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가장 오래된 히브리성서의 가치는 얼마일까?
[월드 프리즘] 가장 오래된 히브리성서의 가치는 얼마일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6 14:47
  • 수정 2023.02.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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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 달러를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오래된 히브리성서가 경매에 나올 예정
현존하는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문서인 ‘코덱스 사순’이 런던과 뉴욕, 이스라엘, 미국 전시를 앞두고 있다. [소더비 경매 제공]
현존하는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문서인 ‘코덱스 사순’이 런던과 뉴욕, 이스라엘, 미국 전시를 앞두고 있다. [소더비 경매 제공]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문서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는 히브리어 성경 ‘코덱스 사순(Codex Sassoon)’이 이달 말 시중에 공개된 뒤 경매에 붙여질 예정이라고, 16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생성 연대가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코덱스 사순’은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히브리어 성경으로 여겨진다. 고대 문헌 중 책자 형태로 전해지는 것들은 ‘코덱스(Codex)’라 부르고, 두루마리 형태로 전해지는 것들은 ‘스크롤(Scroll)’이라 부른다.

‘코덱스 사순’은 2월 22일부터 28일까지 런던의 소더비 경매(Sotheby's)에 전시되며,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순회 전시회를 끝낸 뒤 5월 뉴욕에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코덱스 사순’ 경매가는 3천만 달러에서 5천만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더비의 수석 유대 문헌 전문가인 샤론 민츠는 수요일 CNN에 “‘코덱스 사순’은 경매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말했다.

민츠는 이 “놀라운 기록물”이 입찰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코덱스 사순’은 내가 검토·연구하는 기쁨을 누린 문서 중 가장 중요한 것에 속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히브리어 성경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토대를 이루는 아브라함 신앙의 경전이다.

학자들은 유명한 유대 문헌 수집가 ‘데이비드 사순(David Sassoon/1880-1942)’의 이름을 딴 ‘코덱스 사순’에 대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덱스 사순’ 자체는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거의 없었다고, 소더비는 수요일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코덱스 사순’은 동물 가죽으로 만든 792페이지의 양피지로 구성되어 있고, 무게는 약 12Kg에 달한다. 민츠는 ‘코덱스 사순’을 “경제력이 충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유물”로 묘사했다.

민츠에 따르면 현재의 소유자는 ‘코덱스 사순’을 1989년에 구입했으며, 이제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희귀한 발견

‘코덱스 사순’은 책 형태로 남은 최초의 히브리어 성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존하는 기독교 성서 중 ‘코덱스 사순’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은 ‘사해 문서(Dead Sea Scrolls)’로 알려진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들이다. ‘사해 문서’는 성경 본문의 일부 또는 일부분만 전해지고 있으며, ‘코덱스 사순’보다 수 세기 먼저 기록되었다. 그러나 ‘사해 문서’에는 절과 장의 구분이 없고, 구두점들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소더비 측은 밝히고 있다.

고대 유대인들은 성경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보존하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구전(口傳) 전승에 의존해왔다고, 소더비 측은 덧붙였다.

거의 모든 히브리어 성경의 근간을 형성하는 ‘코덱스 사순’과 1958년 이후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알레포 코덱스(Aleppo Codex)’, 이렇게 두 성경은 제작 연대를 10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박물관 측에 따르면, ‘알레포 코덱스’는 1947년 유대교 회당의 화재로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현재는 “원래의 487페이지 중 295페이지만이 살아남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코덱스 사순’에서 유실된 부분은 12페이지에 불과하므로, 소더비 측에 따르면 “‘코덱스 사순’은 현존하는 히브리어 성경 중 가장 초기의 가장 완전한 사본”이라고 한다.

소더비의 문헌 담당 글로벌 책임자인 리처드 오스틴은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코덱스 사순’은 현존하는 문서들의 만신전(Pantheon)에서 존경받는 전설적 위치를 오랫동안 누려왔으며, 의심할 바 없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독특한 문서에 해당합니다.”

수세기를 걸치면서 추가된 주석들과 글씨들은 ‘코덱스 사순’의 장구한 여정을 반영한다. [소더비 경매 제공]
수세기를 걸치면서 추가된 주석들과 글씨들은 ‘코덱스 사순’의 장구한 여정을 반영한다. [소더비 경매 제공]

수 세기를 걸치면서 첨가된 기록과 주석들 

‘코덱스 사순’의 역사적 중요성은 성서 출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문 내에 수년에 걸쳐 손으로 직접 추가한 주석들과 글씨들에 있다. 이러한 주석들과 글씨들은 이 코덱스에 서린 장대한 여정을 암시한다.

11세기에 기입된 기록은, 아마도 이스라엘이나 시리아에서, ‘코덱스 사순’을 칼라프 벤 아브라함이라는 사람이 이삭 벤 에제키엘에게 판매한 사실을 보여주며, 이삭 벤 에제키엘은 다시 이를 그의 두 아들에게 양도했다.

주석을 통해 드러난 ‘코덱스 사순’의 다음 행로는 13세기의 마키신(오늘날 시리아 북동부의 마르카다)이다. 이때 누군가 마키신의 유대인 회당에 이 코덱스를 헌정한 것으로 보인다.

소더비는 ‘코덱스 사순’은 이 과정에서 다시 제본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마키신 회당의 이스라엘의 주 하나님에게 봉헌됨”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마키신 지역은 나중에 파괴되었고, ‘코덱스 사순’은 살라마 빈 알 파크르라는 유대인 공동체  구성원에게 맡겨졌다. 알 파크르는 마키신 회당이 재건되면 이를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회당은 재건되지 않았고, 이 코덱스는 1929년 사순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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