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사주 머독 일가는 트럼프를 비난하는데 ‘폭스뉴스’는 그렇지 못한 이유
[월드 프리즘] 사주 머독 일가는 트럼프를 비난하는데 ‘폭스뉴스’는 그렇지 못한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8.13 06:52
  • 수정 2022.08.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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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과 라클란 머독 부자 [사진 = 연합뉴스]
루퍼트 머독과 라클란 머독 부자 [사진 = 연합뉴스]

FBI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자택을 압수 수색한 사실이 알려진 뒤 트럼프 측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FBI를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후 미국 전직 대통령 자택 압수 수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수사 총책임자인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각) 자신이 수색을 직접 승인했다고 밝히고 나섰다. 트럼프 자택을 상당한 근거에 따라 압수 수색했다고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여론이 극명하게 갈라지면서 다시 한 번 분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12일(현지 시각) ‘CNN 비즈니스’는 미국의 언론 재벌 머독 일가가 사적으로는 트럼프를 혐오하면서도 대표 매체인 ‘폭스뉴스’는 그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속내에 대해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대체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 ‘폭스뉴스’ CEO는 사석에서는 전임 대통령의 일부 행위들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라클란 머독은 창업자인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폭스사의 CEO는 올해 비공개 석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 양태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리낌 없이 비판해왔다고 한다. 그는 나아가 트럼프가 다시 출마하면 국가에 해가 될 것이라는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식통들은 라클란 머독이 ‘폭스뉴스’ 시청자들은 계속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사업에 이롭다는 사실을 그가 잘 알고 있음을 나타낸다.

폭스사의 CEO가 ‘폭스뉴스’가 트럼프를 조롱하게 되면 자사의 핵심 시청자층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머독 일가의 가장인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를 깔본다는 사실은 언론에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젊은 머독이 트럼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금까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폭스사의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율배반적인 스탠스는, 머독 일가가 사적으로는 트럼프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폭스뉴스’라는 우파 채널을 통해서는 어째서 그를 계속 지지할 수 밖에 없는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머독 일가가 ‘폭스뉴스’에서 트럼프에 대한 뉴스 분량을 줄이면서 그에게 암묵적으로 등을 돌리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한 바가 있다.

이같은 보도는 머독 일가가 정말로 반(反) 트럼프 스탠스를 취할 수 있는지를 놓고 호사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4시간 동안 쏟아진 ‘폭스뉴스’의 보도를 보면 이 같은 가정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FBI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자택을 압수 수색한 사실을 보도하는 ‘폭스뉴스’의 태도는 솔직히 아첨에 가까울 정도였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임 중일 때 휩싸인 스캔들 때처럼 유명 앵커들을 내세워 트럼프가 억울한 희생자라는 사실을 부각하는 데 애쓰고 있다. 즉, 트럼프는 그를 해치려는 정부 내 부패한 어둠의 딥스테이트(deep-state) 세력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즉, 트럼프가 뉴스의 주제로 떠오르지 않을 때는 ‘폭스뉴스’가 공화당의 미래를 짊어질 주자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보수 후보에게 비추는 태도를 근거로 머독 일가의 개인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뉴스 사이클의 중심으로 떠오를 때에는 ‘폭스뉴스’는 산업적 측면으로 흐르는 어처구니 없는 보도를 내놓게 된다. 만일 이 매체가 트럼프를 비난하게 되면 시청자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포지션을 취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정서가 ‘폭스뉴스’의 풍토라면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할 경우 그는, 머독 일가의 개인적 견해와는 상관없이, 다시 이 매체를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폭스뉴스 건물 [사진 = 연합뉴스]
폭스뉴스 건물 [사진 = 연합뉴스]

폭스 시청자들에게 머독의 메시지 전달하기

‘폭스뉴스’는 트럼프에 해가 되는 보도는 피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반(反) 트럼프 성격의 메시지들은 이 매체의 광고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가 이번 달 경쟁이 치열한 예비선거(primary race)를 앞두고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와의 경쟁에서 사용한 전략도 바로 ‘폭스뉴스’를 통한 정치 광고였다.

리즈 체니는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폭스뉴스’의 광고를 산 후, 아버지 딕 체니를 내세워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폭력으로 선거 결과를 갈취하려 한 ‘겁쟁이(coward)’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 광고들은 지난 화요일부터 송출 중인데, ‘Fox & Friends’를 통해서는 하루 두 번, ‘Hannity’를 통해서는 매일 밤 한 번씩 이번 주 내내 계속될 것이다.

이와 관련 리즈 체니 후보 측 대변인 제레미 애들러는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트럼프와 그의 거짓말이 우리 민주공화국에 미치는 현재 진행형 해악에 대해 ‘폭스뉴스’ 시청자들과 이 방송 운영진 및 최고 경영진들은 전직 부통령 딕 체니의 경고를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중단됐다. [사진=합뉴스/AP]
작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P]

머독 일가의 목소리를 엿들을 수 있는 다른 통로

머독 일가는 산업적 이해관계가 현저히 낮은 그들의 신문을 통해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뉴욕포스트(New York Post)’의 경우 사설을 통해 민주당원들의 ‘소모성 지출(wasteful spending)’에 대해 트럼프도 ‘공동 책임(shares blame)’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공화당 사보타지 총책(sabotager-in-chief)의 여름 별장인 베드민스터(Bedminster)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사태를 희화화(戲畫化)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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