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시진핑과 푸틴 : 동양을 향하는 러시아 행로...그러나 점점 불평등해지고 있는 중-러 관계
[월드 프리즘] 시진핑과 푸틴 : 동양을 향하는 러시아 행로...그러나 점점 불평등해지고 있는 중-러 관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9.16 16:10
  • 수정 2022.09.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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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6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정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6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정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NN방송은 16일(현지 시각) 사마르칸트에서 열리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별도로 만나 정상회담을 갖은 시진핑과 푸틴에 대해 보도하면서, 러시아가 외교 및 경제 관계의 관심을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를 잘 이해하려면 왔다갔다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추(錘)를 떠올리면 된다. 이 추는 수 세기 동안 그런 식으로 움직여왔다.

한동안 이 추는 한 방향으로 움직였고, 러시아는 유럽을 향한 서쪽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은 분명히 유럽 문명의 일원이라고 여겨왔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이 추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러시아가 동쪽을 지향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러시아의 통치자들은 서양 문명과 서양적 가치관을 비난하고 러시아는 동양과 함께한다고 말해왔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이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게 된다.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과 함께 러시아의 진자(振子)는 단호하게 동양을 향하고 있다.

이건 그리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결정으로 러시아는 서방에서 왕따 취급을 받고, 서방의 경제 제재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을 “살인마 독재자(murderous dictator)”라고 부르기도 했고,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는 그를 “구제 불능의 깡패 두목(a desperate rogue operator)”으로 칭한 바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지도자는 푸틴에 대해 매우 다른 언사를 사용한다.

“나의 친애하는 오랜 친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지역 정상들 회의에서 푸틴과 별도의 회담을 갖은 시진핑은 푸틴을 이렇게 소리쳐 불렀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간의 우정을 치하하고 양국 간의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두 지도자는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세계 질서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자기들이 서방, 그 중에서도 미국에 대항하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다극적 지구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푸틴과 시진핑은 영원한 베스트 프랜드로 남을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 정치라는 변수가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러 양국의 관계가 점점 불평등하게 변모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침공하기는 했지만 푸틴의 원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크렘린 당국은 러시아군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서방의 제재도 러시아 경제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다. 그 결과 중-러 관계에서 러시아는 점점 위축되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두 사람 간의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의문”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자신들의 ‘특수 군사 작전’이 베이징을 걱정하도록 만들었음을 크렘린 당국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공항에 도착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공항에 도착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의 연결 고리인 다리를 불태워버리고 유럽과 에너지 전쟁을 벌이면서 회전축을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어쩌면 그에게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는 러시아 경제의 방향을 동양에 맞추고,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새로운 시장을 동양에서 개척하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만만한 행로가 아니다.

“푸틴은 동양을 향한 행로가 순탄하고 러시아에 확실한 이득을 안겨주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낙관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견합니다.”

존스홉킨스 고등국제대학의 세르게이 라첸코 교수는 이렇게 내다보았다.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서방에 존재합니다. 그들의 기술과 시장은 서방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서방의 기술이 필요한데 러시아가 서방의 지원 없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또, 가스의 흐름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소련과 러시아는 수십 년 동안 유럽에 맞춰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왔습니다. 물리적 인프라는 바로 그런 식으로 구축되어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에너지 시장을 아시아로 바꾸는 문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푸틴과 시진핑의 이번 정상회담은 ‘상하이협력기구(SCO : 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정상들 모임 와중에 성사되었다. SCO에는 중국과 러시아 지도자 외에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푸틴에게 이번 행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제재와 서방으로부터의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는 여전히 강력한 우방임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서방에 의한 자신들의 고립은 순전히 서방에서의 문제일 뿐이며 세계는 다극 체제라고 주장하고 싶을 겁니다.”

라첸코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SCO와 중앙아시아 내 권력의 균형이 변하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푸틴은 현재 전쟁에서 패하고 있는 지도자로 사마르칸트에 가 있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 반면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사상 최초로 자신들만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향해 단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는 더욱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카자흐스탄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거지요.”

크렘린이 균형을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러시아와 관련한 핵심 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이 나라는 유럽과 아시아 양쪽 모두에 걸쳐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에게는 추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양쪽을 모두 살필 수 있는 균형감각이 필요할 때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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