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급속한 고령화로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시장이 원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ward guidance·사전안내)를 제시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성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공식의결문에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고 기자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포워드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그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이라는 주제의 논문발표를 통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나 아시아 신흥국에서 비(非)전통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총재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에서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이유에서,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이상적인 정책 수단에 있어 한계가 있다는 풀이다.
그는 "복수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유연한 정책 대응에는 도움이 되지만 신흥국 입장에서는 기본·대안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고 커뮤니케이션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총재는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는 향후 경제가 기본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경우 상황에 대한 참고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문가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중앙은행의 경제전망 능력 부족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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