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내 외상환자 골든타임은 "1시간이 아닌 10분이다”
[인터뷰] 군내 외상환자 골든타임은 "1시간이 아닌 10분이다”
  • 김 선 기자
  • 승인 2022.07.13 15:44
  • 수정 2022.07.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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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섭(국군의무사령부 사령관)

최병섭 사령관은 의사이자 대한민국 군인으로 2020년 12월 24일부터 제44대 국군의무사령부 사령관을 맡고 있다. 그는 1992년 육군사관학교(48기)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92년~96년도)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맞혔다. 최 사령관은 <위키리크스한국>과 만난 자리에서 군 외상이 민간 외상과 다른 점에 대해 설명하고, 국군외상센터 개소 소감을 밝혔다. 그는 민간 외상에는 주로 자동차, 추락 사고 등이 많지만 군 외상에는 전쟁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 총상 등의 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골든아워가 1시간이 아닌 10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병원까지의 이송이 아니라 현장에서 소생해 병원까지 갈 수 있는 상태로 처치할 수 있는 외상 처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군 연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자 중 병원 전 사망자가 76%가 됐고, 그중에 살릴 수 있었던 사망자가 24%였다. 즉 현장에서의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의 외상 교육이 병원에 도착한 후를 중심으로 한다면, 군에서는 현장에서의 처치를 중심으로 한다. 특히 미군과의 연합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부 미국 외상학회·응급의학학회에서 인증을 받은 교육을 진행해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출 수 있다. 이를 위해 전투부상자처치(TCCC)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최병섭 국군의무사령부 제44대 사령관. [사진=국군의무사령부]
최병섭 국군의무사령부 제44대 사령관. [사진=국군의무사령부]

- 국군의무사령부가 국내외로 구축하고 있는 군 외상체계 시스템이 궁금하다.

“먼저 국군의무사령부와 대한외상학회가 2013년 9월에 군 외상의료체계 발전과 상호지원 및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의 주요 내용은 효율적인 외상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및 교육, 국내 각 외상센터 및 외상 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외상치료 및 예방에 대한 홍보 및 교육활동, 그 밖에 협조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이다. 국군수도병원을 외상학 세부 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하고, 외상체계 관련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8년에는 장병들이 가장 많이 주둔하고 있는 경기 북부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국군 외상 연합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외상환자의 신속한 이송 및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외상환자 교육을 위해서는 가천대 길병원과 외상 관련 실무 위탁교육 협력을 진행하고, 국군외상센터 개원 이후 지난 6월 3일에는 제1회 국군외상센터 심포지엄을 개최해 민간과 군이 한자리에 모여 외상체계가 발전해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군의관에게는 국군의무학교와 대한외상소생협회와 협력으로 KTAT(Korean Trauma Assessment and Treatment·외상환자 초기치료 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동맹 및 우방국과 의무협력 활동 역시 추진하고 있다. 주한미군 외상환자 발생 시 대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한·미 연합 외상처치훈련을 분기 1회 정례화 실시하고 있고, 국군의무학교는 2021년 미국 응급구조사 협회(NAEMT)로부터 전장에서의 외상 처치를 위한 전투부상자처치(TCCC) 공인 교육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연장선에서 최근 우즈베키스탄 군 의무요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투부상자처치 교육을 진행했다. 의무사와 의무학교는 우방국 의무요원 대상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Global Standard’에 걸맞은 세계적 수준의 외상 전문 교육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다. 우방국 군의관의 국군외상센터 교환 교육과 우리 군의관의 현지 파견, 양측 대표단의 교류와 방문 등을 통해 우리 군 외상체계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대한외상학회와 PPTC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국군의무사령부와 대한외상학회는 제1회 국군의무사령부-대한외상학회 합동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014년부터 환태평양 외상학술대회(PPTC·Pan-Pacific Trauma Congress)를 공동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9회차를 맞이한 PPTC는 수많은 외상 전문가들과 국내외 전문 기관이 참가해 우수사례와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 외상 처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한국 외상의학 발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군 외상분야 전문가들이 국내외 유수 의료기관 외상 전문가들과 다양한 외상 관련 최신 경향과 사례를 논의한다. 또한 중증 외상분야에서 민·군 간 긴밀한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상호 협력을 강화해 민간과 군이 함께 발전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PPTC에서도 2019년 8월 군 복무 중 지뢰를 밟고 왼쪽 다리 부상을 당한 이주은 전 해병 대위(진)의 발표가 전체 발표 중 2위를 했을 정도로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주은 대위는 사고 당시 왼쪽 다리 족부를 절단했고, 국군외상센터 부센터장 이호준 중령 소개로 강연을 하게 됐다. 강연 내용은 단순히 소생하게 된 과정을 떠나 사고 당시의 감정과 공포감, 가족과 부대에 대한 여러 생각과 걱정, 심적으로 회복한 과정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군에서의 외상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치료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 재활 치료와 정신과적 치료도 함께 병행되어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 국군외상센터가 최근 개소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많은 분들의 준비와 노력으로 4월 20일 국군외상센터가 정식 개소했다. 폭발상이나 총상 같은 전투 손상에 대한 외상 처치는 누구보다 군이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한다. 국군외상센터 개소는 우리 군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임무였기에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 국군외상센터의 개원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군 의료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큰 전환점이다. 개원을 통해 군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한국형 군 외상 시스템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 현재 국군외상센터에는 민간 외상센터에서 교육받은 다수의 장기 군의관들이 보직되어 지뢰로 인한 손상, 총상, 기타 폭발손상 등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외상 처치에 대한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올해 8월부터는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의료진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국군외상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국군외상센터는 민간인까지 환자군을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미국의 ACS(American College of Surgeon)에서 Level 1 traumacenter로 인증 받아 ‘Global Standard’에 걸맞는 외상센터로 거듭날 것이다.”

