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일부 기독교도들을 평생 동안 괴롭히는 ‘휴거 불안’
[월드 프리즘] 일부 기독교도들을 평생 동안 괴롭히는 ‘휴거 불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02 06:44
  • 수정 2022.10.0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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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장면을 묘사한 상상화 [사진 = ATI]
휴거 장면을 묘사한 상상화 [사진 = ATI]

CNN은 1일(현지 시각) 미국의 일부 근본주의 기독교도들이 겪고 있는 ‘휴거 불안(rapture anxiety)’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휴거되었을 때 홀로 남겨질지 모른다는 공포는 이를 믿는 기독교도들에게는 평생 가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에이프릴 아조이는 13세가 되었을 무렵 뭔가가 잘 못 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그녀의 집은 적막에 휩싸여있었다. 너무 조용했다. 부모님은 떠났고, 오빠도 사라졌다. 그리고 부모의 침대에 남아있는 어머니 옷가지들은 뭔가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졌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당시 어린 아조이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기억을 가다듬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죄를 지은 것이 언제였던가? 짐승표를 거부해야 할까? 그녀는 도래할 환난기에 단두대에라도 올라갈 수 있다면 목숨은 빨리 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 이치를 깨달을 나이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일부 기독교 공동체 속에서 자란 수백만의 기독교도들은 휴거는 언제 어느 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교육받는다. 휴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든 종교 교육 기관이 동일하게 가르치지는 않지만 기본 개념은 일치한다.

즉, 의로운 기독교도는 하늘로 올라가고 다른 사람들은 현세에 남아 고통을 받는다는 원리는 모두 똑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일어나든지 휴거는 두려우면서도 환영할 일이며, 기독교도라면 삶에서 늘 기도하고 준비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아조이는 복음주의 교회 내에서 자라면서 휴거가 곧 닥칠 것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주입받았다. 그녀는 예수 재림 전에 절대로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휴거를 주제로 하는 극적인 책들과 영화들이,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종말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사례로 제시되었다.

“8살 때인가 9살 때쯤 되었을 때 저는 오빠와 함께 밖에서 30분 동안이나 하늘을 쳐다보았던 일이 기억납니다.”

아조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10부터 거꾸로 세면서 예수님이 다시 오실 것을 확신했었습니다.”

이제 34세의 성인이 된 아조이는 탈복음주의(exvangelicals) 단체의 일원이 되었다. 미국 내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탈복음주의자들은 일부 복음주의 및 안식일교회, 침례교회의 신앙이 폐해를 야기한다고 믿고 복음주의를 스스로 벗어버리고 있다.

그녀는 신앙 문제, 특히 기독교 신앙 과정에서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심지어는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는 트라우마에 대해 토론하는 틱톡 계정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휴거는 성경적인가의 문제

일부 종교 전문가들과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흔히 일컬어지는 ‘휴거 불안(rapture anxiety)’을 일종의 종교적 트라우마로 규정한다. ‘글로벌 종교 연구센터(Global Center for Religious Research)’의 총재이자 CEO인 다렌 슬레이드는 수년 동안 일부 종교와 기독교 교단들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트라우마에 대해 연구해왔다.

“진짜 문제입니다. 그것도 만성적으로 퍼져있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휴거 불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새로 등장한 연구 영역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연구 결과는 종교적 트라우마가 불안, 우울증, 편집증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종교적 트라우마는 심지어는 ‘나는 구원을 바라는 기도를 계속해야 한다.’거나 ‘죄를 수시로 고백해야 한다.’는 강박장애의 원이이 되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누군가 결정적 순간에 지상에 남겨질 수 있다고 교육받습니다. 그가 만일 혼전 성관계를 갖은 10대이거나 어쩌다가 하나님을 망령되게 일컬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종교적 트라우마를 극복한 공동체 내에서 아조이처럼 회피할 수 없는, 임박한 종말에 대한 저변의 공포를 경험한 사람은 흔하다. 과거 교회를 출석했던 사람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폭력적인 휴거 주제 영화를 보라고 꼬드기거나 종말이 찾아왔을 때 남겨진 친지들이나 애완동물을 떠올리면서 눈물로 잠이 들었던 기억들을 소셜미디어에 털어놓고 있다.

조지아주 매리에타에 사는 첼시 윌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복음주의 공동체 내에서 성장할 때 휴거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기본적인 주제여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주변 모든 사람들이 휴거되었다고 겁을 주는 장난을 자주 쳤다고 털어놓았다.

