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로 간 비방 자제해달라”…한남2구역, ‘공방전’ 과열
[단독] “서로 간 비방 자제해달라”…한남2구역, ‘공방전’ 과열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10.14 18:52
  • 수정 2022.10.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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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2구역’ 수주전 치열…롯데건설·대우건설, ‘비교표·설계안’ 기싸움
대우건설·롯데건설 내건 ‘대안설계·혁신설계’…설계 기준 위반 정황 없어
한남2구역조합 “2차례 현장 설명회 최적 설계안 모두 제안해달라 요청“
건축법·도정법상에도 10% 한도 내 ‘경미한 설계 범위’ 아무 문제 안돼
대우건설 ‘118 프로젝트’ 논란…도정업계 “혁신 설계로 해석될 여지 有”
‘118 프로젝트’ 추진 가능성…한남구역 일대 지대 특성 상 실현 희박
11월 초 시공사 선정을 앞둔 ‘한남2구역’ 조감도. [사진=용산구청]
11월 초 시공사 선정을 앞둔 ‘한남2구역’ 조감도. [사진=용산구청]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시공권을 놓고 양보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두 건설사는 각각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과 ‘르엘’을 앞세워 조합원을 사로잡고자 상대 건설사 흠집내기도 불사할 정도로 기선 제압이 치열하다.

시공사를 선정과정에서 한남2구역 조합과 특정 건설사 간 미묘한 기 싸움도 감지된다. 조합 측은 건설사 간의 경쟁을 유도해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길 바라는 기대감이 깔린 것이다.

◆ 대우건설, 경미한 설계 변경이유로 ‘입찰비교표’ 날인 거부…구청 판단으로 시시비비 가릴 것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기싸움에 나선 것은 바로 입찰비교표다. 일반적으로 조합에서는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한 이후 2~3일 안에 입찰 비교표를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 조합 지침을 위반하고, 한남2구역 조합측에 원안 설계와 함께 대안설계‧혁신설계를 동시에 제시했다는 이유로 한때 입찰비교표 공개에 날인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롯데건설의 한남2구역 설계안이 건축법과 조합의 입찰지침인 ‘경미한 설계변경’ 기준을 위반했다고 해석해 용산구청에 입찰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구청 측이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직인을 찍지 않겠다며 버티기 작전으로 응수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이 제시한 입찰지침엔 분명히 경미한 범위 내에서 설계하라고 제시했음에도 롯데건설은 이를 어기고 과도하게 설계를 변경했다. 이건 조합이 발표한 지침에도 위배되는 만큼 용산구청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대우건설과 입장이 다르다. 양측 건설사 모두 현장설명회 및 입찰 접수 마감 전에 건설사 별로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적의 아이디어와 설계안(대안설계, 혁신설계)을 모두 제출해달라고 분명히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한남2구역 조합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친 현장설명회에서도 건설사가 제안할 수 있는 최상의 설계안을 다양하게 제시해달라고 충분히 사전에 고지했다. 조합 입장에는 건설사 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건설사 측에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높인 것도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비용부담 없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지 일대 [사진=임준혁 기자]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지 일대 [사진=위키리크스한국 DB]

실제로 법적으로도 건축법 제14조와 동법 시행령 제12조제2항 신축·증축·개축·재축·이전·대수선·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미한 사항의 설계변경은 별도의 신고 없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게다가 12조 제3항 단서조항에도 건축물의 동수나 층수를 변경하지 아니하면서 변경되는 부분의 바닥면적의 합계가 50제곱미터 이하이거나, 연면적 합계의 10%를 넘지 않거나, 건축중인 부분의 위치가 1미터 이내에서 바뀌는 경우는 경미한 설계 변경의 범위로 간주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제38조(사업시행인가의 경미한 변경) 3항과 4항에 따르면 대지면적을 10% 범위 내에서 변경하거나 세대 수또는 세대당 주택공급면적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면적의 10퍼센트 범위에서 내부면적을 바꾸는 경우는 변경이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시공사의 대안설계 제안 범위를 원안 설계에서 10% 이내 경미한 변경 수준으로만 제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한남3구역 입찰 당시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 측이 제시한 대안설계 범위가 건축법에 어긋나는 등 과도하다고 판단해 입찰을 무효 처리한 바 있다.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측이 제시한 사업개요. [사진=한남2구역조합]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측이 제시한 사업개요. [사진=한남2구역조합]

