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에 오른 시민들, 두 손 가득 마음은 풍족하게
설 맞아 유통업계, '가성비' '럭셔리' 제품으로 공략
계묘년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민족 대 명절 설 연휴가 본격 시작됐다. 이번 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처음으로 맞는 것인 만큼 민족 대이동이 예측된다. 정부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많은 이동량을 예상했으며, 매일 530만 명가량이 설 연휴에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은 팬데믹으로 인해 가족들 간 교류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2023년 설 명절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시민들은 그 여느 때보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두 손 가득 고향 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 업계는 일찍이 시민들의 양손을 위해 설 선물 준비에 열을 올렸다. 유통 업계가 내놓은 이번 제품들의 키워드는 '가성비' '럭셔리'로 요약할 수 있다. 팬데믹에 이어 경기 침체까지 들이닥쳐 국내에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작은 사치와 '짠테크' 중심이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에, 많은 이들은 사치보다 실속 챙기기에 나섰다. 대부분 업계는 '가성비'를 주력으로 선물세트를 내놨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100만 원대에 달하는 고가 제품도 소비자들의 높은 선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국내 유통 기업들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에 동시 집중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맞춰 1~2만 원대 제품을 약 10% 확대하며 300여 종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가성비를 선호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춰 수요 잡기에 나선 것이다.
하이생은 '베스트셀러 3+2' 프로모션을 출시했다. 오는 25일까지 회사 쇼핑몰에서 하이생(30포), 하이생 혈당밸런스(30포) 등 인기 상품 7종 중 3개를 구매하면, 소비자는 본품 2개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하이생 모락(30포), 홍삼 하이생(30포) 중 7종에 한하여 3개 이상 선택할 경우 4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200g씩 개별 진공 포장돼 있는 소포장 한 후 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40% 늘렸다. 반대로, 100만 원대 이상 선물세트 역시 전년 대비 50% 이상 늘렸다.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과 '현대명품 한우 프리미엄' 제품이 대표적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겨울 제철 중심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5스타' 상품을 주력으로 내놨다. 제주 옥돔, 직경매 한우 선물세트, 통영 프리미엄 삼배체굴 등이 포함된다. 또, 와인과 전통주 등 주류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올해 1+ 등급 이상 한우 선물 세트 품목 수를 40% 대폭 늘리는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했다. 육류 제품에는 '프레스티지 No.9 특선' '지정농장 명품 혼합' '로얄한우 스테이크', 청과 제품에는 '프레스티지 한라봉·배·사과·샤인' 등이 준비됐다.
'친환경' 제품도 빼놓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일반 한우보다 탄소 배출량이 65% 낮은 '저탄소 한우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더불어, 리사이클 소재로 제작한 보랭 가방에 넣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제품 트레이 및 포장지를 전부 종이로 제작한 '올 페이퍼(ALL Paper)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캔 겉면 로고와 제품 정보가 기재된 부분에 비닐을 사용하지 않은 '스팸 라벨프리(Label Free)' 선물세트와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하지 않은 김 제품도 판매한다.
이마트는 '스티로폼 제로' 전략으로 축산 및 수산 선물세트에 스티로폼이 아닌 종이 재질 포장재를 접목시켰다. 환경 보호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이목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대상㈜ 청정원은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한 '자연스러운 선물세트'를 공개했다. 부직포 소재를 사용하던 기존 선물세트 쇼핑팩을 종이 소재로 전환했다. 종합선물세트는 '청정원 선물세트' '우리팜 선물세트' '고급유 선물세트' 등으로 구성됐다.
기업들이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앞다퉈 내놓자, 고향에 내려갈 기대감에 부푼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 매출 상승 우려로 인한 역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필수재가 아닌 한시적 선물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인상과 위축된 소비 심리로 인해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선택적 소비가 감소하고 있어, 예를 들어 축의금 논쟁처럼 문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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