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철수 반대’ 소신으로 한국을 지킨 싱글러브 장군 영면
‘미군철수 반대’ 소신으로 한국을 지킨 싱글러브 장군 영면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2.08.20 17:52
  • 수정 2022.08.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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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계획 반대했다가 강제퇴역 당한 故 싱글러브 장군 안장
한국전 대대장 참전, 1977년 유엔사 참모장 보직...인터뷰로 본국 소환
윤 대통령 “위대한 영웅 잊지 않을 것”...미망인 “나라 위해 많은 일”
고(故) 존 싱글러브 장군. [국제 스카이다이빙 박물관 홈페이지 캡쳐]
고(故) 존 싱글러브 장군. [국제 스카이다이빙 박물관 홈페이지 캡쳐]

군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진급을 마다하고 자신의 소신을 강력히 주장하다 강제 퇴역당한 미국의 한 예비역 소장의 죽음이 한국인들에게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메아리가 돼 태평양을 건너왔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철의 삼각지대’ 김화지구 전투에서 미군 대대장으로 활약했던 한국전 참전용사 고(故) 존 싱글러브 예비역 소장의 장례식과 안장식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엄수됐다.

싱글러브 장군과 한국과의 인연은 두 번이다. 첫 번째는 한국전에 대대장으로 참전한 것이고 두 번째로는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소장)으로 근무한 것이다.

고인은 지난 1943년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소위로 입대했고, ‘그린베레’로 불리는 육군 특전사의 전신인 OSS(전략사무국)와 중앙정보국(CIA)에서 근무했다.

한국전쟁 후 베트남전에서는 북베트남군이 보급로로 활용했던 라오스·캄보디아의 호찌민 루트에 잠복해 침투하는 적군을 매복 공격해 ‘전설의 특수전 전사’로 불리기도 했다. 싱글러브 장군은 올해 1월 29일 테네시주 자택에서 100세의 일기로 별세했고 7개월만인 이날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식이 거행됐다.

유엔사 참모장으로 한국에 근무하던 지난 1977년 5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5년 이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카터 대통령의 계획은 곧 전쟁의 길로 유도하는 오판”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인터뷰를 접하고 격노한 카터 대통령은 싱글러브 장군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고, 그는 이후 한국으로 귀임하지 못하고 조지아주 포트 맥퍼슨의 육군사령부 참모장으로 보직 변경돼 근무하다 이듬해 결국 전역당했다. 미군 내에서 한국 유엔사 참모장은 향후 진급이 보장된 요직 중의 요직으로 꼽힌다. 그의 반대가 계기가 돼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결국 백지화됐다.

싱글러브 장군은 전역 후 한 관계자가 “당시 주한미군 철수계획에 반대하지 않았다면, 별 몇 개를 더 달 수 있었을텐데...”라고 하자, “내 별 몇 개를 수백만 명의 목숨과 바꿨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말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고(故) 존 싱글러브 예비역 소장의 추도식이 19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내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고(故) 존 싱글러브 예비역 소장의 추도식이 19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내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고인의 미망인인 조앤 래퍼티 여사는 기자들과 만나 “그는 한국을 사랑했다. 그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했다”며 고인의 한국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래퍼티 여사는 “그가 했던 일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태용 주미한국대사가 대독한 조전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장군께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쟁 영웅이자 한국전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인 김화지구에서 대대장으로 전투를 지휘하며 대한민국을 끝까지 지켜냈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자신의 진급과 명예보다 대한민국 국민을 전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군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는 장군의 말씀이 아직도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다”며 “대한민국은 장군님과 같은 위대한 영웅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한미동맹 수호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 및 안장식에 조화도 보내 한국전 참전영웅의 영면을 기원했다.

미군을 대표해 참석한 스콧 브라우어 준장은 추도사에서 “싱글러브 장군은 성공한 삶과 의미있는 삶 중에서 의미있는 삶을 산 사람”이라며 “그는 충실하고 리더십을 가진 진실한 사람이었다”라고 추모했다.

이어 “싱글러브 장군의 업적과 중요성은 선명하며, 그의 영향력은 거대하다”며 “우리의 책임은 이를 더 진전시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장식에 앞서 고인의 장례식은 알링턴 묘지 내 교회에서 진행됐다.

고(故) 존 싱글러브 예비역 소장의 장례식 및 안장식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엄수됐다. [출처=연합뉴스]
고(故) 존 싱글러브 예비역 소장의 장례식 및 안장식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엄수됐다. [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의 여파로 유족을 비롯해 지인과 친지, 미국과 한국 정부 관계자, 동료 군인 등 초대받은 조문객만이 참석했다.

성조기가 덮인 고인의 운구는 마차에 실려 안장지로 이동했고, 고인은 21발의 예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영면에 들어갔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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