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항공기 탑승 직전 결항 '도미노' 승객들 분노... 글로벌 항공 대란의 원인은
[월드 프리즘] 항공기 탑승 직전 결항 '도미노' 승객들 분노... 글로벌 항공 대란의 원인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04 05:53
  • 수정 2022.07.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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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미 공항 [사진 =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항공 업계가 코로나 팬데믹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면서 늘어나는 승객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CNN방송은 3일(현지 시각) "미국과 유럽의 비행기 여행객들에게 이번 여름은 불만의 계절이 될 듯하다"고 보도했다.

여행자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탈출을 즐기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기꺼이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가 이에 발맞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함에 따라 일부 비행기는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취소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에서만 1,5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델타항공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7월 일정에서 하루 약 100편의 항공편을 줄였으며, “팬데믹 발발 이후 최대로 늘어난” 승객 수에 대비하기 위해 7월 4일 여행자에 대한 사전 면책 예고(waiver)를 발행했다. 또 에어캐나다는 7월과 8월에는 최대 10%까지 비행편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하루에 약 150편의 항공편에 해당한다.

여기에다 보안, 체크인 및 출입국 심사 지연으로 아수라장이 벌어지면서 공항에서 승객들이 터미널 밖에 줄을 서거나 출국장에서 야영을 하는 장면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또, 공항 당국이나 항공사들이 승객들에게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더 일찍 일어나도록 요청했다가 거꾸로 너무 일찍 나오지 말라고 말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승객들에게 이번 주에는 “비행기 출발 4시간 전에 나오셔야 합니다.”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하물 취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주인을 잃은 엄청난 양의 가방 더미를 보여주는 사진은 잃어버린 짐을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승객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묘연한 해결책

성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당장의 비행기 여행은 대체로 악몽과 같거나, 어떤 경우에는 도박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당장은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주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이메일을 통해 승객들에게 상황이 “단기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경고하면서 상황은 겨울이나 되어야 안정을 찾을 듯하다고 말했다.

루프트한자는 “우리의 인프라 파트너들뿐만 아니라 일부 자체 영역에서도 여전히 인력 부족과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항공 업계의 거의 모든 회사는 현재 새로운 직원을 모집 중에 있는데, 유럽에서만 수천 명의 채용 계획이 잡혀있습니다.”

문제가 비행기 자체가 아니라 주로 공항과 관련된 경우에도 항공편이 지연 및 취소될 수 있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최근 공항 혼잡으로 인해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모든 유럽 인바운드(inbound) 항공편을 취소해야 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상업 항공과 관련된 대부분의 내용들은 일반인들이 알기는 쉽지 않지만 항공사와 공항이 현재 겪고 있는 일련의 문제는 그렇지 않다. 현 상황이 훨씬 더 일반적 경영 문제인 인력 채용과 관련되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공 산업은 이런 일이 닥칠 것을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

[사진 = 연합뉴스]
미 공항 [사진 = 연합뉴스]

“놀랄 일도 아니다.”

“항공사 경영진은 자체 연구나 타 회사가 수행한 연구 및 예약 시스템을 근거로 여행 수요가 다시 강하게 일어날 것을 예견해야 했습니다.”

시장 조사·자문 기업 ‘애트머스피어 리서치(Atmosphere Research)’의 대표 헬리 하트벨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자체 데이터를 보지 않았거나 잘못 읽거나 틀리게 해석했지만 현 상황 중 어느 것도 예측이 그렇게 어려웠던 일도 아니었던 겁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팬데믹 기간 동안 경력자들이 너무 많이 해고되거나 자발적으로 항공 업계를 떠난 결과로 발생하고 있는데 항공사, 공항 및 기타 항공 시스템의 핵심 부분이 ‘자격을 갖춘 필요 인력’을 보충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자격을 갖춘 필요 인력’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공사와 공항이 모두 잘 알고 있듯이, 비행기나 공항 게이트에서 일할 수 있는 일종의 보안 패스를 얻는 데에는 관련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다 영국의 경우에는 브렉시트(Brexit) 이후 유럽연합(EU)의 인력풀을 끌어다 쓸 수 없다는 애로사항도 있다.

또한 많은 항공 여행 컴퓨터 시스템이 최신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세상보다 1980년대에 더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항공 분석·보고 회사인 ‘에어인사이트(AirInsight)’의 파트너인 애디슨 숀랜드는 인력 부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부문을 “사람이 근무하는 항공 여행 시스템의 전체 분야”로 요약한다.

그는 “해고는 쉽지만 적절한 보안 허가를 받은 사람들을 다시 데려오는 일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거기다가 미국 항공사 경영진은 믿을 수 없다고 악평이 나 있습니다. 그리고 호황과 불황의 불규칙 주기 때문에 안정적 경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분야에는 숙련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항공 업계 노동자들에게 호시절이 찾아온 것은 사실입니다.”

숀랜드는 이렇게 분석했다.

일부 문제는 너무 많은 아웃소싱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개트윅공항에 탑승 수속을 밟으려는 승객들의 긴 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개트윅공항에 탑승 수속을 밟으려는 승객들의 긴 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혼란으로 가는 지름길

특히 유럽의 많은 공항에서 체크인, 보안, 수하물, 게이트 및 공항 운영과 같은 주요 작업은 항공사 및 공항과 계약한 간접 고용(third-party companies) 형태로 근무가 이루어지고 있다. 당신이 탑승한 항공사 직원과 다른 복장을 하고 근무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꽤 힘든 일을 한다. 예를 들어 악천후 속 야외에서 수하물을 적재하거나, 밤 늦게 또는 새벽까지 일하고,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승객들과 상대해야 하는 일들을 들 수 있다.

이는 실제로 노사 관계의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팬데믹 기간 동안 브리티시 에어웨이즈(British Airways)는 일부 영국 직원의 급여를 10% 삭감했었다. 그 이후 일부 근로자는 임금이 인상되었지만 히드로 공항의 체크인 직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에 그들은 현재 파업을 고려 중이다. 이와 관련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측은 실망을 표시하고 쟁의행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신이 대서양의 어느 편에 있든 혼란으로 가는 지름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애트머스피어 리서치’의 헬리 하트벨트 대표는, 미국에서는 연방 항공국(FAA)이 항공 교통 관제사의 부족 때문에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제한은 2020년과 2021년에 새로운 항공 교통 관제사를 고용하고 훈련하는 FAA의 기능에 제약을 초래했습니다. 게다가 항공 관제사는 56세에 은퇴해야 하는데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에도 달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FAA는 예비 항공 관제사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있지만 훈련 과정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항공사는 FAA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일부 목적지, 특히 플로리다로 가는 항공편을 더 많이 배당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날씨가 좋을 때에도 FAA는 항공 관제 센터 전체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때로 일부 항공편에 더 길고 덜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하여 지연 사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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