◆ 자체적으로 분석한 설계안 분석 결과 …대우건설, 변경된 범위 더 많아

최근 본지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제안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원안 설계와 더불어 대안 설계안과 혁신설계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우건설도 원안 설계와 함께 대안설계도 함께 제시했으며, 공식적으로 혁신설계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대우건설은 롯데건설 측이 대안설계와 혁신설계 모두 제시하자 과도하게 설계가 변경됐다는 점을 문제 삼아 용산구청 측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다만 확보한 제안서에 따르면 실제로 과도하게 설계가 변경됐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한남2구역 조합이 공개한 조합측 원안 사업개요 내 대지면적은 82,842㎡, 건축면적 26,622㎡, 연면적 339,535㎡(지상층 161,889㎡, 지하층 177,646㎡), 분양면적 155,521㎡다. 용적률은 195.42%(1~3BL 198.58%, 4BL 129.05%), 건폐율 32.14%, 세대수 1537세대, 주차대수 2715대, 상가면적은 39,168㎡다.

롯데건설이 제시한 한남2구역 대안설계안. [사진=한남2구역조합]
롯데건설이 제시한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대안설계안. [사진=한남2구역조합]

롯데건설이 제시한 대안설계에 따르면 대지면적은 82,842.5㎡, 건축면적은 26,708㎡, 연면적 339.535㎡(지상층 161,889㎡, 지하층 177,646㎡), 용적률은 195.42%(1~3BL 198.58%, 4BL 129.05%), 건폐율 32.24%다. 세대수는 1537세대, 주차대수는 2845대, 상가면적은 38,676㎡다. 규모만 놓고 보면 대지면적‧연면적‧용적률‧건폐율은 동일하며, 건축면적은 0.3% 늘었다. 주차대수는 130대 늘었고, 상가면적은 1.3% 감소한 것이다.

롯데건설 측이 제시한 혁신설계안. [사진=한남2구역조합]
롯데건설 측이 제시한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혁신설계안. [사진=한남2구역조합]

다만 혁신설계안은 좀 더 설계 변경범위가 더 넓다. 혁신설계에 따르면 대지면적은 83,121㎡, 건축면적은 26,579㎡, 연면적 374.445㎡(지상층 170,791㎡, 지하층 203,653㎡), 용적률은 205.47%(1~3BL 207.02%, 4BL 172.91%), 건폐율 31.98%다. 세대수는 1544세대, 주차대수는 3270대, 상가면적은 49,258㎡다.

혁신설계안을 통해 변경된 범위는 대지면적‧건축면적‧연면적은 각각 0.3%‧0.2%‧10.28%늘었으며, 용적률은 5.14% 증가, 건폐율은 0.5% 줄었다. 세대수‧주차대수는 각각 0.5%(7세대 추가)‧20.44%(555대↑) 증가했고, 상가면적은 25.8%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건설이 제시한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대안설계안. [사진=한남2구역조합]
대우건설이 제시한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대안설계안. [사진=한남2구역조합]

◆ 용산구청 관계자 “민원 결과 검토 중인 사항…조만간 결과 알려줄 예정”

