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판로 개척·우주 기술경쟁력 구축·대우조선해양 M&A 등 추진
한화가 올해 우주, 지상 방산에 이어 해양 사업에도 진출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거듭난다. 구체적으로 ▲K-9 자주곡사포 등 주력 방산 제품 판로 개척 ▲고체 연료 발사체와 위성 추진 시스템 등 우주 분야 기술경쟁력 구축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따른 조선업 진출 등 전략을 추진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그룹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 한 해 급변하는 대외 상황 속에서도 내실을 단단히 하며 내일을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왔다"며 "한화가족 여러분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긴축과 경기침체로 인해 대외 여건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면서도 "극한의 상황에서도 멈추거나 움츠러들기보다는 내일을 꿈꾸며 백년 한화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접한 동유럽에선 안보 불안이 커져 자국 위주 국방력을 강화하는 '자주국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매개 삼아 한화디펜스는 K9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8월에 폴란드에 3조2000억원 규모의 K9 212문을 공급하는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했는데,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에 K9을 판매한 선례가 있지만 수조원대 계약은 폴란드 사례가 최초였다. 얼마 전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을 찾은 루마니아와 중동 지역도 수출 목표국이다.
미래 먹거리로는 우주 사업을 낙점해 키우고 있다. 한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내 우주 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 허브를 구축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고체 연료 발사체와 위성 추진 시스템 등 우주 분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한화시스템과 2021년 인수한 쎄트렉아이는 인공위성 개발 및 통신·정찰 등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행후 정부가 추진하는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탐사나 달 착륙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스페이스허브의 기술력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화는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인수하게 됐다. 8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한국조선해양 사례와 달리 조선업 계열사가 없어 기업결합 심사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인수까지는 방산업체 매매 승인,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취득에 통상 3개월 이상이 소요될 방침이다. 회사는 대우조선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 상생은 물론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빠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조기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합쳐진 파워팩을 동력으로 하는 K9 자주포엔 독일산 RENK사의 엔진이 포함돼 있다. 핵심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작년 시작한 엔진 국산화는 5년동안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완료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주 사업은 스페이스X처럼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거나 끌어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유인 우주 시대를 위해선 업계에선 모험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정부의 협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김 회장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칫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기 쉬운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내실을 다지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과 핵심 역량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 "유화, 금융, 건설‧서비스 등 기존 주력사업도 현재의 성공이 단기 특수에 그치지 않도록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우리가 준비 중인 항공우주, 그린에너지, 디지털금융 등 미래사업도 시장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키워 나가자"고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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