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어산지 사건 모의재판 "언론 자유 표방하는 미 정부 어산지 기소 철회해야"
[WIKI 프리즘] 어산지 사건 모의재판 "언론 자유 표방하는 미 정부 어산지 기소 철회해야"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01.22 06:55
  • 수정 2023.01.2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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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전 세계에 억류돼 있는 저널리스트들을 석방하라고 외치는 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위선자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미 정부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기소 및 미국 송환을 계속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산지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는 특별 캠페인 이벤트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이벤트는 ‘벨마시 재판(Belmarsh Tribunal)’이라는 이름의 민간 모의 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어산지가 현재 수감 중인 영국의 벨마시 교도소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재판은, 어산지가 2010년 ‘부수적 살인’이라는 제목의 미군 헬기가 이라크 민간인들을 고의로 사살하는 영상을 포함, 방대한 양의 미국의 기밀 군사 외교 문서들을 공개한 바로 그 장소, 워싱턴 주재 외신 특파원 클럽인 내셔널프레스클럽(National Press Club)에서 열렸다.

당시 미국의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서의 범죄와 외교적 비리가 담긴 이 문서들에 대한 폭로는 여러 주류 언론들이 함께 했고, 백악관은 크게 당황했다.

벨마시 재판에서는 어산지에 대한 기소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어산지가 간첩이 아닌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언론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 민주주의 운동 단체 DiEM25의 설립자이자 이 재판의 공동의장인 세르코 호밧은, 2020년 미 대선 당시 후보였던 바이든이 선거 운동에서 전 세계에 구금돼 있는 저널리스트들의 석방을 촉구했던 사실을 들었다.

당시 바이든은 “우리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에 달려 있고, 이를 제한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잃는 것이다”라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했다.

호밧은 어산지에 대한 기소를 계속 하는 것은 다른 정부들에게 나쁜 예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평상시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산지의 기소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다. 미국 밖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언론인에게 기밀 유지 법들을 적용할 수 있다는 유례없는 주장을 미국이 밀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국가는 기밀 유지에 관한 법이 있고, 일부 국가들은 아주 엄격한 기밀 유지법이 있다. 이러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비밀을 공개했다고 해서 뉴욕타임즈 기자들과 언론인들을 자신들의 나라로 송환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부당함을 외칠 것이다. 이 나라 행정부는 국가들이 외국인 기자와 언론인 들이 자신들의 법을 어겼다고 송환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세계적인 전례가 최초로 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세르코 호밧)

어산지는 미국으로부터 방첩법 위반 포함 총 18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대부분 앞서 언급된 2010년 미 정부의 기밀 문서 폭로로 인한 것인데, 이 문서들은 당시 미 국방부 정보분석가 첼시 매닝이 유출해 내부고발을 위해 어산지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매닝은 이 일로 35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7년 그를 사면시켰다. 매닝은 순전히 본인 스스로 생각해서 문서 유출을 한 것이고, 위키리크스에는 전달만 했지 전혀 개입이 없었다고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벨마시 재판에서는 또한, 전쟁범죄, 인권유린 등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정보의 정확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 폭로를 함께 한 많은 뉴스 기관들이 어산지에게 등을 돌렸었다. 그 이유에는 정부의 압박도 있다는 의혹이 있다. 어산지는 스웨덴으로부터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를 자신을 잡으려는 미국의 음모로 여긴 그는 2012년 보석규정을 어기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추구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지지를 잃기도 했다. 에콰도르가 미국에 협조적인 정권으로 바뀌면서 어산지의 망명 지위는 철회됐고, 바로 대사관 건물 밖으로 끌려나와 영국 경찰에 체포돼 지금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어산지의 체포 직후 스웨덴 당국은 오랜 세월 끌어온 수사를 증거 불충분으로 돌연 철회했다.

어산지가 체포되자마자 법무부는 속전속결로 기소장을 발부하고 영국에 송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어산지는 교도소 수감 상태에서 미국 송환에 법적으로 맞서고 있다. 1심에서 송환 불허 판결이 났으나 미국의 항소에 결국 지난 해 당시 영국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은 송환을 승인했다. 어산지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기소라며, 유럽재판소 등에 계속 상소할 뜻을 보였다. 

어산지의 아버지 존 쉽튼은, 교도소 내 환경 등 어산지가 처한 현 상황을 자신의 아들에 대한 멈추지 않는 악의적 학대이며, 영국이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 표현의 자유와 법치를 위한다는 영국의 주장에 손상을 주는 당혹스런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전직 CIA 직원이었던 변호사 제니퍼 스털링는 벨마시 재판에서 어산지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스털링은 과거 저널리스트 제임스 라이즌에게 기밀 정보를 넘겨 방첩법 위반으로 수감된 적이 있다.

스털링은 "방첩법에 맞서 변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실은 변호되지 않는다. 사실은 진실과 관련된 어떤 변호도 금지될 것이다. 게다가 어산지는 그에게 불리한 증거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방첩법은 간첩 행위와 싸우는 데 사용된 적이 없다. 정부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들이 정부의 범죄와 불법 행위를 모르도록 내부고발자들과 어산지에게 이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전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도 벨마시 재판에서 증언했다. 그는 어산지에 대한 기소를 지속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들이 기밀을 폭로하는 것을 두렵게 만들 것이라며, “어산지가 미국의 최고 보안 수준의 교도소에서 여생을 마치게 된다면, 전 세계 다른 모든 저널리스트들이 ‘내가 받은 이 정보를 정말 보도해야 되나? 국가의 인권 거부와 잘못된 정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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