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날로 격화하는, 미국인들을 향한 중국의 스파이 게임
[월드 프리즘] 날로 격화하는, 미국인들을 향한 중국의 스파이 게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11 05:47
  • 수정 2022.07.1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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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맥칼럼 영국 보안국장(MIS, 소위 MI5·왼쪽)이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 MI5 본부에서 열린 미·영 방첩기관 수장 공동기자회견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왼손으로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켄 맥칼럼 영국 보안국장(MIS, 소위 MI5·왼쪽)이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 MI5 본부에서 열린 미·영 방첩기관 수장 공동기자회견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왼손으로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갈등이 다방면에서 고조되면서 미국인들을 향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도 함께 격화하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각) BBC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에 살며 오랫동안 중국 정부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온 반체제 인사이자 유명 올림픽 피겨스케이터 알리사 류의 아버지 아더 류(Arthur Liu)는 1년 전 FBI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을 때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FBI는 중국 정부가 나와 내 딸의 여권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베이 에어리어 쪽으로 스파이들을 보낼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와우! FBI는 이걸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구나.’라고 생각했지요.”

당시 아더 류는 스파이로 의심되는 사람과 접촉을 거부한 바가 있다.

“2022년 2월,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미국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라고 하면서 내 딸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발 전에 사전 점검 중이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이 전화가 미국 올림픽 위원회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지는 못했습니다. 나는 그냥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하고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겁니다. 여권 정보를 그런 식으로 알려주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미 정보 당국은 해당 전화를 걸어온 남자가 플로리다 출신의 전직 교도관이자 경호원인 안토니 지부리스(49)라고 믿고 있다.

지부리스는 중국 정보기관을 대신해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명예를 떨어뜨리는 임무를 맡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담당한 반체제 인사들에는 아더 류와 양 지옹(Yan Xiong)이 포함되어있다. 양 지옹은 1989년 천안문광장 시위 사태에 연루되었던 인물로 미군에서 군목(軍牧)으로 활동했었고, 국회의원 후보로 선거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미 국무부는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안토니 지부리스를 기소했다. 하지만 이런 스파이들은 지부리스 한 사람만이 아니다. 미 당국은 미국 거주 중국인들을 상대로 스토킹, 괴롭힘,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올 한 해에만 최소 12명을 기소했다.

지난 8일에는 아더 류 사건과 관련해 2명이 더 추가로 기소되었다.

아더 류 사건은 중국이 세계를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로 미국과 영국에서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불거졌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 책임자들은 이번 주 전례를 깨고 런던에 위치한 MI5(영국 보안정보국) 본부에 합동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미-영 정보기관 수장들은 중국이 운용하고 있는 광범위한 사이버 간첩망과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하면서 그 규모가 다른 주요 국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적국에 대해 정보 활동에서 다방면으로 우위를 점하고 집권 공산당에 가해지는 위협을 진압하려는 중국 당국이 그 활동폭을 넓히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체적인 활동 영역은 컴퓨터 스캠(scam)에서부터 직접적인 스파이 활동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다.

미국의 전직 정보 관리들은 중국 스파이 활동의 최고 목표가 되는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에 해가 되는 ‘5가지 해악(Five Poisons)’이라고 규정한 분야와 연루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즉, 티베트와 위구르 분리주의 활동가들, 파룬궁(Falun Gong) 신도들, 대만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아더 류 사건에 볼 수 있듯이 중국 민주주의 운동가들이 그들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활동은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인이라고 해서 안전할 것 같지도 않다.

1989년 천안문 시위 사태 이후 홍콩을 통해 중국을 탈출한 아더 류에게 스파이 활동이 집중되리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예상은 아니다.

그는 진짜 중국 스파이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한 중국 학생을 도와주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는 이 학생을 미국 내 중국인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받고 미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1~2년이 지나자 그 학생은 그들이 나를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나를 감시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올 수 있었던 거지요.”

아더 류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지시를 이행하기가 싫었던 겁니다.”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첩 활동은 이메일이나 컴퓨터 기기 해킹에서부터 그들 사회 공동체나 외국인 기구 내에 인간 조직원을 심는 일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전자 장비가 인간 스파이 활동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목표물을 스토킹하고 그들의 개인정보와 흔적을 포착하기도 합니다.”

CIA 중국 분석 분야에서 수석 분석가를 역임했던 크리스토퍼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줄줄이 이어져 나올 수 있는 거지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아더 류와 같은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과 서방 간에 형성된 ‘글로벌 수사 전투(global narrative battle)’의 일부라고 믿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존슨은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긍정의 빛(positive light)으로 포장하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목표가 지난 몇 년 동안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존슨은 이렇게 분석했다.

“‘담론의 힘(Discourse Power)’은 그들이 사용하는 투박한 맑스주의 용어입니다. 중국의 이야기는 자신들의 선전을 통해 스스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입니다.”

BBC는 이와 관련 중국 정부로부터 어떤 논평도 받을 수 없었다. 지부리스가 기소된 지난 3월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부당한 모욕과 비방”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전현직 미국 정보 관리들은 중국의 미국 내 대규모 첩보 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를 내놓고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올해 초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뻔뻔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 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경쟁을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투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은 특히 사실이라고, CIA 중국 분석 분야에서 수석 분석가를 역임했던 크리스토퍼 존슨은 말했다.

존슨과 다른 두 정보 관리는 BBC에 미국이 아더 류 사건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고 해서 중국이 스파이 활동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FBI에 따르면 FBI는 12시간마다 새로운 중국 관련 스파이 사건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2,000건 이상이 공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중국의 간첩 행위를 막으려는 미국의 전망은 “밝지 않다(dismal)”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FBI는, 미국에는 중국이 사적이고 정치적인 보복을 위해 점점 더 공격적인 스파이 활동의 목표로 삼고자 하는 “수백 명”의 반체제 인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들 목표의 대부분은 영주권 소지자 또는 귀화 시민(naturalised citizens), 즉 미국 법에 따라 중요한 권리와 보호를 받는 사람들입니다.”

레이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더 류는 자신에 대한 간첩 활동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BI가 아더 류에게 전화를 했을 당시에는 소셜 미디어에 소수 민족 위구르족과 관련한 중국의 처사에 대한 콘텐츠를 게시한 알리사 류가 베이징으로 향할 것이 거의 확실했었다.

아더 류는 딸의 안전이 “엄청나게 걱정”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는 딸이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중국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베이징에 가서 올림픽 출전 경험을 즐기기를 원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다시는 비슷한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지만” FBI가 그에게 다시 연락을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했습니다. 그들은(중국 정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저 혼자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러한 행위와 모든 종류의 인권 침해에 대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저를 막을 수 없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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