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헝가리에 배터리 관련 생산 공장 증설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기업 지분 인수
국내 주요 기업들이 수출입처를 다양화하는 전략에 나선 가운데 SK그룹도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하며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고,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 현지를 중심으로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6일 오후(현지 시각) 미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갖고 향후 대미 투자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22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150억 달러(약 20조원)는 반도체 R&D(연구개발)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 반도체 생태 강화에 투자한다. SK그룹 측은 "반도체 R&D 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져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은 미국·유럽·인도·동남아 등으로 투자를 늘리는 행보를 밟고 있다. SK그룹은 1991년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베이징 지사를 설립해 통신·주유소·반도체·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확충했다. 최근엔 미국·유럽·동남아로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했고, SK온은 총 5조원을 들여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전격 면담을 가질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
배터리 제조업체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블루오벌 SK'라는 합작법인을 만들어 미국 내에 총 3개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사의 투자액은 10조2000억원에 달하며 SK온은 내년을 목표로 배터리 셀 공장 2개도 짓고 있다. SK실트론은 2020년 듀폰에 4억5000만달러(약 5500억원)로 워싱턴DC에 위치한 웨이퍼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인근 베이시티에 새 공장을 지어 올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아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R&D 센터를 미국 서부에 조성할 계획이다.
헝가리·폴란드로 대표되는 유럽도 주요 생산거점으로 떠올랐다. 핵심은 2차전지(배터리)다. SK온은 국내외 정책금융 기관을 통해 확보한 2조6000억원을 헝가리 이반차시에 건설 중인 유럽 3공장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총 3조3100억원이 투자되는 이반차 공장은 2024년부터 연간 기준 전기차 4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도 헝가리에 3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헝가리 자회사에 1조2674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에 2800억원대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폴란드에선 '동박'으로 불리는 리튬이온 전지의 음극 집전체를 생산하고 있다. SKC는 지난 7일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시 E-모빌리티 산업단지에서 유럽 최대 규모 동박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총 9000억원을 투자하는 해당 공장의 생산능력은 5만 톤 규모로 2024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재 사업 자회사인 SKIET는 지난해 3월 폴란드에 1조1300억원을 들여 유럽 제3·4 분리막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같은해 10월 준공을 시작했고 2024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해 유럽에서 최대규모인 15억4000만㎡의 분리막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인구 6억 이상의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SK는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골라 지분 인수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지난 2018년 베트남 최대 식음료 유통기업인 마산그룹의 지분을 매입했고, 2020년 5월 제약사 이멕스팜지분 24.9%를 인수했다. SK어스온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광구 입찰에 참여해 사라왁 지역 해상에 위치한 ‘SK 427' 광구를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SK는 니켈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도 사무소를 개소하고 전기·수소차와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SK그룹은 그럼에도 2026년까지 계획한 전체 투자 규모 247조원 가운데 179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투자 규모의 70%가 넘는 금액을 국내에 투자키로 한 것은 반도체와 같은 핵심 생산 기반과 R&D 기반이 국내에 있는 만큼 국내 인프라 구축과 R&D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SK 측은 "훨씬 규모가 큰 국내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해외 투자도 함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대미 투자 계획은 물론, 이미 확정된 국내 투자 역시 흔들림 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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