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줌인] 트라이애슬론 세계 챔피언, 시나리오 작가가 된 사연
[라이프 줌인] 트라이애슬론 세계 챔피언, 시나리오 작가가 된 사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8 06:14
  • 수정 2023.02.18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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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트라이애슬론 챔피언이면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는 특이한 경력을 소유한 레슬리 페터슨 [CNN 캡처]
프로 트라이애슬론 챔피언이면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는 특이한 경력을 소유한 레슬리 패터슨 [CNN 캡처]

"혼자만의 고독한 순간에 영감이 떠오릅니다."

19일에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이 열리고, 내달 13일에는 미국 오스카 시상식이 열린다. 

넷플릭스는 최근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왕년의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반전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를 리메이킹해 호평을 받았다.

바로 이 작품을 새롭게 각색한 사람이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 챔피언 레슬리 패터슨이다. 레슬리 패터슨은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CNN방송은 17일(현지 시각) 세계 트라이애슬론 챔피언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 레슬리 패터슨에 대해 보도했다.

레슬리 패터슨은 그녀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황무지와 언덕에서 달릴 때면 가끔 자신의 두 가지 경력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프로 트라이애슬론 선수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패터슨은 남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직업을 오랫동안 꾸려왔다.

그녀는 바람을 맞으며 달리거나 장거리 자전거를 타는 혼자만의 순간에 번뜩이는 영감이 떠올라 시나리오 작가로서 최상의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1929년에 출간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반전 소설 『서부전선 이상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를 각색해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는데, 바로 이 영화의 도입 장면을 그런 영감의 순간에서 얻어냈다.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의 참호 장면에서 시작되었다가, 이후 화면은 독일의 한 지방 도시로 옮겨져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다시 대부분의 장면들은 바로 이 참호에서 이루어진다. 그곳에처음 배치된 젊은 신병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폴 바우어는 자신의 군복에 다른 군인의 명찰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바우어는, 원 수령자에게는 군복이 너무 작아서 그렇게 됐다는 어색한 핑계를 들었지만, 그 원 수령 병사가 전사해 군복이 재활용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장면은 군복이 인간(병사)보다 더 중요했다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메시지를 요약해 보여줍니다.”

패터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객들의 호평이 몰리는 부분입니다. 이런 영감이 떠올랐다는 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패터슨은 이 장면에 대한 영감을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마라톤 훈련을 하며 떠올렸으며,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음이 입증되었다. 바로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이는 러시아군들이 보급품이 부족해 군복을 직접 사야 한다는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와 같은 일들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차원에서 거울을 들고 인간을 바라는 것이 이야기꾼으로서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거의 100년 전 할리우드 영화로 스크린에 처음 등장해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전쟁 묘사를 통해 주인공의 모험과 영웅적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전쟁의 참상과 파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패터슨은 각본 파트너인 이안 스토켈과 함께 2006년에 영화 각색에 대한 판권을 획득했지만, 2020년 넷플릭스가 독일어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영화의 종반부는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프랑스 관리 사이의 휴전 회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방식의 대화 흐름으로 전개되는데, 인류 최초로 대규모 기계화된 무기를 앞세운 끔찍한 전쟁의 유혈극과 공포를 자세하게 잘 포착했다.

이 영화는 최고 각본상을 포함해 9개의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고,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도 14개 부분 후보에 오르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BAFTA 시상식은 일요일에, 미국 오스카 시상식은 3월 13일에 열릴 예정이다. 패터슨에게는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견뎌온 수년간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날 수 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오프로드 트라이애슬론(off-road triathlon)의 두 종목에서 세계 챔피언을 5번이나 차지한 패터슨은 매년 프로 선수로 옵션 계약을 갱신할 때 돈 때문에 자신의 신체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그녀는 급성 통증 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2016년 그녀는 코스타리카에서 시합 전 훈련을 하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어깨가 부러졌었다. 그녀는 운동을 할 수 없다는 두렴움과 신체적 통증으로 괴로워하다가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과 물리치료사의 도움으로 여전히 달릴 수 있고 핸들바에 팔을 얹고 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 팔 훈련을 많이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나는 항상 잘 뛰었고 강한 다리 근력을 자랑합니다. 나는 바다에서 연습을 하면서 ‘한 팔은 쓸 수 있으니 한번 해보자.’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목표보다 약 15분 늦게 수영을 마친 패터슨은 40km 산악자전거 구간에서 약진하다가 드디어 10km 달리기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저는 계속 달렸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다음 숲 속으로 달렸고, 그것은 단지 인내와 한계를 벗어나는 운동이었습니다. 나는 뭔가를 해내야 했습니다.”

패터슨의 일생에 걸친 트라이애슬론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영화의 각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스코틀랜드식 피해의식인지 아니면 정말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기쁨과 열정에 이끌리기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정말 정열적이고 가슴이 뛰는 운동선수입니다.”

패터슨은 주로 ‘XTERRA 크로스 트라이애슬론’ 시리즈에서 활동했다. 

“완벽히 자연속 진흙 투성이의 거친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입니다.”

패터슨은 영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20대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후, 트라이애슬론 시합에 나가 우승함으로써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준비하는 데 재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매년 시합 때마다 옵션 상금을 노리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옵션이 걸리면 상금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시합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거금이 일시불로 들어왔습니다.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저는 더 잘 뛰어야 했습니다.”

패터슨은 수년 동안 자신의 두 가지 경력이 얽히는 순간들을 스스로 신기하게 느꼈다. 그녀는 일에 대한 사랑과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두 일 모두에 동일한 에너지와 열정을 쏟았다.

“저는 항상 이 두 가지에 똑같은 열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 안에는 예술가와 프로 운동선수 두 인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종종 트라이애슬론과 영화 시나리오 작업이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만들고 활용하며, 서로 도와가며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는 매우 유사합니다. 나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진정한 운동선수이고,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예술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스포츠든 시나리오 작업이든 “큰 도전을 찾고 그냥 뛰어드는”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패터슨은 설명한다. 이는 그녀가 12살까지 남자 선수 일색인 럭비팀에서 홍일점 선수로 활약한 이유와 전쟁 영화가 영화 업계의 붐을 타던 시기에 그녀가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선택한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특히 4년 전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출시되면서 영화판의 흐름이 서서히 그녀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영화판 흐름이 외국어 영화로 바뀌면서 감독 에드워드 버거와 프로듀서 말테 그루너트는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들의 제안에는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이고, 그들 국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기 때문이었지요. 독일어로 만드는 것이 맞습니다.”

패터슨은 이렇게 주장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성공은 패터슨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특히 그녀는 42세로 프로 트라이애슬론 선수로서는 환갑에 이르는 지금 영화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트라이애슬론 코치를 맡고 있다.

패터슨은 이후 인생이 어떻게 펼쳐지든 여전히 ​​똑같은 단순한 철학을 따를 것이다.

“기술의 숙달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제가 살아가는 방편입니다.”

그녀는 말했다.

“당신이 놀라운 열정과 집중력만 지니고 있다면 아름다운 성취는 자연히 따라올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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