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누가 푸틴의 다리를 폭파했는가?...우크라 공격설에 러 보안국-국방부 암투설까지
[우크라 줌인] 누가 푸틴의 다리를 폭파했는가?...우크라 공격설에 러 보안국-국방부 암투설까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13 06:26
  • 수정 2022.10.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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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로 화염에 싸인 크림대교 [사진 = 연합뉴스]
폭발로 화염에 싸인 크림대교 [사진 = 연합뉴스]

지난 8일 날이 밝기 직전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인 크림대교에서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분기점을 맞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측 민간과 군 분야 모두의 동맥에 해당하는 도로와 철로 일부가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이 폭발이 '테러 공격'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단정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CNN은 1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크림대교 폭발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 크림대교 폭발은 무엇보다 하르키우, 도네츠크, 그리고 최근에는 남부 헤르손을 둘러싼 전투에서 여전히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 측에게는 당혹감과 어떤 의미에서는 굴욕감까지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주에 접어들면서 크림대표 폭발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전격적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크렘린 당국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11일 정오까지 80발의 미사일과 로켓포탄이 십여 개 도시의 인프라 시설에 떨어졌으며, 러시아군은 더 많은 공격을 예고하고 있다.

다리가 폭파되고 나서 몇 시간 뒤 러시아 조사관들은 폭발 원인을 설명하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그들은 이번 폭발은 트럭에 대규모 폭탄을 적재한 운전자가 크림반도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면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한 테러리스트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지난 10일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면서 키이우 당국이 “가장 끔찍한 테러리스트 그룹들과 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및 군사령부와 통신 시설 등 국가 인프라 시설들은 정밀무기에 의한 대규모 공격의 맛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이우 당국의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게 될 것이다.”

푸틴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은 나아가 “장래 있을 수도 있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 행위를 감안하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며 러시아연방에 대한 위협에 상응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폭발을 둘러싼 무수한 설들

폭발에 대한 모스크바 측 주장은, 우크라이나 측이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시인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원인과 책임을 놓고 무수한 설들을 낳고 있다.

케르치대교(Kerch bridge)라고도 불리는 크림대교는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약 240Km 떨어져 있어서, 서방이 제공한 무기들의 공격권을 벗어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드론들이 지난 여름 다리 부근에 접근하면서 러시아 측이 방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럭에 의한 자살 폭탄 공격설을 확실히 믿지 않는 일부 분석가들은 원거리 미사일이나 드론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이 원인이거나 수중 파괴 작전 팀이 교량의 지지 구조물에 폭탄을 장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폭파 순간이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들로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

동영상에는 러시아 측이 지목한 트럭이 다리를 가로질러 다리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순간 거대한 폭발에 휩싸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폭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꾸려진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신속하게 이 차량을 지목했다. 감시카메라에는 주홍색이 뚜렷이 보이는 트럭이 교량에 진입하기 전 검문소를 통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트럭은 일상적인 검사만을 받는다. 그리고 반팔 셔츠를 입은 운전자가 트럭의 뒷문을 닫는 모습도 잠시 보인다.

하지만 이 트럭이 어떻게 크림대교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교각 상판 두 개를 한꺼번에 폭파시킬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폭발력은 대부분 위쪽과 바깥쪽을 향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상판들이 붕괴되는 방식을 근거로 폭발력이 아래쪽에서 올라왔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폭발물 연구단체인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코브 스미스는 트럭이 범인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다.

“상판 위에서 폭탄을 터뜨려 다리를 폭파시키는 것이 가능은 합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엄청난 양의 폭약과 폭발력이 아래를 향할 수 있도록 이 폭약들에 엄청난 무게를 실어 상판에 깔아야만 합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트럭 한 대가 이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이번 전쟁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자살 폭탄 운전자가 필요했을 테니까요.”

영국군에서 퇴역한 코브 스미스는 특수부대에 의한 작전설에도 회의적이다.

“병사들의 희생을 치르지 않고도 다리를 폭파시킬 수 있는 정밀무기들이 많지요.”

그는 “이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서 교각의 수중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밀 폭탄이라면 목표를 쉽게 달성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여전히 지울 수가 없습니다”라고도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9일 러시아 측 조사위원회 의장인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은 트럭이 범인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었다.

미리 준비된 듯이 보이는 푸틴과의 대면 대화에서 바스트리킨은 이 트럭이 불가리아에 있다가 조지아, 아르메니아, 북오세티아를 거쳐 러시아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이 트럭은 튀르키예도 통과해야 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바스트리킨은 “테러 공격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 외국 시민”을 언급하며 “테러 공격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러시아연방 영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용의자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이번 교량 폭파가 우크라이나 특수부에서 준비한 테러 공격이라는 명백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바스트리킨은 말했다.

이에 대해 굳은 얼굴을 한 푸틴 대통령은 “알겠소”라고 대답했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이어서 “이것은 러시아연방의 중요한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기 위한 테러 공격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한 점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는 한편으로는 ‘테러 행위’를 강조함으로써 러시아군의 다층 교각 방위 실패를 변명할 최소한의 구실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스크바의 주장을 등에 업고 우크라이나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러시아의 재공세가 크림대교 폭발 며칠 전부터 미리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지난 월요일 러시아 군부대가 “크렘린궁으로부터 10월 2일과 3일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백한 목표

트럭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런 폭발을 일으켰을까?

코브 스미스는 모든 종류의 수상함들(surface vessels)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발이 다리 아래쪽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위성 이미지에 근거에 충격이 위와 북쪽 방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코브 스미스와 다른 전문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판단할 동영상 증거들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인들이 크림대교(케르치)를 정당하고 심지어 꼭 필요한 목표물로 보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드미트로 마르첸코 육군 소장은 크림대교가 “첫 번째 목표”라고 말한 바가 있다.

마르첸코 소장은 ‘라디오 리버티(Radio Liberty)’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이는 그들의 군대나 우리 군대에게 있어 비밀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민간인이나 우리 민간인에게도 비밀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다리를 가장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그것은 마치 인체 내의 주요 장기에 피해를 주는 것과 같아서 이 내장이 끊어지는 순간 그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8일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다리 기능 마비를 환영하면서도 폭발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사건에 관여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들은 러시아 전함 모스크바(Moskva)가 침몰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때도 공식적인 승인이 나오기까지 몇 주가 걸렸었다.

일부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특별한 증거 제시 없이 크림대교 폭발을 러시아 보안국과 국방부 간의 내부 권력 암투로 규정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참모장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지난 8일 “폭발과 연관된 병참, 연료 편대와의 동시성, 파괴된 노면의 정도, 이 모든 것이 분명히 러시아의 흔적(Russian trail)을 가리킨다”라고 말했다.

크림대교 폭발의 원인과 범인은 오리무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의 전력 및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에 착수했고,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복수를 맹세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또 다른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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