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한 번의 오판으로 핵전쟁 홀로코스트가 일어날 가능성에 직면한 지구촌
[월드 프리즘] 한 번의 오판으로 핵전쟁 홀로코스트가 일어날 가능성에 직면한 지구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8.09 05:35
  • 수정 2022.08.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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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모인 회원국들 :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모습. NPT는 1970년 발효된 뒤 5년마다 평가회의를 열고 있다. 10번째 평가회의는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돼 7년 만에 열리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모습. NPT는 1970년 발효된 뒤 5년마다 평가회의를 열고 있다. 10번째 평가회의는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돼 7년 만에 열리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한 번의 오판으로 핵전쟁 홀로코스트가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열렸다. CNN방송은 우크라이나 전쟁, 치열한 미·중·러의 패권 경쟁, 이란·북한의 핵 야욕 등 국제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핵전쟁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NPT 회의에 맞춰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A. 안델만(David A. Andelman)의 칼럼을 실었다. 

데이비드 안델만은 CNN 칼럼니스트이자 ‘Deadline Club Award’를 두 번 수상하고, 프랑스  명예훈장을 수상했으며, 『모래 위의 레드라인 : 외교, 전략, 전쟁의 역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CBS 뉴스의 유럽 및 아시아 특파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UN 사무총장은 국제 문제에 있어 공포를 과장하는 성향의 인물은 아니다. 그런 그가 지금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힌 적은 없었다.

“인류는 한 번의 오판으로 전멸할 위기를 한 발 앞두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주 이렇게 말했다. 

핵 문제와 그 결과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쿠테흐스 사무총장 같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은 아마겟돈을 향해 무모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세상은 자신들의 활동이나 무대응 때문에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공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말이다.

중국 본토 지도자들의 가공할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대만을 찾은 미 의회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런 핵 공포는 전혀 염두에도 없는 듯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듯 가까운 대만해협 건너 중국 본토에는 350기의 핵탄두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공할 경고의 맥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호전적인 말과 행동, 인접한 북한 김정은의 지속적인 핵 위협과 행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쿠테흐스의 공포는 아시아의 화약고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넓고 깊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 :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에 서명한 국가들이 참여한 국제회의의 연설을 통해 공포를 전달했다. NPT 평가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2년이나 연기된 뒤 열리게 되었다.

1968년 7월 1일 처음 결성되고, 2년 뒤부터 효력이 발생한 NPT에는 현재 세계의 191개국들이 가입되어 있다. 하지만 NPT 역사상 지금처럼 효력이 절실하면서도 훼손된 적은 없었다.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1일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함 조정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NPT 평가회의 일반토의에서 연단에 올라 "또 다른 최우선 비확산 문제는 북한"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사진=유엔웹티비 캡처, 연합뉴스]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1일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함 조정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NPT 평가회의 일반토의에서 연단에 올라 "또 다른 최우선 비확산 문제는 북한"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사진=유엔웹티비 캡처, 연합뉴스]

쿠테흐스 사무총장의 눈에는 조약 발효 이후 10번째 열리는 금년의 NPT 평가회의는 “냉전 시 극한에 달했던 위기 이후 처음 겪는 핵 위기 하에서 열리는 열리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실제 전쟁에서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마지막으로 투하된 ‘팻맨(Fat Man)’ 플루토늄 장치가 폭발한 이후 평화를 효과적으로 보장해 온 세계 안보의 토대가 깊이 침식되고 있다.

미국은 전쟁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폭발시킨 유일한 국가로 남아있다. 구소련은 이보다 4년 뒤 처음으로 핵실험에 성공했다.