“마치 야밤의 캠프파이어 주변에서 하는 무서운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신학적으로는 ‘전(前) 천년왕국설(dispensational premillennialism)’로 불리는 휴거의 개념은 로마가톨릭 및 성공회, 장로교회 같은 주류 개신교가 널리 받아들이는 교리는 아니며 주로 복음주의 및 근본주의 교단과 밀착되어있다.

이 신학 이론은 신약성경에 포함된, 바울이 데살로니카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로부터 유래되었다. 사도 바울은 이 편지에서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하늘로 낚여 올라가거나 들여 올려진다고 말한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은 기독교 지도자들마다 다양한데, 상당수 지도자들은 이를 바울의 저작들에서 볼 수 있는 서정적 은유(poetic metaphor)의 흔한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로 들리운다는 놀라운 형상은 오늘날 형성된 휴거 개념의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다렌 슬레이드는 이 형상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종교적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종말 시 들려 올려질 때를 떠올리면서 고소공포증을 호소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말한다.

한편, 종교적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온 회원들은 ‘휴거의 시작(Left Behind)’ 시리즈 같은 소설들과 이를 배경으로 2000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영향에 대해서도 거론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했던 교회에서 이들이 휴거 후 상황을 정확히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며 권고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들의 신앙 공동체에서 악명높기로 유명해, 일부 회원들은 이 작품들의 고통과 공포에 대한 묘사가 휴거와 관련된 트라우마의 주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사 초반부에 거론한, 단두대에 대한 아조이의 상상이 이상하게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72년 제작된 휴거 영화 ‘휴거(A Thief in the Night)’에 그래픽으로 처리된 단두대 처형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슬레이드는 현대 휴거 신학이 얼마나 깊이 침투해 있는지 알고 있다. 침례교 설교자이자 종교학자인 그는 ‘종말’ 또는 ‘마지막 때’라는 모임에 참가하는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모임은 성경 계시록의 사건들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성경적 요소를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연결하려고 시도한다. 바로 이점 때문에 종말에 대한 예언이 들어맞지 않을 때는 이단적 신앙 집단이 위기에 빠지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슬레이드의 성경 연구는 결국 그를 불편한 진실로 이끌 수밖에 없었다. 일부 침례교, 복음주의 및 근본주의 공동체에서 가르치는 휴거는 성경에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사실, 현대 휴거 신학의 뿌리를 찾으려면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슬레이드는 이런저런 깨달음 끝에 기독교 신앙을 떠나 종교의 학문적 측면에 그의 에너지를 집중하게 되었다. 그것은 파괴적인 전환이었다.

“나는 가족을 잃었고, 공동체를 잃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슬레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그는 신앙 경험으로 인해 복합 외상후스트래스장애(PTSD) 진단까지 받아야 했다.

소설 ‘휴거의 시작(Left Behind)’ 시리즈를 배경으로 2000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 [사진 = ATI]
소설 ‘휴거의 시작(Left Behind)’ 시리즈를 배경으로 2000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 [사진 = ATI]

경험 공유

신앙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의 의심을 큰 소리로 말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휴거의 불안 그 자체만큼이나 압도적일 수 있다.

“두려움을 거론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아조이는 이렇게 말했다.

“휴거에 대해 걱정한다면 걱정할 만한 일을 했다는 말인가?”

여전히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있는 아조이는 성경에 ‘휴거’라는 단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10대 후반부터 휴거 이론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그녀는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에서 용기를 내어 질문을 했었다.

“어렸을 때 나만 남겨질 거라고 정말 걱정한 사람이 있습니까?”

이 게시물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아조이는 이렇게 말했다.

슬레이드는 자신이 공동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혼자만의 공포가 종교적 트라우마를 가중시킨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만 의심의 광야에서 절실히 필요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휴거, 나아가 기독교에 대한 의심과 회의는 나아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믿음을 재정의하거나 완전히 버리도록 이끌 수도 있다.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미국인의 수는 수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2년 ‘퓨 리서치(Pew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64%가 기독교인이라고 말하지만, 그 숫자는 2070년이 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며, 무종교 인구에 추월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우리가 기독교에서 주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슬레이드는 이렇게 분석했다.

“사람들이 떠나는 일반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의 생각이 신앙 공동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들은 교회가 자신들의 개인적인 가치와 일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죄와 심판을 거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에 진저리가 난 것입니다.”

아조이는 틱톡 사용자들로부터 매일같이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고마워하고 고통스러운 종교적 기억을 토로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준 데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받는다.

“혼자 이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직도 놀라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아조이는 블루문(blue moom)이 뜰 때마다 집이 적막해지고 남편이나 아이들이 보이지 않으면 반사적으로 과거의 공포가 떠올라 괴롭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해답을 구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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