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대통령 비판 [정숭호 칼럼]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대통령 비판 [정숭호 칼럼]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2.08.03 07:17
  • 수정 2022.08.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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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출처=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출처=연합]

윤석열 정권이 기대와는 너무나 달리 너무나 일찍, 쉽게, 지리멸렬, 웃음거리까지 되어버렸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를 정권이 바뀐 후에도 또 겪고 있구나”라는 탄식까지 들린다.

“일생에 단 한 번도 많다”라고 할 만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실책이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 합작으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들이 보여준 무능, 무감각, 무관심은 손으로 꼽을 수 없다. 조금 지나면 투표 잘못한 죄로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제발 부인 좀 잘 챙기시오”라는 말이 잠잠하면 또 튀어나온다.

20%대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더 추락할 요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곳곳에 숨어 있을 거라는 추측이 분분하지만 “그래도 차악을 뽑았으니 다행 아닌가”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런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은 글이 힘이 될 수 있을까?

<지난 대선 때 언쟁을 벌였던 친구가, 최근에 내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자 조롱하듯 말한다. "그런 사람인 줄 모르고 뽑았느냐?"고. 귀찮지만 반박하자면 이렇다.
1) 차악을 뽑는 것이 일상이 된 대한민국 선거에서, 일단 차악을 뽑고 그를 모질게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본다. 자신들이 뽑았다고 무조건 감싸고 도는 진영보다야 백 배 낫지 않은가.
2) 열렬히 지지했기 때문에 오히려 비판의 순수성도 있다고 본다. 한자리 얻을 생각이었으면 지금 비판하지 않을 것이니 순수하다고 자신할 수 있고, 한때 지지자였기 때문에 진영논리에 휩쓸려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조롱하지도 않는다.
3) 비판이 부족해 망한 정권은 있어도 칭찬이 부족해 망한 정권은 없다고 본다.>

2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여러 일간지와 월간지를 통해 문명을 날리는 봉달호 작가가 썼다. 날카롭지만 재미있고, 유머 진득하면서 유익해 신문에서건 페이스북에서건 눈에 띄면 빠트리지 않고 읽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봉 작가의 글을 읽으니 ‘자기편을 비판하는 용기가 진짜 용기’라는 ‘명언’이 떠올랐다. 영국 출신 역사학자 토니 주트(1948~2008)가 저서 이곳저곳에 남긴 말이다.

지난 2005년 영국의 「프로스펙트」와 미국의 「포린 폴리시」, 두 ‘권위지’는 주트를 ‘생존 중인 세계 100대 지식인’의 한 명으로 선정했다. 한국 지식인과 논객 다수도 『지식인의 책임』, 『포스트 워』, 『20세기를 생각한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지식인의 책임』, 『기억의 집』 등의 주트의 저서를 읽고 그를 “나의 최애(最愛)하는 지식인”이라고 커밍아웃하게 했다.

그의 이름 ‘주트’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Holocaust, 유대인 대학살)로 희생된 고모의 이름에서 땄다. 그 자신 유대인이자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가족인 그는 팔레스탄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이 아이들과 여성 등 무고한 사람을 무차별 살상하는 ‘악행’을 모질게 비판한다.

“이스라엘은 이미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이 홀로코스트를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의 핑곗거리로 격하시킴으로써 그 의미와 유용성을 깎아내리고 그 토대를 흔들어 종국에는 파괴할 것이다. 우리가 유대인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생략)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들의 약점을 이용하겠다는 집요한 고집이 전부다.” “이스라엘은 자국 국민들의 두려움을 부당하게 악용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최초에 그러한 악용을 가능하게 했던 도덕적 자산 자체를 소모할 위험이 있다.” 『20세기를 생각한다』에 나오는 이 문장들은 약간 변형된 채 그의 다른 저서에서도 발견된다.

열아홉 살 때인 1967년 6월 제3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벌어지자 자진해 영국에서 이스라엘로 날아가 운전병으로 참전한 ‘애국자’ 주트는 이런 언행으로 인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서 ‘배신자’라고 불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판을 계속했다. 뒤늦게 발병한 루게릭병이 근육을 하루하루 딱딱하게 만들어 마침내 눈동자로만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때도 자신이 생각한 진짜 용기를 감추지 않았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새로운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는 이스라엘이 인류의 도덕적 기반을 파괴하고 있다는 확신을 2008년 예순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버리지 않았다.  
 
봉 작가처럼 윤석열을 비판하는 윤석열 지지자들이 많아졌다. 윤석열과 부인을 포함한 측근 인물들에게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지난 정권에서 훼손된 한국의 도덕적 기반, 즉 상식과 공정의 회복이라는 염원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은 사람들,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비판으로 자신이 뽑은 정권을 지키려는 사람들로 여겨진다.

“남 조롱할 생각만 하지 말고, 비록 0.7% 차이지만 진 것에 대해 반성부터 해라. 그쪽이 뭔가 반성하고 참회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우리가 실컷 비판할 테니, 당신은 당신이 뽑으려 했던 사람이나 잘 단속하라.” 봉 작가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이런 글, 이런 비판을 읽으면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또 그의 반대 세력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정숭호 메타버스인문경영연구원 이사장, 전 한국일보 경제 부국장, 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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