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이재용 회동에도… 삼성, ARM 인수 '오리무중'
손정의-이재용 회동에도… 삼성, ARM 인수 '오리무중'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10.06 10:25
  • 수정 2022.10.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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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1일 사업 목적으로 방한
이재용 부회장과 4일 오후 회동…관련 논의 가능성
삼성, 별다른 언급 없어… M&A 매력 하락 평가도
소프트뱅크, 2분기 비전펀드 적자로 사상 최대 손실
2019년 7월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019년 7월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일 방한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지난 4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사업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만큼 이 부회장과 회동에서 ARM 인수와 인공지능(AI) 등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 쪽은 별다른 언급이 없는 데다 ARM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아 인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1일 일본을 출발해 오후 3시경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손 회장은 방한 목적을 묻는 질문에 '비즈니스(사업) 목적'이라고 답한 후 공항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약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에 머무를 계획이다.

재계에선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최대 관심사였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2주 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김포공항에서 "다음 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께서 서울에 올텐데 아마 그때 (ARM 인수를) 제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인수·합병(M&A) 계획은 뜨거운 감자였지만 하만 이후 지난 6년 간 M&A는 성사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을 총액 80억 달러(당시 환율로 9조3760억원)로 인수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M&A 대상으론 반도체·가전·모바일·로봇 등 소문만 무성했을 뿐 구체화된 건 없었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인피니언이나 NXP, 파운드리 업체부터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까지 다양한 기업이 거론됐다. 하지만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보고 있고 많은 진척이 있다"면서도 "특성상 업종과 회사 이름을 밝힐 수 없고,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ARM 인수 제안을 밝힌 것은 재계와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ARM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강자 기업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는 만큼 시장에서의 패권이 대단하다. 올해 1월 엔비디아가 반(反)독점 심사를 넘지 못해 인수를 포기했다. 현재는 인텔, 퀄컴,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AP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눈독을 들일 만 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6.6%로 4위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만의 AP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AP 강화와 시스템 반도체에 필요한 아키텍처 확보를 위해 M&A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

올해 1·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이다. 차입금을 포함해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할 경우 현재 삼성전자가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 2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위해 써낸 금액은 400억 달러(현재 환율로 57조원)이므로 실탄은 충분한 셈이다.

그럼에도 주요국의 반독점 심사 때문에 단독 인수가 힘들어 M&A 매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나온다. 단독 인수가 어려우면 앞선 언급대로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장 지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중국이 칩4 등 이슈를 매개로 반독점 심사에서 인수를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출처=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출처=연합뉴스]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매각에 도움을 줄지도 의문이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기술주 급락 영향으로 올해 2분기 3조1627억엔(약 31조18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대 손실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상장사에서 입은 투자 손실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보유 중인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 하는 만큼 ARM 매각에 절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 쪽에선 별다른 언급이 없고 쉬쉬하는 분위기다. 통상 기업이 대형 M&A를 추진할 때의 분위기와도 판이하다. 무엇보다 손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인수를 제안하는 입장인 만큼 삼성이 사실상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자다. 일본의 이동통신사로 지배력을 거느리는 소프트뱅크는 통신기업으로의 정체성보다 투자전문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함께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는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을 테크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간 소프트뱅크는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840억 달러(약 97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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