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의 아파트 모기지 대출자들이 집단적으로 상환을 거부하는 이유
[월드 프리즘] 중국의 아파트 모기지 대출자들이 집단적으로 상환을 거부하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8.11 06:00
  • 수정 2022.08.11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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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의 헝다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중국 광저우의 아파트촌 [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모기지 대출(주택담보대출)로 신규 아파트를 선(先) 구매한 사람들 수백 명이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각) BBC가 보도했다.

“건설 중단에는 대출 상환 중단으로! 집을 내놓고 돈을 갚으라 하라.”

중국에서 모기지를 이용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지난 6월 시위를 벌이며 이렇게 외쳤었다. 그러나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의 분노는 구호와 플랑카드로 그치지 않고 있다.

아파트 구매자들 수백 명이 모기지 상환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저항이 용인되지 않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중국 중부 허난성 정저우시로 이사한 한 젊은 부부는 BBC에 아파트 개발업자가 작년에 계약금을 수령한 후 아파트 프로젝트 사업과 건설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새 집에 사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하며 지냈는데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여성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또, 그녀 역시 정저우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20대 후반의 한 여성도 BBC에 모기지 대출 상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건설 사업이 완전하게 다시 시작되는 걸 확인한 후에 대출금을 갚을 겁니다.”

이처럼 중국에서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와는 다르게, 상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상환을 거부하는 측에 속한다. 2007년 벌어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고위험 차입 기관들의 무리한 차입 경영 때문에 발생했고, 해당 금융 기관들은 결국 디폴트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깃허브(Github)’ 포스팅을 통해 평가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아파트 건설이 차질을 빚고 있는 프로젝트 사업의 숫자는 대략 320개에 달한다고 한다.

크라우드 기반의 저장 호스팅 서비스인 ‘깃허브’에는 자신들의 결의를 전하는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포스팅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자 실제로 몇 명이나 상환을 거부하고 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상환 중단된 여신 총액은 14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추정한다. 그러나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총액은 이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수분양자들의 반발은 이미 경기가 둔화되며 심각한 현금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당국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중국의 모기지 대출 상환 거부 움직임은 부동산 침체 분위기와 맞물려서 부동산 부문의 재무 상태에 매우 심각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씽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전체 경제 생산의 1/3을 차지한다. 부동산 부문 안에는 주택 건설, 임대 사업, 중개업, 아파트에 들어가는 가전 사업, 그리고 건축 자재업이 포함된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는 현재 둔화하고 있는 중이다. 2분기는 전년도 대비 0.4%의 성장을 보였을 뿐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경기가 금년에는 전혀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다.

중국의 이 같은 경기 둔화는 베이징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탓이 크다. 반복되는 봉쇄조치와 계속적인 규제 등이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저축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규모 때문에 부동산 부문 같은 시장이 중대한 타격을 입으면 충격파가 지구촌 전체의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이(轉移)를 걱정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부문이 부실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하면 대출을 중단할 것이다.

“모든 것은 정책에 달려있습니다.”

스탠더드 차터드의 대중국 연구소 책임 연구원 슈앙 딩은 이렇게 말한다.

“시장 때문에 부동산 버블이 꺼져버린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가 문제입니다.”

중국의 30개의 부동산 기업들이 이미 외채 상환 시기를 놓치고 있다. 작년에 3000억 달러의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디폴트를 맞이한 중국헝다그룹(Evergrande)이 대표적 사례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매출이 개선되지 못하면 더 많은 기업들이 헝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의 도시화와 인구 증가 감소에 따른 인구통계학적 변화 또한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의 주택 시장이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줄리안 에반스 프리차드는 이렇게 평가했다.

헝다그룹 [사진=연합뉴스]
헝다그룹 [사진=연합뉴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나?

부동산은 중국 사람들 전체 재산의 70%를 차지하며,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우선 분양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사전 분양 제도는 중국 신규 주택의 70~80%를 차지한다고, 에반스 프리차드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분양업자들은 이렇게 선 지급받은 돈으로 동시에 여러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의 상당수 젊은층, 중산층 가정들은 경기 침체와 실직, 임금 삭감 등으로 이제 더 이상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개발업자들이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개발업자들은 현금의 신규 유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주택 매출은 오히려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에반스 프리차드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은행 그룹 ANZ에 따르면 2,200억 달러 이상의 대출이 미완성 프로젝트와 관련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호황기에 주요 현금 원천이었던 신용 대출도 고갈되고 있다.

2020년 중국 정부는 주택 개발업자가 차입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는 회계 조치인 “3대 레드라인(three red lines)”을 도입한 바가 있다. 그 결과 자금 조달이 중단되면서 시장에 대한 향후 신뢰 부족 때문에 은행들도 부동산 회사에 대출을 꺼리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우선 베이징 당국은 책임을 지방 정부에 돌리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주택 구매자들에게 보증금을 낮춰주고, 세금을 환급해주며,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건설업자들에게는 구제 기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대가가 따른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토지를 충분히 매수하지 못하면서 지방 정부들의 금고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중앙정부와 규제 당국이 개입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슈앙 딩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일부 부동산 기업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이 개입할 겁니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에서 정말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국이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돕기 위해 1480억 달러의 대출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으며 <블룸버그>는 모기지 대출자들에게는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상환 유예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나 인프라에 대한 어떤 정부 개입도 단기 부양책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장기 성장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금융 부문이 비생산적이고 (어쩌면 망해가고 있는) 부동산 산업을 부양하는 일에 내몰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모기지 대출 상환 거부 움직임은 금융 위기에 국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사회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슈앙 딩 연구원은 말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금년 말 역사적인 세 번째 임기를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건설 중인 빌딩 [사진=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서 건설 중인 빌딩 [사진=연합뉴스]

향후 행보는?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1480억 달러의 구제금융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부동산 업자들이 중단된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는 444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특히 지방의 소규모 은행들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충격파를 흡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건설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7월 중국의 100대 부동산 기업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7%가 떨어졌다고, 중국부동산정보공사(CRIC : China Real Estate Information Corp)는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지표들은 중국 경제가 교차로에 서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과 인프라, 그리고 수출에 너무 과하게 의존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반스 프리차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급속 성장 시대는 끝난 것 같습니다… 그런 조짐이 당장은 부동산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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