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수사권을 복원할 의지를 보였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시행령 쿠데타"라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총력 대응을 예고하면서 8월 임시국회에 '검수완박' 2라운드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11일 발표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규정) 개정안에서 '부패·경제' 범죄 범위를 대폭 늘려 그동안 공직자·선거 범죄로 분류됐던 일부 범죄까지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했다.
검찰 수사 축소를 목적으로 통과된 '검수완박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시행령을 통해 수사 개시 범위를 오히려 이전보다 더 넓히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은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되자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법률이 시행령에 범죄 범위 설정을 위임하기는 했지만, '검찰의 수사 총량 축소'라는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검찰의 수사 영역을 사실상 복원한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시행령 정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장관을 겨냥해 "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이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항해)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 추진을 '검찰 밥그릇 챙기기'라고 지적하며 "국민과 민생도 '검사 자리' 챙겨주듯이 확실히 챙겨달라"고 했다. 전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 역시 "제 식구 감싸기나 전 정권 털기를 위한 개정"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한 장관은 이에 전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법무부장관이 직접 설명드립니다"라며 "서민 착취하는 깡패 수사하고, 서민 울리는 보이스피싱 수사하고, 국민 괴롭히는 권력 갑질 수사하고, 청소년층에게까지 퍼지고 있는 마약 밀매 수사하고, 억울하게 처벌당할 뻔한 무고 수사하는 것이야말로, 법무부가 할 수 있는 '진짜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앞서 12일에도 추가 설명 자료를 통해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좋겠다"면서 "정확히 '…등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 범죄'라고 국회에서 만든 법률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기동민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같은 야당의 반발로 제2의 '검수완박' 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이 국회의 검찰개혁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검찰청법을 재개정하는 등 전면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법무부가 시행령을 통한 수사권 확대의 근거로 삼은 검찰청법의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조항의 '등'을 '중'으로 바꿔 확실하게 범위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원내 지도부는 이런 법안 재개정 주장에 신중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지난 검찰개혁 추진이 지방선거의 주요 패배 요인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법안 개정에 다시 나설 경우 중도층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사안을 정쟁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법안 재개정 시도는 수용할 수 없다고 응수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정확히 어떤 것이 문제인지 밝혀야 한다"며 "정치적 수사만으로 비난하는 행위는 국회 다수당으로서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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