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경제단체 맏형' 재기 노리지만… 복귀에 싸늘한 기업들
전경련, '경제단체 맏형' 재기 노리지만… 복귀에 싸늘한 기업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8.09 11:21
  • 수정 2022.08.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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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계회의 총회 개최, 양국 기업인 대거 참석할 듯
회비 절반 납부했던 4대 그룹, 전경련 복귀 움직임 無
극우단체 후원·국정농단 연루 등 정경유착 리스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출처=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출처=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경제단체 맏형을 다시금 노리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친(親)기업 기조에 힘입어 예전의 위상을 찾겠다는 취지다. 특히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이 예상되는 광복절 특별사면이 기업들의 전경련 복귀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박근혜 정권 시기 정경유착 논란이 있었던 만큼 기업들이 다시 복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10월 19~20일 서울에서 제34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매년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한미재계회의를 운영하고 있는데 민간 부문에서 최고의 경제 협력 논의 기구로 평가받는다.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과 워싱턴DC를 화상으로 연결한 하이브리드 회의였지만, 올해는 모처럼 한국에서 오프라인 회의 개최가 확정됐다.

이번 한미재계회의에는 경제계의 주요 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경제단체 인사와 경제관료, 경제정책 전문가와 미국 전 대통령이나 부통령 등 정계 거물이 참석할 수도 있다. 이런 배경 속에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역시 재계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상존한다. 삼성과 SK는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 참여를 저울질하는 만큼 미국 정재계와 소통이 필요하고, 현대차와 LG도 미국 투자 압박에 직면한 까닭에 미국 기업과 협력 기조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지난달 25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초청해 송용덕 롯데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등 주요 대미 투자기업 CEO들과 IPEF·공급망 등 최근 이슈부터 양국 경제협력 확대까지 다양한 주제를 논의한 바 있다.

재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전경련이 위상을 점차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경련을 패싱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당선인 시기 전경련을 비롯한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기업연합)을 초대해 2시간 반 동안 도시락 회동을 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주한미국대사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용덕 롯데 부회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주한미국대사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용덕 롯데 부회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다만 박근혜 정부 시기 정경유착 논란과 극우단체 후원 의혹으로 곤혹을 치른 만큼 기업들이 복귀하기 힘들 것이란 비관론도 존재한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주요 회원사였던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당시 55년의 역사동안 재계 맏형으로서 서울올림픽 유치를 주도하기도 했으나 회비의 절반을 내는 상위 4대 그룹이 탈퇴하자 해체나 그에 준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한상의나 경총, 중기중앙회 등과 비교해 줄곧 소외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청와대 공식 경제계 인사 초청행사는 물론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단체장 간담회, 경제장관회의 주요 협의 대상 등에서 차례로 배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이 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한 2018 남북정상회담에도 전경련 임원들은 명단에서 전부 제외됐다. 

기업들도 전경련 복귀엔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의 경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공식적인 복귀 움직임은 없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의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전경련 복귀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전경련과 재계에서 오랜 라이벌로 통하는 데다 경제 정책 및 공급망 이슈 제언을 주도하며 경제단체 맏형 지위를 굳히고 있다. LG와 현대차그룹도 전경련 재가입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와 경총이 현재 재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만큼 4대 그룹이 전경련을 재가입할 고려할 만한 이점이 없다"며 "과거 극우단체 후원 의혹과 정경유착 등 리스크도 있는 만큼 기업들이 복귀에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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