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왕따에서 ‘돌아온 왕세자’로 화려하게 부활한 MBS
[월드 프리즘]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왕따에서 ‘돌아온 왕세자’로 화려하게 부활한 MBS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2.09 05:46
  • 수정 2022.12.0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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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국제 왕따”라고 공언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석유를 무기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하기까지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야]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을 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수도 리야드에서 환대하고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야]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을 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수도 리야드에서 환대하고 있다.

‘MBS’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의 약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했다. CNN, 사우디 국영 S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사우디를 방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2016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왕위 계승자로 지명되기 전이었다.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9년 초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 내에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에 참석한다.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방문에 맞춰, CNN방송은 8일(현지 시각),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살해의 배후로 의심받으면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제 왕따”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MBS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총아(寵兒)로 화려히 부활하게 된 내역을 살펴보는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의 필자 피터 버겐(Peter Bergen)은 CNN의 국가 안보 분석가이자 ‘New America’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언론인과 작가 겸 프로듀서이다. 그는 1997년 CNN에서 방송된 오사마 빈 라덴과의 첫 번째 텔레비전 인터뷰를 제작하기도 했었다. CNN은 본 칼럼이 필자 개인의 견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에게 지금보다 호시절은 없었던 듯하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를 국빈 방문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미국 법원은, 2022년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이라도 하듯, 돌아온 왕세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앞선 6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카슈끄지와 약혼했던 하티즈 젠기즈와 인권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가 2020년 무함마드 왕세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국가 원수의 면책 특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각 이유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논리를 법원이 수용한 것이다.

존 베이츠 판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배후라는 원고 측 주장은 신뢰할 만하지만, 행정부의 입장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전무죄의 판결’을 내렸음을 사실상 실토한 셈이다.

이니셜인 MBS로도 불리는 사우디의 왕세자는, 불과 4년 전, 미국을 근거로 활동하던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배후 조종자로 지목받았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MBS가 하수인들을 동원해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인체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까슈끄지를 잔인하게 살해하도록 교사했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MBS는 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미국의 조 바이든은 MBS를 “왕따(pariah)”라 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응보를 받을 것처럼 보였던 그 “왕따”는 그해 9월에 접어들면서 국가수반인 총리직에 임명되었다. 이는 까슈끄지 살해 배후 혐의에 대한 미국의 예견된 심판으로부터 사우디 국가 차원에서 MBS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에서 이 같은 선견지명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판결이 있었다. 미국의 한 판사가 “무하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배후라는 원고 측 주장은 신뢰할 만하지만, 행정부의 입장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하면서 “국가 원수의 면책특권(head-of-state immunity)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는 국제무대 복귀를 노리는 MBS에게는 획기적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그는 시진핑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전역의 다른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중국-아랍 정상회의(Chinese-Arab summit)’를 주최하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까슈끄지에 얽힌 음울한 기억이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점점 가려지고 있는 것이다.

석유의 그늘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의 지도자가 현대판 군주국의 가장 강력한 실권자와 마주 앉을 때 그들은 독재 정권 유지 계책을 테이블에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최우선 의제는 너무나 명백하다. 바로 석유다.

시진핑은 현재 자국 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제로코로나 정책은 수십 년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 사태라는 암초를 만나 노선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거의 20%에 달하는 청년층 실업률은 중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그리고 중국 경제의 1/4을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또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 중국은 경제를 다시 발진시키기 위해 석유가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데 중국이 석유를 제일 많아 사들이는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바로 시진핑과 MBS의 정략결혼이 석유를 놓고 맺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성마른 왕세자

2018년 카슈끄지가 살해되기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에서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에 속하는 참혹한 전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2017년 MBS는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 왕국을 방문했을 때 몇 주 동안 그를 실제로 감금한 적도 있다. 나중에 그는 장난으로 그런 짓을 벌였다고 변명했다.

그로부터 1년 후 MBS는 약 200명의 주요 사우디 사업가와 유명인사들을 부패 혐의로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가둔 뒤 1,000억 달러 이상을 갈취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MBS는, 여러 아랍 국가들을 이끌고,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가 있는, 가스가 풍부한 이웃 국가 카타르에 대한 금수조치를 단행했다. 또, 그의 지휘 아래 정적들이 투옥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기 회복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MBS는 세계 주요 지도자들의 구애를 받고 있으며 이번 주 시진핑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왕세자에게 찾아온 2022년의 금상첨화가 되고 있다.

더 이상 “왕따”는 없다. 지난 7월 바이든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서 MBS를 만나 유쾌하게 주먹 인사를 교환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송됐다.

몇 달 후 MBS는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 연례 행사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월스트리트의 거물들 거의 모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세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 여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왕국을 방문해 화해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이끄는 OPEC+는 지난달 석유 생산을 줄여버렸다. 이 때문에 고유가가 유지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끝으로, MBS는 과거 이웃 카타르를 봉쇄하면서 무역을 방해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함께 월드컵 VIP 좌석에 모습을 나타냈다.

시진핑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MBS의 부활 여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은 카슈끄지 피살 5주년이 되는 해다. 그 사이 사우디 왕세자는 세계 지도자들의 총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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