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히잡 시위’ 격화하는 이란...행방불명자 속출, 가족들 '발동동'
[월드 프리즘] ‘히잡 시위’ 격화하는 이란...행방불명자 속출, 가족들 '발동동'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9.25 07:08
  • 수정 2022.09.25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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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슬람 율법에 따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이 종교 경찰(morality police)에 체포돼 사망한 사건 때문에 이란에서 6일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행방불명 된 가족들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24일(현지 시각) 이란 현지 상황과 함께 보도했다.

이란 여성 파나즈(22)가 오빠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낯선 사람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에서였다.

“그는 내게 전화를 해서 ‘지금 붙잡혀 있다’는 소리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 나는 그 즉시 오빠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짐작하고 그를 찾기 위해 종교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파나즈는 CNN에 이렇게 증언했다.

파나즈는 회계사인 그녀의 오빠가 지난 월요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시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었다고 밝혔다. 그녀의 오빠는 이날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폭압적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하러 간다고 말한 후 시위대에 섞여 있던 사복경찰에 체포된 후 “종교경찰 밴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케르만시의 시위는 이란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항 물결을 반영한다.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지난주 종교경찰에 구금되어있다가 사망한 한 여성을 놓고 권력에 저항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란의 종교경찰은 이란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히잡 사용을 규율하는 공권력으로 악명이 높다.

앞서 종교경찰은 지난 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를 체포한 후 그녀가 “부적절한 복장을 입었다”고 비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미니는 그 후 3일 뒤 사망했는데, 구금 중 심장마비를 겪었다. 이에 비평가들은 멍이 들고 피를 흘린 것으로 봐서 구타를 당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미니의 수상한 죽음은 이란 여성들이 수십 년간 겪고 있는 억압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시위대는 다시 한 번 정권이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이란의 준관영 통신사들은 경찰 및 보안군과 시위대의 충돌로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이란 인권단체인 ‘이란 인권(IHR)’은 적어도 50명이 살해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CNN은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독자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시위대 말고도 이란의 준군사대원 2명도 사망했다.

오빠가 행방불명 된 후 경황이 없는 가운데 파나즈와 그녀의 부모는 오빠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케르만시의 종교경찰서를 찾았다.

그들은 오빠의 소식을 듣는 대신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가족들을 만났다고 한다. 이 가족들 상당수는 경찰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말했다.

파나즈가 오빠의 얼굴을 못 본지 4일이 지나면서 그녀는 오빠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내 오빠는 이렇게 잔인한 사람들에게 붙잡혔으며 우리 가족은 현재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그녀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CNN은 지난 월요일 케르만시의 아자디 광장에서 무장 경찰들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동영상을 확인했다. 파나즈는 오빠가 바로 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목요일에 미국은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에 연루된 몇몇 종교경찰 및 보안군 관리들에게 제재를 부과했다.

히잡을 쓴 이란 여성과 이란 국기 [사진 = 연합뉴스]
히잡을 쓴 이란 여성과 이란 국기 [사진 = 연합뉴스]

“폭력으로 복종을 강요하다.”

마흐사 아미니의 가족이 그녀의 생전 모습을 본 것은 지난 9월 13일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그녀는 테헤란의 종교경찰 차 뒤에서 “머리를 가격당한” 후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그녀의 사촌 디아코 아일리는 CNN에 밝혔다.

이란 관영 매체가 공개한 CCTV 화면에는 그날 늦게 테헤란의 재교육 센터에서 쓰러져있는 아미니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녀는 옷차림에 대한 “지도”를 받기 위해 종교경찰에 의해 강제로 이 교육센터에 입교되었던 것이다.

두 시간 뒤 그녀는 테헤란 카스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디아코 아일리에 따르면 아미니를 담당한 카스라 병원 의사들이 그녀의 직계 가족에게 “머리에 입은 상처가 너무 심각해 뇌손상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일리는 노르웨이에 살고 있어서 7월 이후에는 아미니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현재 아미니의 부모와는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친척 중 아미니의 시신을 직접 확인하도록 허락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건이 발생하고 3일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사망했습니다. …… 심장병 같은 질환이 전혀 없던, 22세밖에 안 된 건강한 젊은 여성이 그렇게 된 겁니다. …… 그녀는 야만적인 나라에 살면서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일리는 이렇게 한탄했다.

CNN은 아일리 진술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병원 관계자에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와 관련 이란 당국은 아미니는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고 말하면서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이란 정부는 아미니의 부검이 끝났지만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었다.

아미니의 죽음을 둘러싼 공식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거리의 소요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위가 지역적으로 확산하고, 폭압과 상징성, 그리고 소셜미디어 전파가 물결을 이루면서 2019년 물가상승 때문에 벌어진 시위사태 이후 최대의 대중적 분노가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테헤란의 악명 높은 에빈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2020년 이란을 탈출한 시마 바바에이에게 아미니의 죽음은 아픈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그녀의 죽음은 저 개인에게 가해진 경찰의 야만성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수천 명 이란 여성에게 가해지고 있는 폭압을 상기시킵니다. 종교경찰이 들어있는 바로 그 건물에서 그들은 저를 범죄자 취급하고 수갑을 채우고 모욕을 주었습니다.”

현재는 벨기에에 살면서 여성 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마 바바에이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이란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바바에이는 우연하게 저항의 상징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란에서 ‘혁명 거리의 여성들(Girls of Revolution Street)’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혁명 거리 여성들’이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란에서 벌어졌던 전국적인 히잡 반대 시위 운동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다.

“뭔가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거리에서 히잡을 불태우고 권력의 상징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 조만간 이란 국민은 자유를 쟁취하고, 누가 우리 편이었는지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당국의 다음 수순에 대한 우려

소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목요일 취해진 당국의 인터넷 통제는 별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듯보인다. 인권단체들은 당국이 어둠을 틈타 다음 단계로 어떤 일을 벌일지 걱정을 하고 있다.

목요일 밤 몇몇 도시에서 시위가 발발하자 이란 군대는 시위대에 경고를 보내면서 국가의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적과 맞서 싸울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통신사 IRNA가 보도했다.

IRNA 통신은, 군이 경찰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고 적들의 다양한 음모에 맞서 이란 국가안보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반(半) 관영 매체에 따르면 지난주 시위로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19년 11월 시위 이후 수백 명의 이란인이 체포, 고문, 투옥되었으며 일부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 이란 지부에서 일하는 만수레히 밀즈는 현 상황을 국제적 무대응이 빚은 “처벌받지 않은 참사(crisis of impunity)”라고 묘사한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의도적으로 발사된 금속 탄환 등에 맞아 사망하거나 끔찍한 부상을 입었다는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폭력으로 복종을 강요하려는 당국의 필사적인 몸부림입니다.”

밀즈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멀리서 시위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아일리는 현재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이란의 친척들에 대한 안위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이란 정부가 사촌의 사건에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녀의 가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가족은 아미니의 사건을 세상에 밝히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아무 죄가 없는, 갓 22세 된 소녀를 왜 죽였는가?”

“여성이 머리카락을 약간 보여주거나 생각하는 바를 말했다고 죽임을 당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아일리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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