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줌인] 팬데믹 수준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인도의 슈퍼박테리아 '비상'
[월드 줌인] 팬데믹 수준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인도의 슈퍼박테리아 '비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11 05:50
  • 수정 2022.10.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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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인도는 이른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antimicrobial resistance)’로 가장 심한 타격을 받는 국가 중 하나다. 항생제 내성 신생아 감염만으로 매년 거의 60,000명의 신생아가 사망하고 있다고 BBC가 10일(현지시간) 새로 발표된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1,000개의 병상을 갖춘 비영리 카스투르바 병원(Kasturba Hospital) 의사들은 창궐하는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superbug) 감염’ 환자들과 씨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명 ‘슈퍼버그’라고도 불리는 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는 세균의 속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고, 세균에 대항하는 약물에 내성이 생길 때 발생한다.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이러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로 인해 2019년 전 세계적으로 127만 명이 사망했다. 중증 감염에 대한 1차 방어선으로 간주되는 항생제는 대부분의 사망자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인도는 의사들이 ‘항생제 내성’이라고 부르는 병원균에 의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이다. 항생제 내성 신생아 감염(antibiotic-resistant neonatal infections)만으로도 매년 거의 6만명의 신생아가 사망한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정부 보고서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 지 보여주고 있다.

카스투르바 병원에서는 5가지 주요 박테리아성 병원체를 퇴치하는 데 어떤 항생제가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실시했는데 알려진 주요 약물들이 간신히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병원체들에는 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후 인간과 동물의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장균(E.coli/Escherichia coli)’, 폐를 감염시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그리고 공기 방울이나 에어로졸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식품 매개 박테리아인 치명적인 ‘황색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등이 있다.

의사들은 알려진 주요 항생제 중 일부는 이러한 병원체로 인한 감염을 치료하는 데 15% 미만의 효과만 보임을 발견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항생제 내성균은 중환자실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하는 환자의 폐를 공격하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라 불리는 다내성 병원균(multidrug-resistant pathogen)의 출현이다.

“거의 모든 환자가 고효능 항생제를 구입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중환자실(ICU)에서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이 발병하면 사망할 위험이 높습니다.”

카스투르바 병원의 의료 감독인 SP 칼란트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 의료연구위원회(ICMR/Indian Council of Medical Research)’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병원체에 효능이 있는 ‘카바페넴(carbapenem)’이라고 하는 강력한 항생제 계열에 대한 내성이 단 1년 만에 최대 10%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매년 최대 30개의 공립 및 사립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ICMR 과학자이자 이번 연구 발표의 주저자인 카미니 왈리아 박사는 “이번 발표가 놀라운 이유는 카바페넴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패혈증을 치료하는 훌륭한 약물이며 때때로 병원 중환자실의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ICMR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 한 병원체로 인한 폐렴 감염 중 1차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 비율이 2016년에는 65%였던 것이 2021년에는 43%로 줄어들어 유려를 키우고 있다.

인도 동부 콜카타에 있는 AMRI 병원의 중환자 전문의인 사스와티 신하 박사는 그녀가 담당하는 ICU 환자 10명 중 6명이 약물 내성 감염을 앓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너무 나쁘다고 말했다. 

“상황이 정말 끔찍합니다. 환자들 중 일부는 치료할 방안이 거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인도 뉴델리 북부 재래시장인 사다르 바자르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도 뉴델리 북부 재래시장인 사다르 바자르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스투르바 병원의 의사들은 항생제 내성이 폐렴이나 요로감염 같은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농촌의 외래 환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이 처방전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과거 처방받은 약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해당자들의 과거 항생제 노출 이력을 얻기가 어렵다.

그런 환자를 관리하는 것은 의료진들에게는 시련이나 마찬가지이다. 칼란트리 박사는 “상황이 절박해서 절박한 조치로 더 많은 항생제를 처방하면 득보다 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한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인도의 많은 의사들이 무차별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믿고 있다.

항생제는 독감(인플루엔자)이나 일반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 또 바이러스성 감염인 단세포 기생충으로 인한 뎅기열 및 말라리아 환자에게도 항생제 처방이 내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아가 항생제는 그 효능이 제한적인 설사병과 상부 호흡기 감염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처방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스러운 팬데믹 기간 동안 환자들은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며, 그 결과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인도 병원에 입원한 17,534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ICMR 연구에서 약물 내성 감염에 걸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가장 중증의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된 광범위 항생제(broad-spectrum antibiotics) 처방이 인도 병원에서 발급되는 모든 처방의 무려 75%를 차지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을 의사에게만 전적으로 물을 수도 없다. 대형 공공 병원에서는 환자를 보고, 질병을 진단하고, 바이러스성 질병에서 박테리아를 분류하고, 치료 계획을 세울 시간이 부족하다고 칼란트리 박사는 말한다.

항생제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 부족은 농촌이나 도시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환자가 항생제 내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부유층이나 고학력층이라도 병에 걸리게 되면 바로 항생제를 찾고 의사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압력을 가하게 된다.

항생제 가격은 낮아지는 반면 정밀 진단에 소요되는 비용은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의사들은 검사를 실시하기보다는 약을 처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의사는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치료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광범위 약물을 사용하여 모든 것을 치료하기를 원합니다.”

왈리아 박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병원내 감염도 원인 중 하나이다. “어떤 의사도 감염으로 환자를 잃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의 열악한 위생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환자에게 종종 항생제를 투입한다.

“인도의 현상황은 ‘퍼텍트 스톰(perfect storm)’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감염병으로 넘치는데 감염 통제가 미흡하며, 항생제의 불필요한 소비가 많습니다.”

세계 공중보건 씽크탱크인 ‘원 헬스 트러스트(One Health Trust)’의 라마난 락스미나라얀 이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진단 연구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보다 많은 전염병 전문의를 길러내고, 병원 감염을 줄이고, 슈퍼버그(항생제 내성균)의 위협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항생제 사용에 대해 의사를 교육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항생제 내성은 가까운 장래에 전염병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왈리아 박사는 경고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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