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36) 김대중의 햇볕정책 논란… 워싱턴 정가 ‘신선한 시도’ vs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  
청와대-백악관 X파일(136) 김대중의 햇볕정책 논란… 워싱턴 정가 ‘신선한 시도’ vs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1.23 07:03
  • 수정 2023.01.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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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6월 10일 미국을 공식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998년 6월 10일 미국을 공식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영삼 정부 당시 본격화했던 북한 핵문제는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도 이어졌다. 김대중은 김영삼 정부보다는 혁신적인 대북정책을 펼쳤다.

김대중은 북한이 외부 세계와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남북간 불신과 적대감이 사그라지는 새로운 탈냉전 상황을 조성하고 싶어했다. 한국 경제의 우월성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김대중의 대북정책 골격이었다. 물론 그러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과 공식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기는 커녕, 한국의 존재와 역할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상대해 성과를 얻어내려 했다. 미국이 한국의 내전에 끼어들어 북한의 승리를 방해했으며, 그 후 괴뢰정부, 즉 대한민국을 설립해 미국의 꼭두각시로 삼았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였다.

수십년 동안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장기간의 정치적 안목에 의거하기 보다는 안보 상태에 따라 전개됐다. 이러한 이유로 김대중이 남북 관계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전에 미국이 한반도를 새롭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것을 설득해야 했다.

1998년 1998년 6월 10일.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열렬한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김대중 대통령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연히 한국어로 할 줄 알았는데 영어로 연설했다.      

과거 한국 군사정권이 자기를 바다에 던져 죽이려는 순간 미군 헬리콥터가 와서 살려줬다면서 “미국은 내게 생명의 은인”이라고 한 대목이 하이라이트였다. 본인도 감격에 벅차 잠시 말을 멈추었고, 참석자들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휴전으로 한국전쟁이 종결됐던 1953년 이후 한반도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지배해 온 ‘냉전 구조’에서 탈피하자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솝 우화를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구체화했다. 차가운 바람은 나그네의외투를 벗게 만들지 못하지만 따뜻한 햇살은 할 수 있는 것처럼, 냉전의 북풍은 북한의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못하나, 북한의 경제에 개입해 도움을 주면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흡수하거나 인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북한을 안심시키면서 북한 경제에 개입하자, 느리더라도 화해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 햇볕정책의 본질이었다.

의원들은 모두 벌떡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김 대통령은 탄탄한 한미 우호 관계를 약속하면서 합동 연설을 마쳤다. 김대중 대통령 연설은 의회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워싱턴 정가는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낙관하면서 한국은 역시 미국과 피를 나눈, 아시아의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공화당의 주요 인물들을 비롯, 워싱턴의 많은 정치인들은 김대중의 전략이 위험할 정도로 순진하다고 평가했다.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양당 정책을 구축할 정치적 세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공식 선언까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제네바합의가 핵을 저지시켜주길 바라면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정책을 취하게 됐다.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정치적 관계를 맺어준 1994년 제네바합의 조항도, 더욱 정상적인 관계를 향한 움직임도 밀려났다.

의회에서는 적성국교역령의 조항을 폐지하거나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과 같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지 않았다.

대북정책이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강경-온건 노선 차이는 있었지만 한-미 정부가 일관성이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에 와서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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