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러시아산 에너지 없이는 여전히 살아갈 수 없는 유럽
[우크라 전쟁] 러시아산 에너지 없이는 여전히 살아갈 수 없는 유럽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1.14 05:50
  • 수정 2022.11.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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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2' 프로젝트서 생산된 LNG(액화천연가스)를 실은 유조선 [사진 = 연합뉴스]
'사할린-2' 프로젝트서 생산된 LNG(액화천연가스)를 실은 유조선 [사진 = 연합뉴스]

유럽이 그 어느 때보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는 있지만 러시아산 천연가스인 LNG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고 13일(현지 시각) CNN이 보도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탄, 석유, 그리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전송되는 천연가스 수입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러시아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LNG는 액체 형태의 냉각 가스로 해상 유조선을 통해 수출된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유럽과 영국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LNG 수출은, 2021년 동기 대비, 금년 3월과 10월 사이 거의 20%가 증가했다.

러시아산 LNG 수입은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던 지난 가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금년 10월까지 유럽의 러시아산 LNG 수입은 120만 톤으로 2배가 증가했다고, ‘라이스타드 에너지’ 데이터는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물량이면 금액으로는 10억~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9월 노르트스트림 1(Nord Stream 1)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송출을 중단함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금년 겨울을 앞두고 재고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을 포함한 국제 LNG 공급망이 필수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산 LNG 수출의 상당량은 민간기업은 노바텍(Novatek)을 통해 이루어진다. 노바텍은 가스프롬(Gazprom)에 이어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천연가스를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다. 노바텍은 북극 북서부에서 ‘야말 LNG(Yamal LNG)’ 프로젝트를 운용 중이다.

세계 4위의 LNG 생산국인 러시아는 현재 유럽 LNG 총소비량의 약 15%를 감당하고 있는데,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카우샬 라메쉬에 따르면 이 수치는 내년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유럽은 가능한 오랫동안 이 점유율이 유지되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라메쉬는 이렇게 분석했다.

하지만 파이프라인 송출 중단 사태를 고려하면 유럽의 LNG 선호 현상은 모스크바 당국의 느닷없는 공급 중단에 따라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또, LNG 수입 경쟁은 대(對)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완전히 끊어내어 크렘린으로 가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서방의 궁극적 목표와도 배치(背馳)된다.

유럽의 대(對) 러시아 제재의 경우 에너지 안보를 내세우는 일부 국가들 때문에 천연가스를 놓고서는 먹혀들고 있지 않다. 유럽 최대의 경제권인 독일이 대표적 예이다.

“유럽연합(EU)은 LNG가 필요합니다.”

‘글로벌에너지 정책센터(CGEP)’의 글로벌 리서치 연구원인 앤-소피 코보는 이렇게 말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러시아산 LNG에 대해서는 제재를 못 본 채하는 것이며, 그러는 사이 러시아는 지금까지 돈을 계속 벌어들이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산 LNG는 대부분 레이더를 벗어나 있습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사진 = 연합뉴스]
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사진 = 연합뉴스]

여전한 러시아 의존도

지난 9월 러시아산 LNG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일부가 다시 적재되어 중국 등의 유럽 외부로 수출되기는 했지만,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벨기에로 흘러 들어갔다고, 애널리스트 라메쉬는 밝혔다.

현재까지 유럽에 들어온 글로벌 LNG 총수입량은 8,600만 톤을 넘기며 47%의 증가폭을 보였는데, ‘라이스타드 에너지’ 데이터에 따르면 상당량이 미국과 카타르에서 선적되었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에너지 보충 노력은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가스 인프라 유럽(Gas Infrastructure Europe)’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 국가들의 재고량은 95%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현 시점을 기준으로 88% 수준에 머물던 지난 5년 동안의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현재 실상은 재고가 충분하다. LNG를 적재한 유조선들이 최근 몇 주 사이에는 하역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유럽의 각 항구들의 먼 바다에서 대기할 정도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공급이 대폭 줄어든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물량에 대비해, LNG 탱크들을 다시 채우려고 하는 내년 봄에 더 큰 도전이 찾아들 공산이 크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유입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비해 20%선에 불과하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지난주 보고서를 내놓고 러시아가 잔존하는 파이프라인 송출을 전면 중단하고 중국의 LNG 수요가 회복될 경우 내년 여름이 되면 300억 입방미터의 가스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정도 물량이면 금년 겨울을 대비한 재고의 거의 반에 해당한다고 IEA는 밝히고 있다.

“최근의 온화한 날씨와 저유가로 인해 유럽 가스 공급을 둘러싸고 안이한 대화들이 오고 갈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위기를 벗어난 것은 결코 아니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컨설팅 업체 보텍사(Vortexa)의 LNG 담당자인 펠릭스 부스는, 유럽은 러시아산 물량을 포함해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LNG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산 LNG가 2023년 겨울까지 유럽 저장고를 채우는 데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LNG 수출을 무기화할 경우 유럽이 더욱 취약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에너지 정책센터’의 앤-소피 코보는 연구원은, 모스크바 당국이 국영기업 가스프롬 파이프라인 가스의 경우처럼 유럽 국가들로부터 대금을 받을 때 노바텍에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정치적 우군 확보를 위해 일부 국가에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다른 전문가들은 유럽이 카타르로부터의 수입을 늘림으로써 러시아의 시나리오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시장이 이러한 역학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의 가스 및 LNG 연구 담당 부사장인 마시모 디 오도아르도는 이렇게 분석했다.

효과 없는 가스 제재

러시아가 LNG 판매로 유럽에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출에서 얻는 수익보다 훨씬 적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우드 맥킨지’ 추산으로 연간 150억 입방미터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는 러시아로부터의 유럽 LNG 수입 증가는 같은 기간 동안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었던 1000억 입방미터의 수출액에 비하면 훨씬 떨어진다.

여기에다 가스프롬의 파이프라인 수출과 달리 노바텍의 LNG 판매에는 러시아로 직접 유입되는 수출 관세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디 오도아르도는 말했다.

그리고 ‘야말 LNG(Yamal LNG)’ 프로젝트의 복잡한 소유 구조 또한 러시아의 가스 수출 제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노바텍이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프랑스의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2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두 개의 중국 에너지 및 투자 회사가 나머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와 LNG의 경우에는 얻을 수 있을 만큼 얻으려 할 것입니다. 러시아산 가스 또는 LNG를 제재하는 문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애널리스트 라메쉬는 이렇게 분석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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