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신드롬] '넷플릭스 효과' 서양 여성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류 신드롬] '넷플릭스 효과' 서양 여성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8.16 11:49
  • 수정 2022.08.16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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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Jin and Hattie'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Jin and Hattie'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CNN방송이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이상적인 짝을 찾아 한국을 찾는 서양 여성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음은 CNN 보도 내용이다.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에서 박사후 연구원 자격으로 한국의 젠더(gender)와 인종 정치학을 연구하고 있는 이민주 연구원은 서울의 유스호스텔에 머물고 있는 서양 여성들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이 연구원이 보기에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 머물면서 가능한 많은 관광지를 찾고 쇼핑을 하려는 다른 아시아 여성들과 다르게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이 서양 여성들은 일반적인 관광 여정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에 이들 서양 여성들은 대부분의 일정을 호스텔에 머물면서 잠을 자거나 한국 TV를 시청하며 보내다가 밤이 되어서야 밖을 나선다.

이민주 연구원은 특히 이들 서양 여성들에 주목했다. 그녀는 마침 한국 대중문화의 국제적 인지도 상승이 관광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시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대부분이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온 이 여성들이 거주하는 유스호스텔 8군데를 찾아 123명과 인터뷰를 마친 후 상당수가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Netflix effect)’에 이끌려 한국을 찾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이나 ‘도깨비(Goblin)’ 같은 히트 TV 드라마들은 유명 스타 현빈과 공유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진 남성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낭만적이고 인내심 강한 한국 남성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여성들에게 제공하는데 이런 분위기는 섹스에만 집착하는 데이트를 추구하는 해당 여성들의 본국 남성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 남성들의 매력

이 연구원이 인터뷰한 여성들은 TV에서 자신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자신들의 ‘여성스러운 면’을 기꺼이 보듬어주는 것으로 묘사된 한국 남성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녀들은 한국 남성들은 교양 있고 낭만적인데 비해 자국의 남성들은 종종 외모도 가꾸지 않고 편견을 지니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영국에서 정원사 일을 하던 그레이스 쏜튼(25)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본 뒤 2021년 서울을 찾았다.

그녀는 드라마 속의 남성들이 그녀의 고국에서처럼 거리에서 여자들을 놀리거나 성희롱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보기에 한국 남성들은 “신사적이고, 예의 바르며, 매력적이고, 로맨틱하며, 동화 같고, 기사도 정신이 넘치며, 여성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나아가 K-드라마는 한국 남성들이 옷을 잘 입고, 스스로를 잘 가꾸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반면에 영국 남자들은 반은 취한 상태에서 맥주를 손에 들고 있거나 죽은 물고기를 쥐고 있기가 일쑤입니다.”

그녀는 영국 데이팅 앱 프로필에 흔히 낚시하는 사진을 개시하는 영국 남성들을 비꼬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한국의 매력은 남성들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나는 영국에서는 외모와 목소리가 지극히 평범한 축에 속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는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이국 여성입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나는 특별하다고 느낍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 [사진=연합뉴스]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 [사진=연합뉴스]

‘국제 커플(International couples)’과 전문적인 남자친구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 인기는 한국을 찾는 여성들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 여성들의 숫자는 230만 명이었고, 남성은 290만 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업이 황폐화되기 이전인 2019년에는 거의 1000만 명의 외국 여성들이 한국을 찾았고, 남성은 670만 명이었다.

이와 동시에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커플을 중심으로 한 SNS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면 해시태그 ‘#Gukjecouple(#국제커플)’은 2,500개 채널과 34,000개 동영상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미국인 또는 유럽인 파트너와 한국인 남성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동영상들에는 이 커플들이 서로 몰래카메라를 찍거나 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며, 때로는 커플들의 단순한 일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장르 운영자 중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한국 유튜버 허진우가 있다. 그는 한때 시청자의 남자친구인 척하는 전용 채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의 이전 영상들에는 마치 연인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물어보거나 동네에 새로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초대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약간의 한국식 억양과 함께 졸리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면서 가끔씩 한국어 문구를 덧붙였다.

허씨에 따르면 이 채널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20대 외국 여성들로부터 1만4,000명의 팔로워를 확보했지만 영국에서 온 여자친구 해리엇을 만나면서 채널을 폐쇄했다고 한다.

