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인도에서 정규 근로자가 부업(moonlighting)을 하면 어떻게 될까?
[월드 투데이] 인도에서 정규 근로자가 부업(moonlighting)을 하면 어떻게 될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01 06:06
  • 수정 2022.10.01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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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인도에서는 근로자의 부업 문제가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29일(현지 시간) BBC가 보도했다.

인도 수도 델리의 IT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사힐(본인의 요청으로 익명으로 처리함)이 2019년 가벼운 마음으로 부업을 선택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행위가 그렇게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힐은 세계 최대 IT 기업 중 한 곳에서의 정규 일자리 말고도 지난 3년 동안 다른 IT 기업들이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선별하는 기술 면접관(coding interview)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그는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프로젝트당 1만 달러 정도를 받았다.

사힐은 자신의 부업이 자신의 “정규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으므로” 이 사실을 사업주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어권에서는, 때로는 남몰래, 밤에 다른 일을 한다는 의미로 ‘문라이팅(moonlighting)’이라고도 불리는 정규 근로자의 부업 문제는 최근 인도 내에서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근로자들을 상대로 엄중한 문책을 경고하면서 큰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인도 빅테크들 중 한 곳인 다국적 기업 ‘위프로(Wipro)’는 이번 달 초 경쟁 회사를 위해 일을 한 자사 근로자 300명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위프로’의 CEO 리샤드 프렘지는 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사기에 해당한다(cheating-plain and simple)”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인도의 연방장관을 포함한 다른 인사들은 근로자의 부업 트렌드는 “인도의 직업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근로자들의 부업 유행을 지지했다. 그러나 부업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젊은 직장인들이 근로계약을 위반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부업 또는 아르바이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근로자의 부업은 날로 불안해져 가는 노동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입 창출원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창의적인 만족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로자의 부업은 정규 직장과의 근로계약에 따라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남는 시간에 취미 계발이나 수입 증대를 위해 다른 일은 하는 것은 완전히 두 가지 업무를 병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가인 라잣 가르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가 정규 업무 시간에 피곤한 얼굴로 나타나거나 근로계약상의 업무에 전념할 수 없다면 그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IT 전문가 프라산토 로이는 인도에서의 근로자 부업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근로자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새롭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현재 인도 온라인상의 ‘레딧(Reddit)’이나 ‘디스코드(Discord)’ 채널에서는 ‘문라이팅’에 도움을 주는 코너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채널 참여자들은 부업이 올바로만 수행되면 정규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을 알려주는 사이트들도 공유하고 있다.

운전이나 온라인 판매업, 그래픽 디자인, 그리고 콘텐츠 작성 등 흔히 행해지는 아르바이트들은 해당 근로자들의 수입 증대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기업가인 라잣 가르그는 부업 트렌드는 IT 업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 IT 기업들의 상당수는 정규직에 근무하면서 자신들만의 벤처 사업을 별도로 준비하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설립한 회사라고 말한다. 부업을 통해 세계적 IT 기업을 만든 사업가로는 대기업 HP에서 일하면서 부업을 통해 애플컴퓨터를 설립한 스티브 워즈니악을 흔히 꼽는다. 라잣 가르그의 회사 근로자의 상당수는 부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회사의 근로자가 자신을 위해, 또는 경쟁 회사를 위해 내 회사에서 정보를 빼간다면 그건 분명한 불법 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프로(Wipro)’가 부업을 한 모든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들은 경쟁 기업을 위해 부업을 한 근로자를 해고한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한 내의 조치를 취한 셈이지요.”

HP에 다니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애플컴퓨터를 공동 창립한 스티브 워즈니악 [사진 = 연합뉴스]
HP에 다니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애플컴퓨터를 공동 창립한 스티브 워즈니악 [사진 = 연합뉴스]

IT 전문가 프라산토 로이는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는 부업에 대한 자세한 근로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IT 기업들은 근로자가 타사를 위해 부업을 하는 것을 ‘직접적인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를 허용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일부 근로자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경쟁사가 아닌 곳에서 부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외부 고객과 관련된 업무의 경우 명확한 선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문라이팅’ 지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를 비윤리적인 행위와 혼동하기 때문에 그것이 나쁜 평판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2020년까지 델리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을 했던 아준(28)의 경우가 전형적인 이야기로 대두되고 있다. 그는 장시간 일하는 대신 수입은 좋았지만 늘 쫓기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찾아든 업무 하중 감소는 자신의 삶에서 일의 역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크립토 블록체인 개발 프로젝트와 NFT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준은 자신의 추구가 “영혼 없이 돈만 좇는 행위가 아니라 부업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경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직업 선택의 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을 때에 근로자들이 역할 변경을 고민하는 것은 본업을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니라 업계의 다양한 기술과 분야를 경험하고 그중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IT 전문가 프라산토 로이의 말처럼 ‘문라이팅’ 논쟁은 “익명과 원격 상태로 업무가 가능한 IT 및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이 분야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부업 여력이 있는 여러 업무 환경에서 인도 근로자들은 시간과 일에 대해 더 많은 유연성이 주어지기를 원한다.

누군가 삼랏 카나(29)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늘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대답한다.

그는 주 6일 동안 인도의 가장 큰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일을 한다. 그는 또한 파트타임 DJ이기도 하고 델리에서 콤부차(Kombucha) 양조장을 운영하고도 있다.

그는 이러한 부업에 대한 몇 가지 세부 사항을 회사에 신고해야 했지만 “규정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내가 근무 시간 외에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기업가인 라잣 가르그는 모든 것이 고용주와 맺은 계약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근로자에게는 권리가 있지만 의무도 주어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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