대우건설이 제시한 대안설계를 보자. 대지면적은 82,842.5㎡, 건축면적 26,622㎡, 연면적 339.558㎡(지상층 161,955㎡, 지하층 177,603㎡), 분양면적 155,417㎡다. 용적률은 195.50%, 건폐율 32.14%, 세대수 1537세대, 주차대수 2856대다. 대우건설 역시 규모만 놓고 보면 대지면적‧건축면적‧건폐율은 동일하고, 연면적‧용적률 각각 0.06%‧0.04% 증가했고, 분양면적은 0.06% 줄었다. 주차대수는 141대 늘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대우건설 측에서 설계변경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한 것은 맞다. 다만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좀 더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파악한 다음 조만간 대우건설 측에 판단결과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이 한남2구역 조합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자 제시한 ‘118 프로젝트’ 공략. [사진=한남2구역조합]
대우건설 측이 한남2구역 조합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자 제시한 ‘118 프로젝트’ 공략. [사진=한남2구역조합]

다만 대우건설이 꺼내든 ‘118 프로젝트’도 논란이다. 도정업계 내부에서는 해당 프로젝트 역시 사실상 혁신설계 범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이 프로젝트는 조합 입찰 지짐에 따라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며, 혁신설계안으로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공략해 내세운 전략은 바로 해발고도 118m 높이로 짓겠다고 한 이른바 118프로젝트다. 다만 현재 한남구역 일대는 남산 영향권인 관계로 아파트 조성이 가능한 최고 높이는 90m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18 프로젝트는 조합원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것인 만큼 혁신설계로 볼 수는 없다. 이건 서울시 발표계획이 실현된다는 전제로 제안한 만큼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남2구역 조합 측에서도 2차 현장설명회 때 입찰 관련 지침을 통해 해발고도를 100m 밑으로 제안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분명히 못을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시가 지난 3월 3일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프로젝트가 실제로 추진된다는 전제하에 118m를 제시한 것이다. 사실상 조합 측이 제시한 입찰지침을 어긴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보도자료 일부 발췌. 다만 기본계획은 아직 확정되진 않은 상태다. [사진=한남2구역조합]
서울시가 공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보도자료 일부 발췌. 다만 기본계획은 아직 확정되진 않은 상태다. [사진=한남2구역조합]

다만 서울시가 배포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 보도자료에는 최상위 공간계획이며, 도시시공간의 미래상을 담은 장기계획일 뿐,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35층 높이’이라는 층수 제한도 완화한다지만 아직 확실시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이마저도 올해 연말이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 측의 설명이다.

용산구청에서는 한남구역 일대 지대 자체가 들쭉날쭉하는 등 불안정한 관계로 해발118m로 지어지는 것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남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최근 도시정비사업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맞지만, 층수 제한 조치 등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한남구역 일대가 평평한 지대가 아니다보니 오랫동안 개발하기 어려운 재개발 사업지로 평가받을 정도로 험지다. 특히 한남구역은 남산 영향권과도 인접해 있는 만큼 지대 높이를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29층 높이로 지어지기엔 현실적인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한남2구역 재개발 예정지에 위치한 상가. 현장설명회를 코 앞에 뒀지만 이를 홍보하거나 재개발 대상지에 등장하는 건설사의 홍보 현수막은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다. [사진=임준혁 기자]
​한남2구역 재개발 예정지에 위치한 상가 일대 전경. [사진=위키리크스한국 DB]

한편 도시정비업계 일각에서는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을 놓고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합 측도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상대 건설사를 향한 과도한 비방이나 난타전을 일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해 떳떳하게 완주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모두 서로 간에 간접적으로 금품 살포 및 불법적인 유지보수비를 지원했다고 경찰에 고발하는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비방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모두 용역업체를 동원해 공인중개사나 인근 상가에 금품 살포했다는 자극적인 내용까지 공공연히 등장할 정도로 지나친 과열전이 펼쳐지고 있다. 용산구청이나 조합 측에서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조합원들을 겨냥해 무리하게 금전적으로 지원하거나 서로를 깎아내릴 정도로 무리하게 진행되면 둔촌주공 사태처럼 나중에는 부담이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합 측에서는 더 냉정하게 잣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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