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삼성 카메라 1등' 이루지 못한 이건희의 꿈, 이재용이 이뤄낼까
[취재파일] '삼성 카메라 1등' 이루지 못한 이건희의 꿈, 이재용이 이뤄낼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3.01.25 14:30
  • 수정 2023.01.2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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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17년 디지털카메라 시장 철수
이미지센서 시장에선 日소니와 격차 좁혀
이재용 회장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하자"
2011년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참석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출처=삼성전자]

"3년안에 카메라 세계 1위 달성 방안 마련하라."

2012년 5월,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은 임원진들에게 3년 안에 카메라 세계 1등 달성을 위한 대책을 세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디지털이미징사업부(카메라·캠코더 사업)는 연이은 적자 행진으로 지지부진하던 시기.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휴대폰에 밀려 사양산업이 된 카메라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팽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직접 카메라 사업의 목표를 제시한 이후 삼성전자는 투자와 기술개발을 확대하기 시작한다. 삼성 NX는 회사가 2010년 1월 출시한 미러리스 방식의 디지털 카메라인데 2012년 10월 국내 미러리스 시장 판매량 1위를 하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렌즈에서 '광학의 삼성'으로 불리며 2014년 하이엔드 미러리스 'NX1' 출시로 이어졌다. 해당 제품은 화질과 동영상, 포커싱 등에서 경쟁제품을 압도하는 역대 최강 미러리스로 평가받았다. 같은해 11월 NX1 론칭 행사에서 전문가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승승장구하는 것 같던 삼성의 카메라 사업은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2015년 말부터 카메라사업부를 축소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엔 카메라 사업 철수설이 흘러나오면서 판매채널과 개발조직도 정리됐다. 2017년 4월엔 "더 이상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판매하지 않는다"며 공식적인 종료를 알렸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 신기술 '아이소셀 플러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 신기술 '아이소셀 플러스' [출처=삼성전자]

캐논과 니콘,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은 수십년간 축적한 센서와 광학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밀렸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으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침체한 것도 한몫 했다. 삼성 카메라 사업을 일본을 뛰어넘는 세계 1위로 만들겠다던 이 전 회장의 숙원은 결국 그가 눈을 감기 전까지 이루지 못했다.

뼈아픈 기억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삼성은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축적한 이미지센서와 광학설계 기술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갤럭시S5에 독자 이미지센서 '아이소셀'을 탑재한 한 이후 카메라 성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2020년 2월 출시한 갤럭시S20 울트라는 1억 화소가 넘는 카메라를 최초로 탑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미지센서 사업은 작년 상반기 기준 세계 1위 소니와의 점유율 차이를 14%p로 좁히며 순항하고 있다. 2억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3'가 대표적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에 해당 센서가 탑재된 데 이어 삼성전자가 내달 공개하는 갤럭시 S23에도 탑재가 유력하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의 설계역량도 이를 뒷받침했다.

18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형준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형준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그런 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소니와 캐논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회장은 지난 18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서 취재진들을 향해 "(앞선 방문지인)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을) 오랜만에 봤더니 다 캐논(카메라)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물어봤어. (니콘은) 동영상이 안 돼서 다 캐논만 쓴다더라. 내가 직업병이 있어서, 나를 사진을 다 찍는데, 근데 카메라가 다 캐논만 있다"며 웃었다.

삼성이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다시금 뛰어들 가능성은 적지만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사업 철수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비춰진다. 아버지인 이 전 회장이 이루지 못한 차별화된 사업이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승진 당시 입장문에서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작년 8월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으니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삼성 갤럭시 언팩 2023'은 또 다른 전환점이다. 언팩에서 공개될 갤럭시 S23 시리즈가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초고화소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1위 탈환을 기대해본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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