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줌인] '사후 약방문' 홍콩의 관광 재개... "금융허브 관광객들 이미 이탈, 너무 늦은 조치" 분통
[코로나 줌인] '사후 약방문' 홍콩의 관광 재개... "금융허브 관광객들 이미 이탈, 너무 늦은 조치" 분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09 06:46
  • 수정 2022.10.09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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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반도에서 바라본 홍콩섬 [홍콩관광청 제공]
구룡 반도에서 바라본 홍콩섬 [홍콩관광청 제공]

홍콩이 최근 관광 재개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홍콩 사람들은 이미 너무 늦은 조치가 아닌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각) CNN이 보도했다.

홍콩 최고의 번화가 중 한 곳에서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홍콩의 시장 상인 찬씨는 손짓으로 주위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아무리 해도 손님이 들지를 않습니다.”

찬씨는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는 야시장으로 유명한 홍콩 주룽(구룡반도)의 텅초이 스트리트에서 금속 귀고리, 목걸이, 스카프 등을 팔고 있다.

찬씨에게 지난 3년은 시련의 세월이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밤 10시까지 가게 문을 열었었지만 요즘은 7시면 문을 닫는다.

찬씨는 당국의 격리 조치 해제와 함께 시장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기를 바란다. 홍콩 당국의 코로나 격리 조치는 그동안 관광에 의존하던 시장 상인들에게 재앙으로 작용해왔다.

홍콩은 최근 며칠 사이 세계를 상대로 문호를 다시 개방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홍콩은 우선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3일간의 호텔 강제 격리 조치를 해제하고, 11월에는 세계 은행 총재들의 회의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관리들은 이 같은 조치로 국제 비즈니스와 여행 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홍콩 주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길고 긴 겨울

삶을 압박하는 코로나 대응에 2년 이상 시달려온 홍콩 사람들은 격리 조치 해제에 환호하고 있다.

홍콩의 입국자 격리 규정은, 가장 엄격히 실시될 때에는 여행객들 자비로 호텔에 21일 동안 의무적으로 격리하도록 규정하기까지 했다. 이 경우 홍콩 주민은 예외였다.

여기에다 코로나바이러스 발병률이 높은 지역이나 나라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은 운이 나쁘면 정부 시설에 수용될 수도 있었다.

그 결과 금융허브 도시인 홍콩을 드나드는 관광객의 숫자는 기록적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9월 30일인 지난주 금요일 격리 조치의 해제가 발표되자 그동안 여행에 굶주렸던 홍콩 사람들이 온라인 항공 티켓 예매 창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홍콩의 국적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자사의 웹사이트로 몰려든 사람들을 위해 가상 대기실을 마련해야 할 정도였다. 예매객들은 평균 30분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항공권 예매 등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익스피디아(expedia)’에 따르면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홍콩에서 도쿄로 가는 항공권을 구매한 여행객은 9배가 늘었고, 홍콩에서 오사카로 가는 여행객은 11배나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홍콩으로 들어가려는 항공권 수요는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익스피디아’의 아시아 홍보담당 책임자인 라비니아 라자람은 밝혔다.

홍콩의 야시장 [홍콩관광청 제공]
홍콩의 야시장 [홍콩관광청 제공]

들쑥날쑥한 효과

호텔 격리를 요구하는 조치는 해제됐는지 모르지만 홍콩 당국은 여전히 입국자들에게 3일 동안의 의무 준수 사항을 부과하고 있다. 홍콩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3일 동안은 식당이나 술집 등을 출입할 수 없다. 이러한 준수 사항과 함께 홍콩행 항공기 탑승 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이나 음성 결과를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방문객 준수 사항 들은 잠재 관광객들의 홍콩 방문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

‘7인제 국제 럭비 토너먼트(International Rugby Sevens tournament)’는 지난 2년 동안을 제외하고 1976년부터 매년 열려왔다. 바로 이 대회가 오는 11월에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열릴 때마다 해외 팬들이 몰려들었었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팬들이 입국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몰려들지 의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관중은 음주는 가능하지만 음식물 섭취는 불가하다. 나아가 팬들은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관람 중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시당국은 밝히고 있다.

한편, 홍콩과 가까운 아시아의 이웃 국가인 일본, 대만, 한국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 몇 주 사이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해 남아있던 제한 조치들을 모두 해제했다.

홍콩 관광업 미래를 어둡게 하는 또 하나의 먹구름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본토의 움직임이다. 여행 금지가 엄격히 적용되기 직전 해인 2019년 홍콩 방문객의 78%는 중국 본토 사람들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홍콩을 재개방하고 다시 부흥하려는 당국의 조치는 식당 주인 막센스 트래버스에게는 사후 약방문에 해당한다. 그는 작년에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 ‘호니 호니 티키바(Honi Honi Tiki Bar)’의 문을 닫아야 했다.

트래버스는 ‘호니 호니 티키바’를 9년 동안 운영해왔지만 2019년의 시위 사태와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낼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 이후 6개월의 공백기를 거친 후 그는 타이 항(Tai Hang) 인근에서 식당을 다시 열었지만 유지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래버스의 식당 사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원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홍콩 식음료 업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미도카페(Mido Cafe), 지미스키친(Jimmy's Kitchen), 린흥 티하우스(Lin Heung Tea House ) 등은 홍콩 식당 사업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광둥식 식당의 대표주자들이었는데, 이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트래버스는 홍콩의 보건장관인 로 청마우의 인터뷰를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로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재개방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었다.

“정말 참을 수 없이 힘든 상황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고, 우울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더는 안 돼!’하고 외쳤습니다. 3년 내리 이러고 있는 겁니다. 아시잖아요? 정말 너무 힘듭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홍콩을 단순히 다시 개방하는 것만으로는 12년 전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매력을 회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홍콩을 떠올리면 사람들이 열광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까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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