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OCUS] 문화재청, ‘왕릉뷰 아파트’ 항소…법적 공방 2라운드 쟁점은?
[건설FOCUS] 문화재청, ‘왕릉뷰 아파트’ 항소…법적 공방 2라운드 쟁점은?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2.07.28 08:02
  • 수정 2022.07.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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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건설사 제기 행정소송 1심 판결 항소
문화재청 “1심 판결 법리적 다툼의 여지 있다”
건설업계 “항소심 승소하더라도 철거 어렵다”
“문화재청-지자체 관련법 이해 결여...행정사고”
장릉과 인천 검단 아파트 항공 사진 [출처=연합뉴스]
장릉과 인천 검단 아파트 항공 사진 [출처=연합뉴스]

문화재청이 일명 ‘왕릉뷰 아파트’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이 부당하다며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준 1심 법원 판단에 항소했다. 이로써 김포 장릉 주변에 지어진 ‘왕릉뷰 아파트’를 둘러싸고 문화재청과 건설사들이 법적 공방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제기한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무단 현상변경 관련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대해 지난 22일 항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일 건설사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 처분을 취소한다”며 각각 원고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건축허가 과정에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피고들의 공사중지명령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문화재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김포 장릉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1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상급심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들어서는 이들 아파트 중 일부 단지가 경관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로부터 500m 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짓는 높이 20m(7층가량) 이상 건축물은 문화재청의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시공사들이 사전 심의 없이 아파트를 지어 법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 대방건설은 문화재청을 상대로 공사중지 명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8일 원고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문화재청이 이번에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심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항소하기에 이르렀다”며 “기본적으로 문화재 행정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기준 범위를 500m로 설정·운영해 왔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법리적으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범위를 500m로 보느냐 200m로 보느냐에 대해 상급심을 받아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아파트 건설이 김포 장릉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1심 법원의) 판단 역시 문화재청의 입장과 다르다. 우리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항소한 것”이라며 “이에 ‘공사중지 명령에 대한 취소 행정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묻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문화재청이 이번 항소에서 승소할 경우 왕릉뷰 아파트 철거 등의 처방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한데 대해 이 관계자는 “이 소송은 공사중지 명령에 대한 것이지 철거에 대한 명령은 아니다”라며 “내부적인 검토 결과 철거로 결론내린 적은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문화재청의 이같은 움직임에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들은 의외로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들 3개 건설사 중 대방건설은 다음달 19일 나올 예정인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동일한 취지의 행정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대법원 본안소송 1심 선고가 나오는 8월 19일까지 결과를 기다리며 입주를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이 항소를 했다고 해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 현재로썬 1심 선고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문화재청의 항소 결과 1심 판결이 뒤집어진다고 해도 이미 검단 신도시 왕릉뷰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지난 5월 31일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입주가) 한창 진행중인 만큼 철거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보존 논리와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의 재산권이 상충되기 때문에 (문화재청이) 승소하더라도 섣불리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김포 장릉 사이로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 [출처=연합뉴스]
김포 장릉 사이로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 [출처=연합뉴스]

도시계획·부동산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문화재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일종의 ‘행정사고’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해 보면 문화재청과 인천시, 서구청 사이의 업무 협조가 긴밀히 되지 않고 담당 공무원의 자리변동이 잦아 전문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말해 문화재청에 도시계획 관련 전담 공무원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지자체인 인천시, 서구청에도 문화재 및 보존에 지식을 갖춘 공무원들이 인사이동 없이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가 없어 발생한 예견된 ‘착오’였다는 분석이다.

또 2008년 제정된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따르면 문화재청과 같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이 특정한 토지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려면 지적이 표시된 지형도에 규제지역 범위를 명시한 ‘지형도면’을 작성·고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고시는 규제지역의 종류를 열거한 것일 뿐, 특정한 토지를 지정하기 위한 지형도면 제출이 누락돼 있어 고시로서의 효력이 불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관할 지자체인 인천 서구청도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장릉 관련 규제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직무유기를 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 문화재법 개정 이후 해당 법령을 적용 받는 고시 대상에서 인천 서구청을 제외했다. 서구청은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토지의 이용 규제와 용도 등을 명시한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문화재 관련 규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서구청은 5년 전 개정된 법의 규제 내용을 지난해 11월에야 반영했다.

서구청 역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관할 토지의 법적 규제 내용을 확인하고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등록‧고시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명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문화재청이나 일선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각각 도시계획과 문화재 관련 법을 다루는게 매우 미흡하다”면서 “이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파트 건설 공사 인·허가 이전 과정에서 양측 공무원들이 긴밀히 협조하고 회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 의견 간극을 줄이는 것이 보다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지자체에서는 굵직한 도시개발 사업이 있을 때 문화재청에 미리 의견을 물어보는 등 사전 예방이 중요함을 인지하고 행정력을 집중함으로써 애꿎은 입주민의 피해가 발생하는 빈도를 많이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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