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판결 후폭풍]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바이든에 불만을 표출하는 미국 진보 진영
[낙태 판결 후폭풍]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바이든에 불만을 표출하는 미국 진보 진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06 05:20
  • 수정 2022.07.0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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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찬반시위 :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례를 폐기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여성 권리를 주장하며 피켓을 든 낙태 찬성 시위대 앞에서 낙태 반대 시민이 확성기를 들고 태아 생명권 옹호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태 찬반시위 :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례를 폐기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여성 권리를 주장하며 피켓을 든 낙태 찬성 시위대 앞에서 낙태 반대 시민이 확성기를 들고 태아 생명권 옹호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기존의 판례를 뒤집은 뒤 후폭풍이 거세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 판결을 거듭 규탄하며 향후 정치 일정을 통해 필리버스터 조항을 고쳐서라도 낙태권을 보장하는 판결(Roe 판결)을 법제화하겠다고 무마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더힐(The Hill)’은 5일(현지 시각) 미국의 진보 진영과 일부 공화당 인사들조차 바이든 행정부의 '뒷북 때리기'를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거의 50년 동안이나 헌법적 권리처럼 행사되고 있던 낙태권을 뒤집는 순간을 분노의 눈길로 바라본 민주당 책략가들과 활동가들은 백악관을 상대로 낙태권 회복을 위해 권력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고 탄원하고 있다.

그들은,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법제화하기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 조항을 종식시키는 자구책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한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좀처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백악관이 정말로 무대책이었음이 너무 자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사전에 유출될 거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겁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운밸럿(down-ballot: 상·하원 등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다른 선출직)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진보 전략가 맥스 번즈는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이번 판결 내용이 사전 유출된 사실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리 예고된 참사를 두고 왜 이리 놀라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판결 이후 벌어지는 악몽을 두고 모든 관리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이렇게 이어나갔다.

“다른 말들이 나올 수 없는 신호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화를 마무리 했다.

“유감입니다만 어마어마한 분노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맥스 번즈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건 아니다. 백악관이 여성의 권리 보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촉발되었다고 하는 분노와 좌절감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판결이 있고 몇 시간 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두고 “비극적 실수(tragic error)”라며 맹폭을 퍼부었다.

“이번 판결이 최종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인의 행정부는 적절한 법적 권한을 모두 행사할 것이지만 의회도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바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상당수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진보 진영의 반발은 특히 거세다.

좌파 진영 의원들과 인권운동가들은 바이든과 백악관 식구 모두를 상대로 이번 판결의 엄중함에 대해 미국인들을 상대로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고, 출산 보건의 전 분야에 걸쳐 안전한 접근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은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일 미시시피주 한 산부인과 입간판의 모습. 해당 산부인과는 미시시피주에서 유일하게 낙태가 허용된 곳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미시시피주 한 산부인과 입간판의 모습. 해당 산부인과는 미시시피주에서 유일하게 낙태가 허용된 곳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세계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가까스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원이 ‘로 판례(Roe’s status)’를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필리버스터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렇게 되면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힘만으로 관련 법률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우리가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회가 올바른 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진 나토(NATO)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필리버스터 조항이 걸림돌이 된다면 그건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이기는 해도 우리는 이에 대한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합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올바른 길로 들어섰다고 반기고 나섰다.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마침내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반응했다.

“드디어 우리 말이 먹히게 되었습니다.”

바이든의 성명이 나온 뒤 민주당의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은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진짜 힘이 올바른 길로 행사되는 것을 목격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권한을 활용합시다. 우리에게는 힘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보건복지부가 피임과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을 돕는 웹사이트를 새로 개설한 뒤 행정부에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우리가 더욱 구체적인 발걸음을 모색하게 되었고, 더 진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확신합니다.”

안전한 낙태와 피임 권리를 주창하는 국제 비정부기구 ‘이파스(Ipas)’의 고위 법률·정책 자문위원 베타니 반 캄팬 사라비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들이 꼭 무능하다고만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는 행정부의 조치를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진보 진영은 이번 판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더 많은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진보 진영은 최근 며칠 사이 보건 데이터 공유 앱상의 개인정보에서부터 위급한 상황에서 폐쇄되고 있는 낙태 시설까지 모든 사항들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조차 지난 50년 동안 야권이 ‘로 판례’를 법제화하지 않고 허송세월한 사실을 큰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도대체 ‘로 판례’를 법제화하지 않고 뭐를 하고 있었던 것인가?”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을 위한 공화당 여성 연맹(Republican Women for Biden)’을 이끌었던 공화당 책략가 리나 샤는 이렇게 의문을 제기했다.

극우 성향의 공화당 후보나 의원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반기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은 이번 사태로 촉발된 민주당의 곤경을 두고 개인적 충격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이번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필요 없는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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