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폭발한 쿠르드족의 분노와 함께 커져가는 이란 시위
[월드 프리즘] 폭발한 쿠르드족의 분노와 함께 커져가는 이란 시위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9.30 05:30
  • 수정 2022.09.3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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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의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 탄압은 특히 소수집단인 쿠르드 단체에 겨냥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시위가 처음 일어난 쿠르드족 도시들에서 이들에 대한 살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란 당국은 이웃에 접한 이라크 등의 국가들의 쿠르드족 운동가들과 분리주의자들이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후 이란의 쿠르드족 지역에서 시위를 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세의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테헤란에서 경찰에 체포됐고 구금 중에 사망했는데, 이 사건은 현재 이란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시발점이다.

쿠르드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데, 이란 정부의 진압 병력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고 무수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쿠르드 인권 네트워크(Kurdistan Human Rights Network)의 레빈 라흐마니는 “지난 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쿠르드 도시와 마을 들이 무장화됐다. 이란 병력이 야간 습격을 해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의 북서부 도시 오쉬나비에에서는 시위대가 진압 병력을 퇴각시키고 거리를 장악했다고 쿠르드 운동가들의 주장이 있었으나, 이내 다시 진압대가 들어가는 등 충돌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쿠르드족은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민족 중 하나로 이란, 이라크, 튀르키예, 시리아에 걸쳐 분포돼 있다. 이들은 반(半)자치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란과 튀르키예는 영토 내에 무장 분리주의자들이 쿠르드 땅임을 주장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으며, 일부 쿠르드 단체는 분리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이란 방위군인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쿠르드 분리주의 단체들에 포탄과 드론 공격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란의 반관(半官) 매체 타스님(Tasnim)통신은 이 공격이 쿠르드족이 시위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타스님 통신은 친 이란혁명수비대 매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공격이 이란과 이라크, 아제르바이잔 국경 지역에 있는 분리주의 테러리스트들의 본부를 타겟으로 한 것이라고 이란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 부대 퀘드스군(Quds Force) 측근의 텔레그램 채널이 전했다.

타스님 통신은 “테러리스트 단체들에 의해 무장팀과 대량의 무기가 국경에 인접한 도시들에 도착해 국가에 혼란과 혼돈을 일으킨 것에 대한 대응으로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의 아르빌에 자리한 독립 방송 매체 쿠르디스탄24(Kurdistan 24)는 이란의 포탄이 이라크와 접하고 있는 산악 국경에 또 떨어졌고, 폭격의 공포로 농부와 유목민 들이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쿠르드족의 쿠르디스탄 혁명노동자당 코말라(Komala)의 고위급 당원인 하산 라흐만파나는 이란군이 이라크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산악지대인 할구르드 주변 지역을 폭격했다고 했다. “쿠르드의 페쉬메르가(Peshmerga)군이 그 경로에 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인 쿠르드 단체가 이란에 무기와 탄약을 이란에 보내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부인하며, “이러한 주장들은 여론, 특히 해외 여론, 유럽과 미국의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 북부의 쿠르드족은 이란 정권이 오랫동안 운동가들을 타겟으로 해왔다고 말한다. 심지어 쿠르드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타겟이 됐다고 한다. 많은 쿠르드인들이 수니파 무슬림이고, 이란 정부 지도자들은 절대다수가 시아파 무슬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의 6만 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는 이란 도시 카미야란에서 와서 시위에 참가한 어느 여성 쿠르드 운동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우리는 오랜 세월 쿠르드인이 죽는 비극과 여성 운동가와 정치 환경 운동가 들의 체포 속에 매일을 살아왔다. 이들의 대부분은 수 년의 실형을 선고받는다”라고 말했다.

쿠르드 인권 네트워크는 지난 일요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이란 쿠르드 지역에서 17명이 사망했고, 435명이 부상당했으며, 570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시위 진압 경찰과 민병대 바시즈(Basij)의 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있다고 이 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시위로 인한 사상자 및 체포된 이들의 수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란 북부의 마을 발로에서는 지난 주 수요일 주민과 바시즈의 충돌이 시작됐다. 이 마을에 살던 젊은 남성 파라즈 다비쉬가 인근 도시 우르미아에서 시위에 참여하던 중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고 쿠드르 인권 네트워크 측은 말했다.

모하메드라고만 이름을 밝힌 발로의 한 주민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다비쉬의 장례식이 행해지고 있는 발로의 모스크 밖에 3천 명에 달하는 마을 주민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독재자를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군중들은 모스크에서 마을 중심에 있는 바시즈 본부로 이동했고, 이 때 발포가 시작됐다. 시위자들 중 두 명의 사망자와 세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모하메드는 말했다. 쿠르드 인권 네트워크의 라흐마니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총성이 들리는 가운데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돌을 던지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들 두 명의 사망한 시위 참가자들의 장례식 후, 마을 주민들은 바시즈 건물로 몰려갔고, 민병대 바시즈 대원들은 도망갔다고 모하메드는 증언했다. 건물은 불에 탔다.

또한 모하메드는 바시즈 대원들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려져 있어 사망한 시위자들의 유가족들이 복수를 맹세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토요일 군인들이 이 마을의 집집마다 돌면서 누가 바시즈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지 묻고 다녔다고 한다.

모하메드는 “마을 사람들이 항쟁하고 있다고 정부가 보고 있기 때문에 곧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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