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에 슨 녹 사라지려나 [정숭호 칼럼]
2023년, 대한민국에 슨 녹 사라지려나 [정숭호 칼럼]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3.01.02 08:19
  • 수정 2023.01.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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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WIKI DB
녹 /WIKI DB

새해 첫날 아침에 ‘녹 제거 방법’이 무엇 있나 찾아봤습니다.

대한민국이 녹슬고 있는 기계 덩어리 같아서입니다.

나사와 톱니바퀴가 두꺼운 녹으로 뒤덮여 움직이지 않는 기계 덩어리. 억지로 돌리려 하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귀를 찢고, 과부하가 걸려 모터가 타버리지요. 고치기도 힘들고, 고칠 수 있다고 해도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고치지 않고 아예 내다 버리거나 방치되는 흉물.

기계를 아는 사람은 수시로 닦고 조이고 기름 쳐 녹이 슬지 않도록 주의하고, 녹이 보이면  어떻게든 녹부터 없애려 합니다. 녹을 없애고는 녹 방지제를 발라둡니다.

녹 방지제는 습기와 공기, 녹을 슬게 하는 두 가지 요소가 기계에 닿지 않도록 합니다. 어릴 때 본 ‘구리스’라는 녹 방지제가 기억납니다. 큼지막한 깡통에 들어 있는 시커멓고 미끄러운 광물성 기름 덩어리였는데 기계를 다루다가 손을 다친 상처에 이 기름 덩어리를 발라 지혈하는 어른들도 있었습니다.

녹 제거하는 법을 전혀 모르지는 않습니다. 망치로 녹슨 부분 여기저기를 두드려 녹 덩어리에 균열을 낸 후 큼지막한 나사(볼트)를 푸는 걸 어릴 때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두 번 두드려 풀리는 나사도 있었고 오래도록 두드려도 꼼짝하지 않는 나사도 있었지만 사람의 머리와 노력을 기계가 견딜 수 있나, 결국에는 풀리더군요. 작은 나사나 전선의 녹을 제거할 때는 ‘WD40’이라는 스프레이가 좋습니다.(상품 선전 아닙니다. 생활의 지혜입니다. 흐흐흐) 

40여 년 전 장만한 첫 오디오에서 찍찍 소리가 나서 고민할 때 그때 내가 알던 최고의 오디오 대가(‘동대문경찰서 민완 형사 길통’이라고 제가 다른 글에서 소개한 분)가 “정, 기자, 그거 스피커 케이블 연결 부위에 따블유디40을 하나 사서 한 번 칙 뿌려봐 금방 소리가 깨끗해진다구”라고 해서 알았지요.

안 만드는 게 없는 미국 3M 제품인 이 스프레이는 그다음부터 신발장 서랍 한쪽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아주 오래 안 썼으니 스프레이 깡통에 녹이 안 슬었나 모르겠습니다. 3M 제품 외에도 녹제거제가 많이 나왔네요. 다이소에서 파는 2,000원짜리도  좋다는 블로그 글이 엄청 많습니다.)  

아주 작은 강철구슬을 녹슨 부위에 고속 분사하는 기술도 있지요. 기술 이름을 까먹었습니다만 선박 같은 대형 구조물의 녹은 그렇게 제거한다고 합니다.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녹이 떨어져 나가게 하려니 인력과 시간이 엄청 많이 들어가고 스프레이를 뿌리자니 표면이 너무 넓고 두꺼운 철판 수십, 수백 장으로 만든 구조물의 넓은 표면에 녹보다 훨씬 단단한 강철구슬을 쉴 새 없이 쏘아대서 사람 손으로는 만질 수 없는 모서리 깊은 구석의 녹까지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생각만 해도 녹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 상상됩니다. 이밖에,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방법도 있고, 레이저를 쏴서 녹을 벗겨내는 방법도 개발됐다고 합니다. 

2023년! 

대한민국에 슨 녹, 대한민국의 발전을 방해하는 녹, 대한민국의 속 깊은 곳까지 부식하기 시작한 녹, 이 모든 녹을 제거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망치로 때려야 할 곳은 때리고, 스프레이를 뿌려야 할 곳은 부족함 없이 뿌리고, 강철구슬 세례를 해야 할 곳은 아낌없이 분사해 대한민국이라는 기계가 잡음 없이 순조롭고 매끄럽게 굴러가면 좋겠습니다. 물론 필요한 곳에는 방청제도 잘 발라야겠지요.  

/ 메타버스인문경영연구원장, 전 한국일보 경제부국장, 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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