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준기 회장의 DB하이텍, 최대 실적에도 용두사미?
[취재파일] 김준기 회장의 DB하이텍, 최대 실적에도 용두사미?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11.03 13:45
  • 수정 2022.11.0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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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매출 4652억원, 영업이익 2222억원 예상
전년比 영업익 2배 ↑… '미운 오리'에서 '효자'로
김준기 전 회장, 집행유예 기간 임원 복귀 논란도
오너일가 낮은 지분율… 지배구조 개선도 과제
[출처=DB하이텍]
[출처=DB하이텍]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의 뚝심으로 꼽히는 DB하이텍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순항하고 있다. 반도체 불황 우려에도 주력 부문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과 물적분할 우려 등 리스크는 상존해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652억원, 영업이익 2222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매출은 3284억원, 영업이익 1190억원으로 추정대로라면 영업이익이 두배 가까이 뛰는 셈이다. 

DB하이텍은 원래 파운드리를 비롯한 비메모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반도체 기업이다. 2001년 동부그룹(현 DB그룹)이 시스템반도체 진출을 선언하며 김준기 전 회장은 DB하이텍에 큰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DB하이텍은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그룹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2014년엔 부채비율이 700%를 넘어섰는데, 200%를 넘기면 통상적으로 부실 기업으로 보는 만큼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구조조정을 위해 같은해 10월 산업은행의 공개매각 절차를 밟기도 했다. IA-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막판에 무산돼 지지부진해졌다.

그러던 중 2015년 영업이익이 1250억원을 기록해 전년 456억원보다 174.3% 증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6년 1724억원, 그리고 2020년엔 2393억으로 2015년 대비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020년 전체 영업이익에 육박할 정도로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 불황에 재고가 크게 늘며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3%, SK하이닉스는 40% 감소했다. 충격 흡수를 위해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투자를 절반 가까이 줄인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불황에 비껴갔는데, 앞선 두 회사는 주력인 메모리 불황을 겪었으나 DB하이텍은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주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6131억 대만달러,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 증가한 3103억 대만달러로 오히려 더 증가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 영향이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이때문에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뚝심이 통했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반도체 사업을 만류하던 회사 임원들에게 필요성을 호소하고, 이후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은 2017년 9월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며 불미스럽게 경영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같은해에 미등기 임원으로 슬그머니 회사 경영에 복귀하자 거센 비판을 받았다.

DB하이텍은 또 올해 팹리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자 소액주주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물적분할은 주가 하락을 불러와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회사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지만,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연대가 김 전 회장을 국정감사(국감) 출석을 국회에 요구했다. 김 전 회장은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선도 과제다. 김 전 회장의 오너일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DB아이엔씨는 현재 DB하이텍의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자회사 요건인 지분 30%에 미치지 못해 대주주임에도 많은 제한이 있다. 여기에 DB그룹은 내년에 지주사 전환을 통보받은 만큼 DB하이텍 지분을 늘리거나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매각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분 매입을 위해선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오너 일가의 현금자본이 부족해 매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최대 실적이란 성과에도 취업제한 시기에 임원 복귀, 물적분할 추진 등 이슈에 박수쳐줄 투자자는 사실상 없다. 김 전 회장의 DB하이텍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고 '신의 한 수'로 평가받으려면 책임있는 경영 자세에 임해야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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