대신에 이 커플은 ‘진 앤 해티(Jin and Hattie)’라는 이름으로 ‘국제 커플’ 채널을 새로 만들었다. 이 채널은 문화적 차이와 오해를 근거로 서로에게 몰래카메라 장난을 치는 동영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 남친 질투 유발 몰래카메라(Making my Korean boyfriend jealous prank)’라는 동영상에서는 해리엇이 짧은 치마를 입고 나타나자 허씨가 좀 더 얌전한 옷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리엇이 장난을 치자 그는 “결혼반지는 꼭 끼고 나가라.”고 당부하며 그녀를 껴안는다. 동영상 아래 달린 댓글들에는(대부분 영어권 여성 구독자들)은 아내를 지극히 존중하는 허씨를 칭찬하는 내용 일색이다.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Socialblade)’에 따르면 이 채널은 2020년 2월 출시 이후 매월 7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현재 1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커플은 이 채널이 돈벌이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되고 있는 이 커플의 여러 채널 구독자는 350만 명이 넘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유튜브 채널 관리 전문 컨설턴트 휴권(권순홍)은 ‘국제 커플’ 콘텐츠의 원조격이다. 그는 구독자가 100만 명 이상인 허진우·해리엇 커플과 같은 크리에이터들은 스폰서 동영상 하나당 3000~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가치는 단순한 돈벌이 수단을 넘어 국제 커플이 문화적 차이에 적응하도록 돕는 데에 있기도 하다.

휴권과 호주인 아내 니콜라는 다문화 결혼과 국제커플 관계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내 한국인 남편(My Korean Husband)’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니콜라는 10년 전 시드니에서 남편을 만난 이후 한국 남성의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당시 그녀는 동료들로부터 남편이 ‘아시아인치고는’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당시 그녀가 약혼 후 구글에서 ‘한국인 남편(Korean husband)’을 검색했을 때 대부분의 결과는 동남아 여성과 결혼한 한국의 폭력 남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같은 문구를 검색하면 한국인 남편을 구하는 방법을 묻는 익명의 사용자에 대한 Quora 링크(Quora link)와 더불어 한국 유명인의 사진과 그녀의 블로그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인기 ‘국제 커플’ 채널들이 문화적 이해를 좁히기도 하지만 일부는 외모와 환상만을 팔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남편과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외국 여성들은 긴 노동 시간과 가부장적 성 역할로 잘 알려진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어려움을 지적하는 것이다.

“(처음에) 한강에 피크닉을 가면 다 멋지고 마치 한류 드라마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정작 한국에 가족을 일구고 산다면 현실은 어떨까요?”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사진=ATI]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사진=ATI]

‘일시적 환상’

불행하게도, 일부 외국 여성들은 한국에 도착한 후 그들이 만나는 한국 남성이 드라마에 묘사된 것만큼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로코에서 온 학생 미나(20)는 K-팝과 한국 TV 드라마를 보고 결정적으로 2021년 부산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TV에서 본 한국 남자들은 “여성을 보호할 줄 아는 예의 바르고,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들”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밤 외출에서 술집에서 그녀의 몸을 더듬는 남자를 만났고, 거리에서는 낯선 남자들로부터 성관계를 제안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일부 한국 남성들은 외국 여성이 한국 여성보다 성적으로 훨씬 개방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느낀다.

“일시적 환상일 뿐입니다.”

그녀는 “남자는 어디에서나 다 똑같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후로 미나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환상을 잃어버렸고, 더 이상 한국 남자와 데이트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또, 워싱턴에서 온 영어 교사 콴드라 무어(27)는 2017년 서울에 와서 데이트 앱과 나이트클럽을 통해 파트너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인종차별고 함께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고, 많은 한국 남성들이 섹스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남성은 외국 여성을 각기 다르게 대한다고 생각한다. 

“식사부터 하는 예의를 지키면 안 되나요? 너무 무례합니다. 한국 여성들에게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일부 한국 남성들은 외국 여성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는데, 그 이유는 외국인이라 한국 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안 좋은 경험을 한 여성이라도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고국으로 돌아간 일부 여성들은 이 연구원에게 이상형을 찾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며 다음에 다시 한국을 찾아 더 열심히 노력해보고 싶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한국 남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자국의 실망스러운 데이트 환경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이민주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그들은 이상적인 남녀 관계가 세계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정말로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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