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흥국생명·화재 이어 금융계열사만 네번째 대표 교체
태광그룹이 올해 들어서만 4번째 금융계열사 수장 교체에 나서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 처분에 법원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경영권 사수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진 인적쇄신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인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은 이달 초 이은우 전 우리은행 기업여신팀장과 김필수 전 국민은행 강남2지역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각각 공시했다.
이에 앞서 흥국생명·흥국화재도 올해 초 임형준·임규준 대표이사를 각각 새로 선임한 바 있어 태광그룹이 금융 부문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적쇄신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칫 저축은행계열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뻔 했던 이 전 회장이지만 법원 판결로 지배구조가 안정화된 것이 불과 두 달여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이 2019년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이 전 회장에게 대주주 적격성 유지조건을 충족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금융위의 행정명령은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10% 미만으로 줄이라는 것이었다. 저축은행법에 따르면 30%가 넘는 저축은행 지분을 보유한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전 회장은 흥국증권(68.8%), 흥국생명(56.3%), 고려저축은행(30.5%)을 각각 지배하고 있다. 또 이들 계열사들을 통해 흥국자산운용(72.0%), 흥국화재(59.6%), 예가람저축은행(65.3%)을 각각 지배하는 구조다.
이 전 회장은 이같은 처분에 불복해 작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이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문제는 일단락 됐다.
특히 작년 10월 이 전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부재 기간 발휘하지 못한 경영권을 다지기 위한 밑작업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라며 “대표 뿐 아니라 태광 금융사 임원들도 상당수 교체됐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 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 간 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없고 임원으로 선임될 수도 없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2019년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작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태광 측 관계자들은 이 전 회장은 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으레 한 번씩 있는 회사의 조직개편일 뿐 이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태광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임원진 교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은 뜬소문이고 조직개편의 일환이다. 법적으로 이 전 회장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런 입장이 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형식적인 절차라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부 인사나 조직개편 같은 사안들이 회장과 엮여있다는 식으로 얘기되다 보면 금융당국도 태광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오너 리스크가 있는 곳이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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