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흥국생명 집중포화...나무보단 숲을 봐야
[기자수첩] 흥국생명 집중포화...나무보단 숲을 봐야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11.25 09:40
  • 수정 2022.11.25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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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자본이슈까지…흥국생명, 콜옵션 이행 후 한시름
금융증권부 기자

“국내에서 이런 사례를 경험한 담당자는 얼마 없어요. 진귀한 경험 했다 쳐야죠.”

최근 만난 자리에서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를 향한 다소 억울할법한 집중포화가 잦아든지 약 2주만이다.

흥국생명은 최근 한 달여 간 홍역을 치렀다. 국정감사에 이어 신종자본증권 이슈까지 터지면서 관련 부서 직원들은 매일 같이 야근에 돌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감 시즌이 지나고 최근 회사가 콜옵션 이행의사까지 밝히면서 비로소 상황이 진정돼 가는 중이지만 흥국생명으로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당시 상황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들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국감장에서는 흥국생명의 설계사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흥국생명이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비품 및 식사비용 등을 급여에 반영토록 하는 한편, 저실적 설계사들에게 위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감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곧바로 신종자본증권 조기행사(콜옵션) 행사 문제가 터졌다. 기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포기하고 향후 시장상황을 지켜본 뒤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포함된 것이 문제였다.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미이행으로 채권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신뢰에 금이 간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가운데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에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위촉계약해지 문제뿐이다. 나머지는 구조적인 문제이거나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에 불과하다.

전속설계사들은 소속 회사에 적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특수고용(특고)노동자다. 기본급이 없고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곧 설계사들의 급여다. 월수입이 1000만원이 될 때도, 100만원이 될 때도 있다. 건강보험 또한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개인사업자처럼 사업자번호가 부여되진 않지만 구조 자체는 개인사업자와 큰 차이가 없다.

사령탑으로 설계사들을 관리하거나 보조하는 직책은 있지만 대개 관리직은 일정 경력 이상의 설계사들이, 사무보조는 보험사 정규직원들이 맡는다.

특고직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노동자로서의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 특고직과 회사는 일종의 위촉계약관계다. 때문에 퇴직금이 없고, 오히려 퇴직 후 기존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면 기지급된 수수료 일정 비율(환수금)을 돌려줘야 한다.

흥국생명의 대응이 정당했다거나 잘한 일이라 말하는 것은 도리어 특고직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감장에서 지적된 설계사 처우 문제는 ‘흥국생명의 대처’가 아닌 ‘특고직의 처우’ 문제로 보는 것이 사리에 맞다. 이런 처우 문제는 전속은 물론 보험대리점(GA) 설계사들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다. 특고직종에 대한 구조적 해결 없이 비슷한 문제는 흥국생명 뿐 아니라 어디서든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 문제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보험사들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주로 차용하는 방식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인데,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기 30년에 5년 후 조기상환(콜옵션)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는다.

당초 콜옵션 미행사 배경은 이전 발행 당시(2017년)와 달리 크게 상승한 금리 부담이다. 콜옵션을 행사한 뒤 새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 대폭 상승한 금리를 떠안아야 한다.

반면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 기존 고정금리에 일종의 가산(스텝업) 금리를 얹어 투자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회사로선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매 6개월마다 이뤄지는 이자지급일마다 조기상환도 가능하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채권시장에서 국내 채권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리스크)을 염두에 둬야 한다. ‘늘 그래왔으니 이번에도 조기상환할 것’이라는 생각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못한 결과에 불과하다. 흥국생명이 투자자들에게 ‘5년 뒤 콜옵션’을 확약하지도 않은 만큼 책임(손실)은 투자자들이 져야 할 짐이라는 것이다.

연기될 수 있다는 조항이 버젓이 붙어있는데도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채권시장이 돌아갔다면 이 안일한 믿음이 곧 버블이다. 설령 이로써 채권시장이 위축된다 해도 그것이 정상상태라는 소리다.

지류(支流)만 따라 걷다보면 어디부터가 본류(本流)인지 놓치기 쉽다. 앞의 나무만 바라보면 그 뒤로 이어지는 경치를 감상하기 어려운 법이다. 나무만 바라보기 보단 숲을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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