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CNN이 소개하는, 흑인 퀴어 러브(queer Black love)를 상징하는 사진 한 장
[월드 프리즘] CNN이 소개하는, 흑인 퀴어 러브(queer Black love)를 상징하는 사진 한 장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08 06:18
  • 수정 2022.07.08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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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절로 로벨 윌리엄스(D'Angelo Lovell Williams)의 'The Lovers, 2017.' [사진=디앤절로 로벨 윌리엄스]
디앤절로 로벨 윌리엄스(D'Angelo Lovell Williams)의 'The Lovers, 2017.' [사진=디앤절로 로벨 윌리엄스]

CNN 방송의 스타일 코너(CNN Style)는 7일(현지 시각) 흑인 퀴어(남성 동성애자) 사진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예술로 표현된 그들의 사랑과 삶을 들여다봤다.

디앤절로 로벨 윌리엄스(D'Angelo Lovell Williams)가 과거 파트너였던 글렌과 서로의 얼굴을 두건으로 가리고 카메라 앞에서 키스하는 포즈를 취했을 때 그의 마음 속에는 유명한 회화 한 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시시피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 중인 논바이너리(non-binary : 성별을 여성이나 남성의 이분법으로 가르지 않는 트랜스젠더나 퀴어 성향자들을 가리키는 용어) 성향의 예술가 로벨 윌리엄스는 제1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태어난 초현실주의 미술을 사랑해왔다.

그들은 이 사진을 기획하면서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저 유명한 그림 ‘연인(The Lovers)’에 표현된 단순한 하트 모양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었다. 벨기에 출신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1928년 탄생된 이 작품을 통해 단절과 그리움에 대한 알레고리를 묘사하기 위해 깊은 키스를 나누는 커플을 그리면서 그들의 얼굴과 두상을 흰색 천으로 완전히 덮어버렸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제목이 같은 윌리엄스의 사진(The Lovers, 2017.) 속에서 구성 요소들은 예상치 못한 낭만주의(romanticism)를 나타낸다. 별다른 특색 없는 배경을 뒤로 한 두 사람의 옆얼굴이 결합된 듯하면서도 검은 두건의 천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 속에서 어떤 드라마가 강조된다. 윌리엄스와 글렌이 타오르는 갈망의 몸짓으로 서로의 얼굴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 뒤로 침대의 프레임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등장인물들 스스로의 모습도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사진의 전면 중앙부에 위치한 두 사람이 흑인 퀴어 커플(queer couple)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흑인의 미(美)와 문화를 상징하는 두건을 걸치고 있다.

“저는 흑인 퀴어 남성들의 노골적 사랑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퀴어 성향 여부를 떠나, 많은 흑인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리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윌리엄스는 CNN 스타일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누군가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특히 다른 남성들을 대상으로는 더욱 그렇지요.”

윌리엄스가 2017년 이 사진을 제작했을 때 이들 커플은 뉴욕의 시러큐스 대학에서 예술사진의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심오함을 연상시키는 그들 자신의 자화상(deeply evocative self-portraits)을 위한 시각 언어를 개발하는 중이었다.

이 사진은 그들의 졸업 전에 뉴욕시의 ‘하이어 픽쳐스 미술관(Higher Pictures)’에서 최초로 개최된 갤러리 쇼에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현재는 그들이 지난 7월 초 처음으로 펴낸 책 『컨택트 하이(Contact High)』에 실려있다. ‘컨택트 하이(Contact High)’는 어떤 대상과의 접촉을 통해 성취되는 도취감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 책 안에서 윌리엄스의 ‘The Lovers’는, 이후 그의 시 세계(poetic world)를 형성하는 수많은 작품 아카이브 중 하나로, 페이지 크기에 비해 의도적으로 작고 친밀하게 축소해서 삽입되어있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연인(The Lovers)’ [사진=ATI]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연인(The Lovers)’ [사진=ATI]

지난 5년 동안 윌리엄스의 작품 세계는 자아 탐구와 관계 형성 분야로 폭넓게 확장되었다. 종종 가족과 친구들이 등장하는 그의 사진은 섬뜩함과 영적인 색조를 띠도록 섬세하게 연출된 초상들을 통해 현실과 기교를 넘나든다.

“우리의 젠더(gender)와 성(性), 그리고 삶은 사람들이 관람하든 아니든 그 자체로 공연입니다.”

윌리엄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성(公演性)은 분명 제 작품의 일부입니다.”

그들은 터치(touch) 또한 자신들의 작품을 묶어주는 구성 요소라고 말했다. 손을 잡고, 잡아 당기도 하고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때로는 외견상으로는 육체적으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항상 심원한 친밀감을 유지한다. 어떤 사진 속에서는 글렌이 한 손으로는 윌리엄스의 머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턱선을 면도하기 위해 면도칼을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 윌리엄스와 동료 작가 찰스 롱은 둘 다 누드 상태로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상태로 떨어져서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이 모습은 작품 ‘The Lovers’의 긴장감을 떠올리게도 한다. 바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까움과 거리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 ‘컨택트 하이(Contact High)’를 통해 윌리엄스의 작품들은 단순한 로맨틱한 사랑만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사랑을 탐구한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성적 자유를 옹호하지만, 연인, 친구, 가족 사이에는 낙인찍히지 않은 친밀감이 존재한다는 생각도 옹호합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작품에는 흑인 퀴어 자녀를 사랑하는 흑인 부모의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윌리엄스의 작품에서도 르네상스 시대의 손짓이나 초현실적 사진 속에 등장하는 뒤틀린 신체, 그리고 흑인 구상미술가들(figurative artists)의 동포애에 대한 일상적 이야기처럼 전통 예술의 흔적을 엿볼 수는 있지만 이 사진작가는 너무 노골적인 언급을 멀리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꾸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는 제 작품을 위해 역사 속 예술가들의 이미지를 갈아엎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특히 흑인과 유색인종 예술가들이 예술사의 긴 기간 동안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제하지 못해왔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 작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제 작품에 진실을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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