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야 잘해라, 주 사장아 아프지 마라!” [정숭호 칼럼]
“메타야 잘해라, 주 사장아 아프지 마라!” [정숭호 칼럼]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2.10.05 07:30
  • 수정 2022.10.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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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연합뉴스
메타(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큰일 났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가 큰일 났습니다. 

메타는 올해 2분기 매출이 분기 기준으로는 창업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고, 순이익은 3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회사 상태가 이렇다면 주가가 안 빠지는게 이상하지요. 

메타 주가는 지금 급락 중입니다. 주 사장(한국의 페이스북 애호가들 가운데 메타의 창업 CEO 마크 저커버그를 ‘주 사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이 작년 11월에 “앞으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에 주력할 것”이라며 메타버스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직후 350달러에 육박했다가 올 2월부터 빠지더니 10월 들어서는 13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습니다.  

메타버스 사업이 주 사장이 기대했던 만큼 활성화하지 못한 데다가, “페이스북아, 우리 전화기로 통화하고 연락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너네 장사에 써먹지 말라”라는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정책’ 때문에 페이스북의 주 수입원인 ‘맞춤형 광고(알고리즘 기반 광고)’의 수익 모델이 흔들린 게 주가 하락세의 이유로 꼽힙니다. 

주 사장은 지난달 29일 “2023년 메타의 규모는 올해보다 작아질 것”이라며 2004년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예산 삭감 계획을 밝혔습니다. 회사 규모가 작아진다는 건 사업을 줄인다는 거지요. 사람도 당연히 줄입니다. 메타는 예산 삭감과 함께 ‘일부 부서 재구성’, ‘우선순위 조정’ 같은 계획을 발표했는데, 블룸버그는 ‘인력감축’ ‘정리해고’와 같은 거라고 했습니다. 

주 사장의 재산도 당연히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난달 19일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주 사장의 메타 보유 지분 평가액은 올해 초보다 702억 달러(98조 원) 감소한 553억 달러(76조8천억 원)이었습니다. 아직도 무지막지한 부자이지만 재산이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줄어들면 화도 무지막지하게 날 겁니다.

사실 블룸버그가 ‘억만장자 지수’를 발표하기 한 달 전쯤 주 사장의 말이라며 “매일 아침 배에 한 방 크게 맞는 느낌”이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가 있었습니다. 제목만 보고도 “주 사장이 사업 때문에 무지하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요즘 아침에는 주 사장 머리에 이런 생각이 가득할 겁니다. “회사 이름까지 바꾸고 메타버스에 올인했는데, 아직도 메타버스가 뭐냐는 무식쟁이들 가득하지, 그게 뭔지 아는 자들은, 야 그 만화 같은 게 돈이 되겠냐고 비웃지, 매출은 안 오르고 돈 들어갈 곳은 자꾸 늘어나지 …. 아 미치겠다!” 이 정도면 매일 아침 복통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할 겁니다. 어쩌면 주 사장이 매일 밤 누우면서 “아, 내일 아침에는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메타 (페이스북) 주가 추이. / 출처=나스닥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든요. 뜻한 바 있어 월급쟁이 관두자마자 돈을 빌려 열 명쯤 데리고 회사를 했는데, 월급날 다가오는 거, 사무실 임대료 내는 거, 공과금 내는 거 등등에 시달리다가 곧 아침이면 복통이 생기더니 밤에는 “이대로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더라는 말입니다. 

주 사장 근황을 길게 늘어놓은 건 “크든 작든 사업이라고 벌려 놓은 사람 속 타들어 가는 거는 다 마찬가지다 …”, 뭐 이런 건방스러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라, “주 사장이 망해서 페이스북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되어서입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페이스북 중독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생각과 기호, 사물과 사건, 인물에 대한 호불호는 같으나 운명의 장난(‘장난의 운명’이었나?) 때문에, 나이 때문에, 사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들을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남을 대신하는 곳이 페이스북입니다.

서로 좋아하는 글과 사진과 음악과 그림과 음식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외롭지 않음을 확인하다가 중독자가 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된 거지요. 어떤 저명한 은퇴 교수님 말씀처럼 “페이스북은 철저히 재구성되고 윤색된 공간이며, 여기에 글을 쓰는 걸로 자아를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거지요. 무시로 들이대는 광고가 귀찮기는 하지만 이 또한 정보라고 생각하면 참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모든 중독이 다 그렇듯 만에 하나, 페이스북을 못하게 되면 지독한 금단현상 때문에 대한민국이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사회적 불안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중독자인 내가 보건대, 페이스북 중독자들이 뭉치면 그까짓 마약중독자들은 물론, ‘X딸’이나 ‘깨O’ 따위들 보다 훨씬 큰 세력이 될 겁니다. 나는 한국이 지금보다 더 불안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페북 중독자입니다. 그래서 외칩니다. “메타야 망하지 마라. 주 사장아 아프지 마라!” 

/메타버스인문경영연구원장, 전 한국일보 경제부국장, 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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