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큐어넌 음모론에 사로잡혀 아내를 살해하고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한 미국 남성
[월드 프리즘] 큐어넌 음모론에 사로잡혀 아내를 살해하고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한 미국 남성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9.18 06:12
  • 수정 2022.09.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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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르 라니스가 큐어넌의 음모론인 ‘큐 토끼굴(Q rabbit hole)’에 빠지기 전까지는 그의 가족은 완벽한 가족의 전형이었다. [페이스북 캡처]
이고르 라니스가 큐어넌의 음모론인 ‘큐 토끼굴(Q rabbit hole)’에 빠지기 전까지는 그의 가족은 완벽한 가족의 전형이었다. [페이스북 캡처]

큐어넌의 음모론을 비유하는 ‘큐 토끼굴(Q rabbit hole)’에 빠진 뒤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던 이고르 라니스라는 미국 남성이 아내와 개를 살해하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사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지난 9월 11일 이고르 라니스(53)와 아내 티나 라니스(56)는 부부싸움을 벌였다. 그로부터 10분 뒤 이 부부의 딸 레이첼은 아버지가 자신을 총으로 쐈다고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게 된다.

<더데일리비스트(The Daily Beast)>는 당시 레이첼은 자신의 집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전화 신호를 삼각추적해 사건 장소가 미시간주 월드 레이크(Walled Lake) 인근의 한 가정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고르 라니스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 경찰을 향해 산탄총(Remington 870 pump action shotgun)을 난사했다. 경찰은 라니스에게 응사했고 그 과정에서 그는 집 밖에서 사망했다.

그 뒤 경찰은 집에서 기어나오던 중인 라니스의 딸 레이첼(25)을 현관에서 발견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경찰은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으며,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쐈다고 진술했다.

집으로 들어간 경찰은 아내인 티나 라니스가 등에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관들은 그녀가 집에서 도망치려다가 총을 맞은 것으로 판단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이 가족이 기르던 그레이트 피레네 종 애완견도 총을 여러 발 맞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레이첼 라니스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등과 다리에 총을 쐈다. 그녀는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위급한 상태였지만 외과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녀는 영원히 다시 걸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레이첼의 여동생 레베카는 이 살인극이 벌어졌을 때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하느라 집에 없었지만, 그녀는 SNS ‘레딧(Reddit)’의 하위 레딧인 ‘큐어넌피해(QAnonCasualties)’에 올린 포스팅을 통해 “너무 충격이 커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정을 토로했다.

레베카 라니스는 <디트로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정신적인 문제로 시달리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 음모론에 사로잡혀 보내다가 결국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된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고르 라니스는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을 했었고, 범죄 경력도 없었지만 지난 2년 동안 음모론에 심하게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빠는 원래 현실감각이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레베카 라니스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한 2020년 뒤부터 그는 큐어넌(QAnon)이라는 정신 나간 음모론의 토끼굴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는 큐어넌 음모론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빠졌던 토끼굴에 비유하며 이렇게 이어갔다.

아버지가 위험한 극우 음모론에 빠지기 전에는 레베카의 부모는 다른 부모들처럼 “너무 자애로운 사람들”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극우 음모론 큐어넌(QAnon)을 뜻하는 큐(Q)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극우 음모론 큐어넌(QAnon)을 뜻하는 큐(Q)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큐어넌에 사로잡히면서부터 이고르 라니스의 정신 상태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는 종교와도 단절을 선언하고, 그의 가족이 코로나 19 백신이나 5G 무선 통신 중계탑,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대통령 자리를 “도둑질”했는지에 대한 음모론 동영상들을 꼭 시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나아가 세계의 유수한 지도자들은 인간들이 아니라고 굳게 믿게도 되었다고 한다. 그는 파충류 외계인들이 세계 지도자들로 위장해서 ‘새로운 세계 질서(New World Order)’를 구축하기 위해 인간성을 통제하고 있다고까지 믿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라니스를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대화는 요령부득으로 끝이 나곤 했다고 레베카는 말했다.

“아버지는 악마에 사로잡힌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위험을 감지하면서 차츰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레딧’에 올라온 댓글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안타깝게도 나의 어머니와 언니는 아빠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가 이런 짓을 저지르리라고 차마 예견할 수 없었던 겁니다.”

오클랜드 카운티 보안과 마이클 부샤드는 <디트로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고르 라니스가 모든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음을 감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성인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았겠습니다. 정말 여러모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레베카 라니스는 현재 가족 중에 큐어넌 음모론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주의해 관찰하라고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과격한 사상에 대해서는 더욱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면 안 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내 아버지처럼 무기를 지니고 있다면 하루속히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서 정신 감정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위험해 보이지 않아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이어갔다.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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