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 총기사고의 끊이지 않는 악몽...유사 사건 속출에도 대책 없는 미국사회
[월드 프리즘] 미국 총기사고의 끊이지 않는 악몽...유사 사건 속출에도 대책 없는 미국사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1.26 05:39
  • 수정 2023.01.26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 번째 총기 난사 사고가 벌어진 편의점 '써클 K' [사진 = 연합뉴스]
두 번째 총기 난사 사고가 벌어진 편의점 '써클 K' [사진 = 연합뉴스]

미국에서 총기사고 근절은 요원한 것인가.

미 캘리포니아주 서부에서 지난 23일(현지 시간) 오후 60대 노동자가 총기를 난사해 모두 7명이 사망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몬터레이 파크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 발생한 또 하나의 총격 사건으로 새해 미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CNN방송은 25일(현지 시각) 새해 들어 연이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비슷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함에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미국 사회를 돌아보는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본능적 경계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월마트 같은 대형 쇼핑몰이나 종교 시설, 슈퍼마켓 또는 직장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탈출로를 미리 확인하는 버릇이다.

최근 며칠 사이 볼 수 있듯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총기 난사 사건은 수억 명이 사는 미국이 겉으로는 평온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느닷없는 총기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흘 사이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산마테오 카운티의 고위 관리인 레이 뮬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3일 버섯 농장과 트럭 운송 시설 인근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총기 난사로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미국 내 대다수 아시안 커뮤니티들의 기념일인 음력설 축하 행사가 열린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 댄스 스튜디오에서 총기 난사로 11명이 사망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벌어져 더욱 경악하게 하고 있다.

총기 난사범들에게 미국인의 일상은 손쉬운 먹잇감이다. 미국 어디나 또 다른 비극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버펄로의 슈퍼마켓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흑인 10명이 죽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의 성소수자(LGBTQ) 전용 나이트클럽에서 한 총격범이 5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에는 아이오와주 디모인 소재 아동 보호 교육 시설에서 어린이 두 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버지니아주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담당 교사가 교실에서 6세 아동이 쏜 총을 맞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건도 벌어졌다.

미국을 가장 잘 상징하는 공휴일인 지난해 7월 4일 독립기념일은 일리노이주 하이랜드 파크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7명이 사망했다. 총기 난사는 예배 장소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2018년 피츠버그 유대인 회당에서 총기 난사로 11명이 사망했다. 또, 2017년 어느 끔찍한 일요일 아침,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에 있는 한 교회에서 총격범이 총기를 난사해 26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겉보기에 평범한 장소에서 전국적으로 매년 수백 건의 총기 사건이 발생한다. 

2019년 텍사스주 엘파소의 월마트에서 23명을 살해한 총기 난사범은 화요일 연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다는 통지서를 제출했다.

“연이은 참극입니다.”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미 총기상점에 진열된 '총기난사 단골' 돌격소총 [사진 = 연합뉴스]
미 총기상점에 진열된 '총기난사 단골' 돌격소총 [사진 = 연합뉴스]

학살극을 부르는 환경

매 총기 사건은 각각의 고유한 특징과 원인을 지니고 있다. 직장에서의 불화, 가정사로 인한 트라우마, 개인적 원한 또는 정신 건강 문제 등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가 있다. 여기에 증오 범죄나 정치적 동기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사건이 벌어진 뒤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 측면에서 이러한 총격 사건은 우리의 일상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서클 K’에서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진 총격 사건에 대해 맷 머레이 워싱턴주 야키마 경찰서장은 “가게에 들어서면서 총을 꺼낸 범인은 음식을 받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고 말했다.

많은 총격 사건 뒤에는 개인적 동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합법적으로나 불법적으로나) 치명적 무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난사범들이 대량 학살을 자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일쑤다.

이에 비추어 끔찍한 총기 난사로 대량 학살이 벌어진 이후 총기의 접근성에 제한을 가한 국가에서 이런 사건들이 줄어들었다는 사실도 부인하려는 사람들이 미국에는 적지 않다.

국제 규범에서 보면, 미국은 ‘수정헌법 제2조’에 따른 무기 소지 권리를 신봉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국외자로 존재한다.

그리고 미국의 개척 정신, 정부와 권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자립에 대한 자아상은 총기 규제에서 미국이 다른 많은 선진국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총기 규제를 놓고는 미국과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 간의 비교가 항상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다가, 즉 일하고 쇼핑하고 놀다가 총에 맞아 죽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면서 한 사람의 무기 소지 자유가 다른 사람의 생명, 자유, 행복 추구권을 어느 정도까지 억압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총기 권리 옹호론자들은 논란 자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 논리는 헌법상의 보장이 반드시 고성능 전쟁 무기를 개인 용도로 구입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지 여부에 대한 그간의 논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음 총기 난사의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축하 행사를 열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하나도 없다면 미국은 길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소속의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는 몬터레이 파크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런 총기 폭력을 용인하고서는 우리가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순간은, 겨우 10세밖에 안 된 카우티에 브라운이라는 아동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소재 자신이 다니는 리치넥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6세 아동이 교사에게 총을 발사한 사건을 언급하며 “불안한다”는 느낌을 말할 때였다.

그의 공포는 매년 여러 건의 학교 총격 사건 중 하나에 휘말릴까봐 두려움을 안고 자란 아이들을 둔 모든 부모들에게 친숙하다.

“화가 납니다.”

카우티에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공원에도 못 가고, 쇼핑몰에도 못 가고, 놀이공원에도 갈 수 없어서 화가 납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

총기 규제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은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정치권에서 해결책은 고사하고 규제에 대한 의미 있는 대응의 틀조차 잡을 수 없을 거라는 불신에 의해 촉발된다.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하는 공화당원들의 “사려와 기도(thoughts and prayers)” 사탕발림은 개혁을 원하는 미국인들에게 조롱당하기 일쑤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총기 사건이 터지면 자신들은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는 범국가적 정신 건강 위기에 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수정헌법 제2조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람들은 총을 소지하는 “선량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모두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자주 주장한다. 여기에 겉치레 대응 일색의 민주당원들은 통과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격 무기 규제를 제기한다. 

그러다가 작년에 최초의 주요 연방 총기 안전 법안이 수십 년 만에 통과되면서 이러한 악순환이 깨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 새 법안은 민주당원들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일부 공화당원들의 표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법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개인이 총기에 접근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위험 신호 프로그램들(red flag programs)을 시행할 수 있도록 주정부에 자금을 제공한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이 법은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을 포함해 수년 동안 모진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은 대량 총기 난사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바치는 법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한적 역할만 할 것으로 보이는 이 새 법률에도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부적격자에 대한 총기 소지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기준과 관련된 부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그리고 총기는 인간보다 더 긴 수명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즉, 현재 통과된 엄격한 제한조차도 이미 유통된 수백만 정의 총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모든 사항은 미국을 매주마다, 매해마다 뒤흔드는 대규모 총기 사건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희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떻게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전국 모든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 일어난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산마테오 카운티 감독 위원회의 뮬러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