1959년 7월,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샤를 드골은 우리 책 『제4차 세계대전(The Fourth World War)』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알렉상드르 드 마량슈 백작을 워싱턴으로 보내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게 프랑스도 핵무기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비밀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아이크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로부터 1년도 되지 않아 핵실험에 성공했다. 영국의 핵실험 성공 8년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구소련은 이미 핵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 들어서 있었다. 크렘린은 1960년대 초까지, 이후 3,000기 이상의 핵무기 저장고 역할을 하게 될 우크라이나에 첫 번째 핵무기를 배치했다. 소련 핵폭탄 연구의 첫 발걸음 중 일부는 현재 치열한 전투가 치러지는 도시인 하르키우와 도네츠크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연구소들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더 많은 소비에트 핵무기들이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에도 배치되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 철의 장막 서방측에는 3개의 핵강국들(미국, 영국, 프랑스)이 있었고, 공산권에는 표면적으로는 4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산권의 핵무기는 크렘린의 철저한 통제하에 있었다. 결국 실제적으로는 두 개의 핵 보유 블록으로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를 핵 대치에 있어 호시절로 회상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수십 년 동안 동서 양진영은 상대방의 진멸을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기에 충분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즉, 소련이 41,000기, 미국은 31,000기라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같은 가공할 무기의 보유는 ‘MAD(상호확증파괴)’라는 개념으로 이어졌다. ‘상호확증파괴(MAD : Mutually Assured Destruction)란 적이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적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에 또는 도달한 후 생존해 있는 보복력을 이용해 상대편도 전멸시키는 핵 보복 전략을 말한다.

그 이후로 진행된 군비 축소 협정은 이러한 가공할 핵무력의 규모를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긴장을 완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군축협상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에는 여전히 지구 전체를 불태울 수 있는 핵무기들이 존재한다. 

한편 냉전 이후 전체 핵무기 양은 줄어들었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수는 급증했다.

9개 나라들(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 중국, 북한)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져 있는데 어떻게 상호확증파괴의 억제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 국가들 중에는 상호확증파괴의 억제력이 먹히지 않는 지정학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 세계 13,900개의 핵무기 중 약 93%는 여전히 워싱턴과 모스크바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곳에서는 상호확증파괴의 억제력이 효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세 차례의 인도-파키스탄 전쟁 또는 국경 분쟁 과정에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서로에게 핵무기 단추를 누르지 않은 데에는 상호확증파괴의 억제력이 큰 역할을 했다.

NPT 평가회의 후 기자회견 하는 블링컨 美 국무장관 :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직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북한과 이란을 주요 핵확산 위협으로 지목했다. [사진=연합뉴스]
NPT 평가회의 후 기자회견 하는 블링컨 美 국무장관 :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직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북한과 이란을 주요 핵확산 위협으로 지목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의 위협은 확대되고 있다. 어떤 실존적 도전이 주어진다면 러시아나 1964년에 핵 클럽에 가입한 중국이 자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확실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러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불과 몇 주 전 러시아는 핵부대를 동원해 기동 작전을 펼쳤고, 푸틴은 자신의 핵 억지력이 “특별 경계 체제(special regime of alert)”에 돌입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부 핵무력 국가들이 있다. 세계가 우크라이나, 대만,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에 눈을 돌리고 있는 동안 북한은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새로운 핵실험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달 전승절에 김정은은 핵 억지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란이 있다. 이번에는 몇 주 안에 이란 핵 문제가 최대 화두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란의 핵무기 야심을 제어했던 핵 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회의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이란이 이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실제로, 월요일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석유 산업을 은밀히 지원하는 대상들을 향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란이 핵무기에 사용할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인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이 거의 0에 가까워졌다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시험하거나 시험할 수 있는 능력을 시전하는 데 성공한다면,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자신들도 핵무력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임을 표명해놓은 상태에 있다. 실제로, 사우디는 석유 확보를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핵 프로그램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의 비관적 시각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NPT 회의의 개막에 뒤이은 연설은 지니(genie)라는 요정을 핵이든 병(nuclear bottle)으로 되돌리려는 생각이 거의 없는 것처럼 들렸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같은 회의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무모하고 위험한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북한도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란에 대해서는 이란이 “핵 문제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블링컨은 “두려움의 논리에서 벗어나는 것(To escape the logic of fear)이야말로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동의한 모든 국가들이 즉시 해결해야 할 임무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끝맺음을 맺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훨씬 더 중요한 목표는 세계가 시계를 2022년에서 1962년 또는 1982년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당시 무력한 우리는 유치원에 있는 작은 나무 책상을 이용해 핵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했고, 임박한 핵 공격에 대비해 집 뒷마당에 낙진 대피소를 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매우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이 저녁 뉴스를 주도하고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핵 문제 해결이 최우선 순위로 떠오르자 세계 지도자들이 해결의 길에 나섰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UN 사무총장의 비관주의를 꿰뚫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두려움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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