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전한 '저축銀 트라우마'...지금이 벗어날 적기
[기자수첩] 여전한 '저축銀 트라우마'...지금이 벗어날 적기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10.04 16:26
  • 수정 2022.10.0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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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저축은행 사태 후 11년 지났지만…“저축은행은 좀 그래요”
고객들 불신 여전...금융사고 연달아 터진 지금 전면쇄신 해야

“그래도 저축은행에 맡기긴 좀 그래요. 돈 맡겼다 떼먹히면 어쩌려구요.” 최근 어디에 돈을 넣어두는 게 좋겠느냐는 주제로 지인들과 얘기하던 중 A씨는 저축은행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저축은행의 예·적금은 4%를 넘는 상품이 많아 시중은행에 비해 나을 수 있다는 기자의 의견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과거 일어난 대규모 부실사태가 잊혀질 무렵 다시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다시 경각심을 자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3.88%(12개월)로 확인된다. 이는 연초(2.37%) 대비 1.51%p 증가한 수준이다. 저축은행별로는 OSB·스마트저축은행이 제공하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4.40%로 최고수준 금리를 제공 중이다. 평균 적금금리는 3.04%(12개월)로 2.39%였던 연초에 비해 0.65%p 올랐다. KB저축은행이 최고 연 4.50%의 적금금리를 제공하고 있고, 개별 저축은행별로도 4.0% 이상의 적금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다소 높은 수신금리를 적용해왔다.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특성상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높은 예·적금금리를 통해 자금을 유치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근본적인 원인은 2011년 벌어진 저축은행 사태다. 저축은행들은 부동산PF 작업대출 등을 자행했는데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 대출이 부실화 위기에 처했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한 7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예금자보호법이 보장하는 5000만원 이상의 자금을 예치한 고객들은 손실을 보기도 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당시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최근만 하더라도 저축은행 곳곳에서 금융사고가 터지고 예금보험법상 5000만원까지는 예금보험공사가 원금을 보장하지만 수신금리를 보고 저축은행에 자금을 유치한다면 보장한도 5000만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최근에도 저축은행 쪽에서 횡령, 작업대출 같은 기사를 봤다”라며 “이자 보고 저금을 하면 5000만원만 하고 말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겠느냐”라고도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은 아직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고객상담 중인 한 저축은행 창구 모습. [출처=연합뉴스]
고객상담 중인 한 저축은행 창구 모습. [출처=연합뉴스]

부동산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부실화 위험이 재조명되고 시중은행과의 금리차가 좁혀지는 것도 저축은행 계좌 개설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각고의 노력에도 ‘애쓴다’는 비아냥을 듣기 쉽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재발방지’같은 말만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불신이란 단어는 애초에 필요가 없는 말이다.

이미 지은 원죄를 돌이킬 방법은 없다. 피의자 입장에선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증명과정은 길고도 고되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것을 인정한 뒤 전면쇄신을 통한 정면돌파다. 그동안 만난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규제현실을 한탄하면서도 “어쩌겠어요. 지은 죄가 있는데”라고 버릇처럼 말했다. 이들에게 10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무색하게도 몇몇 내부 관계자들의 이기심과 무개념이 10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금융시장은 빚과 신용(신뢰)으로 통용되는 시장이다. 이런 내부자가 남아있는 한 금융시장과 신뢰·신용은 역설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시장이 된다. 다시 한 번 불신의 싹을 틔운 저축은행으로서는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감시망을 벗어난 ‘내부자들’이 아직도 남아있을 수 있다. 매를 맞아도 한 번에 맞는 게 낫다.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진 지금을 차라리 적기로 삼아 불순물을 제거하고 대외적으로 쇄신노력을 보이는 게 낫진 않을까.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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