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신으로 11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구현모 KT 사장의 임기 만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구현모 사장은 임기동안 KT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 전환에 힘쓰며 AI컨택센터(AICC),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클라우드,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최근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박으로 미디어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일궈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올해 경영방향인 '안정', '고객', '성장' 분야에서 올 상반기 상당 부분 성과를 냈다. '안정' 분야에선 현장의 업무 처리 절차를 개선하고 효율화하기 위해 추진해 온 '현장 AI 300프로젝트'를 통해 도출된 과제 등이 선정됐다. '고객' 분야와 '성장' 분야에선 카드제휴 및 금융자산 규모 확대로 금융 본업 경쟁력을 강화한 BC 카드와 KT그룹 편입 후 큰 성장을 이뤄낸 HCN(舊 현대백화점 계열) 등 성과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매출에서도 최대 성과를 거뒀다. KT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12조5,899억원, 영업이익은 1조858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연결 매출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회사는 핵심 성장사업 중심의 그룹 포트폴리오 안착으로 매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일회성 인건비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다소 줄었다.
디지코 전환의 핵심은 AI 사업이다. KT는 사람처럼 대화하는 AI 능동복합대화 기술로 'AI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있다. 2017년 1월 출시한 AI 스피커 '기가지니'에서 발전된 AI 기술로, 향후 3조원 규모의 AICC(AI컨택센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회사는 공공, 기업, SMB 영역까지 확장한 AICC 사업을 디지코 전환의 대표 미래사업으로 공략해 기업가치를 빠르게 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업 경영에 디지털 전환(DX)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클라우드와 IDC사업도 유망하다. KT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클라우드·IDC사업부를 분할해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설립했다. 회사는 클라우드·IDC 인프라에 약 1.7조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수준의 AI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KT클라우드는 공공 클라우드 부문 1위를 이어가며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에서 제작하고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 대박도 큰 성과다. KT 케이블 채널 ENA에서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회 시청률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KT는 지난해 3월 KT스튜디오지니 출범을 알리며 콘텐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강철부대', '나는 SOLO', '애로부부' 등의 오리지널 예능 성과를 기반으로 3년간 총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금융사·기업과 지분 맞교환을 통한 디지코 성장 동력도 마련 중이다. KT와 신한은행은 올 1월 테크∙금융 분야의 사업협력을 위해 지분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KT는 신한지주의 지분 2.08%를 4375억원에 취득하며 미래금융DX와 플랫폼 신사업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여기에 최근 재계 3위 현대차그룹과는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동맹'을 맺기로 했다.
CEO 취임 후 큰 폭의 주가 상승(2020년 3월 19700원>21일 종가 기준 36550원)으로 그룹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구 사장은 내년 3월 2연임에 별 탈 없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1987년 KT에 입사해 35년 동안 KT에 몸담은 '원클럽맨'으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고, 취임 전에도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스마트에너지, 교통관제 서비스, 헬스케어 등을 직접 챙긴 만큼 내부에서 많은 교류를 해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