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5G에 투자해야"…SK브로드밴드, EU 입법 여부에 '촉각'
"빅테크 기업, 5G에 투자해야"…SK브로드밴드, EU 입법 여부에 '촉각'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3.01.18 10:05
  • 수정 2023.01.1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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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빅테크 기업 망 이용대가 부과 위한 입법 준비
국내 법안 답보 상황에서 국회·재판부에 영향 가능성
美는 망 중립성 강화 움직임… 한미관계 균열 우려도
"어떤 판결이든 韓·美·EU 주목하는 대형 판결 될 것"
SK브로드밴드 본사.
SK브로드밴드 본사.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관련 법적 공방이 올해도 이어지는 가운데 SKB가 유럽 쪽 망 이용대가 분담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에 망 이용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입법 절차를 앞두고 있는데 논의가 진전되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기업과의 분쟁인 만큼 EU 사례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과 EU 내 통신사에게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는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관련 입법 절차를 앞두고 양측 의견을 듣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후 회원국과 논의를 거쳐 입법화에 착수할 전망이다. 작년 8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정부는 EU 집행위에 빅테크 기업이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공동서한을 발송해 입법을 촉구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이에 빅테크 기업이 5G 투자 책임을 의무화하는 '연결 인프라 법안'을 작년 하반기 중 발의할 계획이었으나 발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에서 이번 자료 제출에 주목하는 것도 발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 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통신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7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지지부진해져 EU 쪽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SKB와 넷플릭스 간 항소심 변론은 작년 11월 기준 총 7차 변론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당초 작년 안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음 변론 일정이 올해 3월 말로 잡히면서 연내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SKB는 EU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집행위가 초안을 가지고 EU 의회 쪽에 법안을 올리면 우리나라에서 관련 법안이 답보인 상황에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B 관계자는 "EU가 입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번 주 안으로 빅테크와 통신사에게 투자 계획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 4월 초에 초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이어 "3월 말에 변론 일정이 있는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선 아예 EU가 입법하면 우리나라가 따라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EU가 2024년 의회 선거를 앞두고 빅테크 규제 법안을 쏟아내는 상황이라 법원과 국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구글에 인앱결제 방지법으로 규제했던 사례가 있는데 구글은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망 이용대가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EU가 입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올해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6월 24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민주·공화당의 초당파 의원 10명과 회동한 뒤 인프라 예산 협상의 타결을 발표하고 있다. 합의된 금액은 5590억달러의 신규 사업을 포함해 953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1079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6월 24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민주·공화당의 초당파 의원 10명과 회동한 뒤 인프라 예산 협상의 타결을 발표하고 있다. 합의된 금액은 5590억달러의 신규 사업을 포함해 953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1079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출처=연합뉴스]

다만 넷플릭스는 미국 기업인 만큼 EU와는 관계가 없고, 되려 미국이 망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최근 방한 과정에서 구글코리아, 넷플릭스코리아를 만나 망 중립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 중립성은 ISP가 특정 CP나 인터넷 기업을 차별·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망 이용대가를 반대하는 논거로 쓰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최근 미국 출장에서 구글 본사를 방문해 망사용료 분담 필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에 동행한 허은아 의원은 구글 본사 방문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심사인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었고, 인앱 서비스와 세제 등에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글 측으로부터 유의미한 답변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1조 달러(약 1238조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 서명한 덕에 상황이 역전됐다고 바라본다. 트럼프 전 행정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원칙 폐기까지 시사했으나 당시 민주당 다수의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더 강력한 망중립성 보장법을 통과시켰다. 관계자는 "미국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깔고 있어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미국도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와 같은 논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SKB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분쟁은 우리나라와 미국, EU를 아우르는 거대한 논의 장이 됐다. 판결 결과에 따라 한미 관계도 영향을 받는 만큼 재판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SKB 관계자는 "미국 정부에 대해 얘기하긴 어렵지만 미국도 공정위에서 빅테크 규제를 부르짖고 있다"며 "자사가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EU에서 진행되는 부분을 계속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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