- 앞으로 국군의무사령부 나아갈 방향과 비전에 대해 말해 달라.

“의무사령부는 올해 ‘의무비전 2050’ 발간을 통해 미래 군 의료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미래 국방환경 변화가 군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군 의료의 역할을 도출했다. 또한 바람직한 2050년 군 의료의 모습을 의무비전으로 설정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응 가능한 군 의료 구현,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전문화된 선진 군 의료 구현,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하는 군 의료 구현을 통해 군과 국민의 생명 수호 등이다. 국군의무사령부는 이러한 비전 실현을 통해 선진 국방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군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형 외상 시스템 구축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군외상센터 개원으로 군내 외상환자 발생 시 최초 처치와 판단, 후송, 외상센터의 치료로 이어지는 24시간, 그리고 실시간 One-Stop 응급환자 지원체계가 완성됐다. 신속한 신고를 위한 ‘군 응급환자신고 앱’ 운용과 24시간 대기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의료지도 및 후송지원을 통한 최적의 응급환자 지원, 또한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응급구조사가 탑승한 의무후송 전용헬기 운용으로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무사령부는 의무지원 사각 지역에 대한 의무후송 전용헬기 2차 전력화를 추진할 예정이고, 의료종합상황센터의 4차 산업 기반 미래형 통합관제시스템 ISP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후송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실시간 환자 상태를 공유할 예정이다. 둘째는 상시진료권 보장을 위한 원격의료체계구축이다. 군 병원 특성화 등 군 의료기관 역할 정립과 현대화는 물론 격오지 원격진료 확대, LTE 이동형 원격진료 장비 보급 성능개선 및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격오지 부대 상시 진료와 응급환자 발생 시 이동형 화상 장비 및 환자관찰 장치, 의료용 스코프를 활용한 다자간 화상 진료로 실시간 환자 상태 공유와 대응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의료종합상황센터 앱과 LTE 이동 원격진료 체계.
의료종합상황센터 앱과 LTE 이동 원격진료 체계.

- 군 내 원격의료체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민간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이 됐기 때문에 관련된 논란이 있지만,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시범 허용을 받았다. 왜냐하면 전방에 들어가보면 병원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고, 현장에 군의관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군인들이 병원에 가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프다고 해서 바로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 군인들을 위해 환자와 의사가 만날 수 있는 원격의료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의료종합상황센터 원격의료진료실에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24시간 상시 대기하고 있다. 화면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보고, 약물 처치를 할지 바로 병원으로 이동할지 등에 대해 결정하게 된다. 이것은 고정형 원격의료에 해당하고 LTE 이동형 원격진료 장비는 방공 기지 레이더 기지 등과 같이 군의관이 없는 곳에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장비다. 훈련 현장이라던가, 이송 과정 등에 현장 군의관하고, 센터 군의관하고, 병원 군의관이 모두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것이 군 내 필요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용으로 허용을 받았다. 이러한 시스템을 미군이 5년 전에 보고 도입해서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나라 시스템을 도입해 더 좋게 업그레이드 된 상황이다. 이제는 군에서 병원에 도착을 못해 사망했다는 건수는 없다. 모든 장병이 의료종합상황센터 앱을 통해 바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제일 자랑하는 것은 군사 좌표다. 환자 위치를 바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헬기 이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앱 하나로 모든 조정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 지휘관으로서 많은 고민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장병들이 있는 곳에 언제나 함께하며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전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군 의무요원들에게 찬사와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People first, Patient first’라는 사명감으로 군 의료분야의 미래를 위해 임무 수행하는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고가 오늘 우리 국군 장병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있다. 더불어 늘 아낌없는 성원과 응원을 보내 주시는 국민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국군의무사령부 전 장병은 국민과 장병들의 생명을 수호하고,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위키리크스한국=김 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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