5년 만에 준공된 사업으로 손꼽힌다. 안양 진흥로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6개 동, 233가구 규모 진흥·로얄아파트를 최대 29층 4개 동, 304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2021년 11월 탈바꿈한 한양수자인평촌리버뷰’는 입주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 대선제분 일대 도시정비형 재개발 1구역 1지구 재개발' 사업, ‘마포구 망원동 가로주택’ 사업, ‘중랑구 면목동 가로주택’ 사업 등에서 단독 시행자로 고시된 바 있다.

코리아신탁은 사업대행자 방식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009년 7월 착공 후 시공사의 부도로 지지부진했던 ‘광진구 자양동 대영연립 재건축 사업’을 주도해 준공 승인을 얻어냈으며, 준공과 시공사 정산이 장기 지연됐던 ‘성북구 장위 1구역 재개발 사업’ 역시 대행사로 선정돼 분양을 성공시켰다.

서울 성수동 1가 트리마제 정문 입구. [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
서울 성수동 1가 트리마제 정문 입구. [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

신탁방식 주택정비사업이 주목받으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의 수익성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신탁사 14개사의 누적 매출 총액은 1조6050억원으로 전년(1조3623억원) 대비 2427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347억원, 당기순이익은 6378억원으로 전년보다 1264억원, 1036억원 각각 증가했다.

부동산신탁사의 본업 수익인 신탁보수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 14개 신탁사가 벌어들인 신탁수수료는 총 8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이는 신탁사 매출 합계의 56%에 이르는 금액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기준 1위를 달성한 곳은 한국토지신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2051억원,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각각 882억원‧682억원이었다. 지난해 한국토지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 843억원, 차입형 도시정비 810억원, 리츠 379억원, 기타(관리형 토지신탁, 비토지신탁, 컨설팅, 대리사무 등) 552억원 등에서 2584억원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도 수주액 2148억원보다 약 20% 가량 증가한 것이다.

시장점유율 2위는 코람코자산신탁으로 추격세가 거세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국내 민간 리츠(REITs) 1위 운용사이며, 지난 2019년 LF그룹에 편입됐다. 신규 법인 설립과 자산 매각을 통해 임대수익을 통한 실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 1943억원, 영업이익 428억원, 당기순이익 31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자산신탁 역시 탄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이 1676억원, 영업이익 1130억원 당기순이익 814억원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 거둬들인 수주액(신탁수수료 약정액)은 2260억원으로 2020년보다 46.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차입형 토지신탁이 1160억원(11건)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으며, 관리형 토지신탁(490억원), 비토지신탁(490억원), 리츠(1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신탁업계 관계자는 “최근 토지신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부분의 신탁사들이 도시정비, 리츠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법이 개정된 이후 도시정비사업은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블루오션인 만큼 사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신탁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내지 재개발같은 도시정비사업 대다수는 사업비 조달 등 막대한 금융비융 지출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탁방식의 도시정비”라며 “사업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곳에 신탁사들이 인바이트하고 정비사업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구도심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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